고혈당·고혈압·지질이상 겹쳐...유병특성 따라 혈강강하제 처방패턴도 변화

     
 
 

대한당뇨병학회는 지난해 한국인 당뇨병의 역학 데이터인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5’를 발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청구자료 및 건강검진자료를 기반으로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관련 역학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학회는 지난해 6월 건보공단과 업무협약(MOU)을 맺은 뒤 공단 전수자료를 넘겨받아 진단코드부터 의료행위, 약물사용 등 실제적인 자료를 확보하고 17개 세부 연구를 진행해 왔다. 공단의 빅데이터를 통해 한국인 당뇨병의 유병특성에 관한 대표적 통계치를 내놓은 것이다.

당뇨병 느는데 방치 경우도

 

분석에 따르면, 2006년 165만 5495명(5.6%)에 머물렀던 당뇨병 환자 수는 지난 7년간 꾸준히 증가해 2013년 272만 777명(8.0%)에 달한다. E11~E14의 진단코드와 당뇨병 약제 처방코드를 당뇨병 정의로 삼았을 때의 얘기다<그림 1>.

검진자료에서는 당뇨병 환자가 10.89%로 조사됐는데, 당뇨병 진단 후 약제를 복용하지 않거나 당뇨병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가 약 2.89%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공복혈당 100~125mg/dL에 해당하는 당뇨병 전단계는 2013년 현재 전체 성인의 25.0%를 차지했다.

고령 당뇨병

 

특히 우리나라 당뇨병 유병률은 고령으로 갈수록 증가세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40~49세 연령대에서는 3.5%인 유병률이 50~59세에서는 9.0%, 60~69세 16.7%, 70~79세 21.5%, 80세 이상은 16.6%로 일관되게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고령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공범이 너무 많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당뇨병이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심혈관 위험인자를 동반할 확률이 상당히 높아 심혈관질환 위험을 배가시킨다는 것이다. 당뇨병 환자의 62.5%가 고혈압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고혈압 유병률은 당뇨병이 없는 이들에 비해 약 3.7배 높았다. 이상지질혈증 또한 심각한데, 당뇨병 환자들의 절반 가량(49.5%)이 관련 약제를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뇨병 환자에서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당뇨병이 없는 경우에 비해 약 5배 높았다<그림 2>.

또한 전체 말기 신장질환(ESRD) 환자 가운데 38.8%(8만 3243명)가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것으로 밝혀져, 신장기능 저하의 명백한 위험인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당뇨병 환자들 중에서는 3만 1.2%(2312명)가 ESRD를 동반하고 있었다. 당뇨병을 동반한 ESRD 환자들의 사망률은 9.7%로 비당뇨병성 ESRD 환자(5.2%)들보다 2배 가량 높았다.

이러한 실정이다 보니, 당뇨병 환자의 대사증후군 위험도 매우 높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당뇨병 환자에서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80.4%로 당뇨병이 없는 이들(26.0%)보다 3배 이상 높았다<그림 3>. 치매 유병률 역시 증가돼 있었다(5.2% vs. 4.2%). 당뇨병성 망막병증(diabetic retinopathy)으로 진단된 환자는 43만 1964명(15.9%)이었는데, 그럼에도 정기 안검진을 시행받는 환자는 30%에 불과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함을 시사했다.
 - 안경진 기자 kjahn@monews.co.kr

 

대한당뇨병학회의 ‘Korean Diabetes Fact Sheet 2015’에는 한국인 당뇨병 환자의 약물(혈당강하제) 치료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아주 귀중한 데이터가 담겨 있다. 2002~2013년까지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 및 건강검진자료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혈당강하제가 처방됐고, 어떤 약제와 요법이 사용됐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한국인의 당뇨병이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의 족적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당뇨병의 사회·경제적 비용
우선 지난 10여 년간 고혈당 치료에 사용되는 혈당강하제 처방이 크게 증가한 것이 주목된다. 연간 약제처방률은 2002년 24.1%에서 2013년 현재 67.2%로 처방의 수위가 일관되게 상승해 왔다. 약제처방비용 역시 같은 맥락으로 2002년 825억원이었던 약제비가 2013년 4198억원까지 증가했다. 당뇨병 유병률과 함께 당뇨병 인지율과 치료율이 동반상승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인슐린 분비능에서 민감도 타깃약물까지
계열약제 별 처방빈도를 보면 3가지 큰 변화가 새로운 해석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메트포르민이 처방빈도가 가장 높은 약물로 집계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메트포르민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설폰요소제는 여전히 2위의 자리를 고수하며 1·2차선택으로서의 입지를 지켜가고 있다. 특히 새로운 계열의 DPP-4 억제제가 시장에 진입한 이후 처방빈도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자세한 내용을 보면 2002년 절반 수준인 52.9%에 머물렀던 메트포르민 처방률은 2013년 80.4%까지 증가하며 거의 대부분의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약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면 2002년 87.2%로 처방률 1위였던 설폰요소제는 2013년 58.5%로 하향세를 그렸다.

메트포르민·설폰요소제·DPP-4 억제제
설폰요소제는 과거 비비만형 당뇨병이 많고 인슐린 분비능이 저하돼 있는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특성에 적합한 약제로 인식돼 1·2차치료에 널리 적용돼 왔다. 하지만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 증가에 따른 제2형 당뇨병의 유병패턴이 한국인 당뇨병 유병특성의 새 자리를 차지하면서 인슐린감작제, 즉 인슐린 감수성(민감도)을 개선하는 약제들의 사용도 함께 늘기 시작했다.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하는 약제는 티아졸리딘디온계가 대표적이지만 메트포르민 역시 말초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하는 기전으로, 이에 기반한 혈당조절 효과에 더해 비용효과 및 안전성을 인정받아 최선의 1차선택으로 사용되고 있다.

설폰요소제 역시 처방률은 줄었지만, 한국인의 인슐린 분비능 저하현상을 근거로 2차선택에 대표적으로 사용되며 처방빈도 2위의 자리는 내주지 않고 있다. 한편 인슐린 분비능 개선 기전의 DPP-4 억제제는 2008년 도입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2013년 38.4%의 처방률로 3위에 랭크됐다<그림 1>.

 

병태생리 다변화에 병용요법 증가
약물치료 전략을 보면, 단독요법은 줄고 2·3제요법의 병용이 늘고 있는 것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단일약물로 치료받는 환자의 비율은 2002년 58.4%에서 2013년 39.5%로 줄었다. 반면 2제병용은 35.0%에서 44.9%로, 3제요법은 6.6%에서 15.5%로 증가했다. 2·3제요법을 모두 합치면 병용약제로 치료받고 있는 당뇨병 환자들이 60%에 달한다<그림 2>. 이는 제2형 당뇨병의 병태·생리학적 발병루트가 다변화되면서, 이에 따른 치료전략의 다변화 역시 요구되는 현상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단독요법에 사용되는 약제는 메트포르민(53.2%), 설폰요소제(30.6%), 인슐린(10.8%) 순으로 메트포르민이 우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설폰요소제도 여전히 힘을 유지하고 있다. 병용요법, 특히 2제요법에서는 메트포르민에 이어지는 2차선택으로서 설폰요소제의 위치가 반영된 결과를 볼 수 있다. 2제요법에서는 메트포르민 + 설폰요소제(41.7%), 메트포르민 + DPP-4 억제제(32.5%), 설폰요소제 + DPP-4 억제제(4.8%), 인슐린 + 메트포르민(4.4%) 순으로 단독처방 1·2위 간 병용이 우세를 점했다<그림 3>.
- 이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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