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박경수 교수팀 장기 추적 코호트 연구발표
베타세포 기능저하 원인·교정방법 찾는 것이 숙제

▲ 최근 서울의대 박경수 교수팀과 아주의대 조남한 교수팀은 공동으로 지역사회 코호트의 10년 추적관찰 연구를 통해 한국인에서 당뇨병 발병기전이 서구인과 확실하게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제시해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인 당뇨병의 임상적 특성이 서구인과 다르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인식돼 왔다. 서구인에 비해 비만한 당뇨병 환자가 많지 않으며, 서구인 당뇨병 환자들보다 인슐린 저항성이 심하지 않다.

또 혈중 인슐린 농도가, 특히 식후 최고 인슐린 농도가 서구인 당뇨병 환자들보다 현저히 낮다. 이런 특징을 토대로 한국인 당뇨병에서는 인슐린 저항성보다 인슐린 분비장애가 더 주된 문제일 것이라는 주장들이 계속 제기돼 왔다.

최근 서울의대 박경수 교수팀과 아주의대 조남한 교수팀은 공동으로 지역사회 코호트의 10년 추적관찰 연구를 통해 한국인에서 당뇨병 발병기전이 서구인과 확실하게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제시해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 논문을 발표했다.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은 이 연구의 임상적 의의에 대해 박교수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인 당뇨병 발병기전에 대한 오랜 논란에 마침표"
"장기 추적 코호트 연구였기에 가능"

 
- 한·중·일 동아시아인의 전통적인 당뇨병의 특성에 대한 주장이 있지 않았나?

- 동아시아인에서는 한국인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인슐린 감수성의 감소는 상대적으로 작고, 베타세포의 기능(인슐린 분비능)이 서구인에 비해 더 감소되어 있다는 보고들이 있어 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가 단면적인 분석을 통해 정상혈당군, 전당뇨군과 당뇨군의 인슐린 감수성과 인슐린 분비능을 비교한 연구들이다.

- 과거 주장과 비교해 이번 연구의 차이와 의미는 무엇인가?

- 이번 연구는 4106명의 정상 내당능을 보인 사람들을 10년간 2년마다 경구당부하검사를 해 혈당은 물론 인슐린 분비능과 인슐린 감수성의 변화에 대해 세밀한 분석을 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단면적 분석에서 제기된대로 한국인 당뇨병의 임상적 특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장기간 추척조사를 통해서 어떤 이상이 선행하는지, 당뇨병으로 이행하는 사람들은 10년 동안 인슐린 분비능과 인슐린 감수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또한 기존의 연구들이 하지 못했던 유전적인 원인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한국인 당뇨병의 발병과 진행에 관여하는 유전적 원인의 일부를 규명할 수 있었다.

"제역할 못하는 베타세포가 한국인 당뇨병 발병의 주된 원인"
"당뇨병 발병군은 정상혈당때부터 이미 인슐린 분비능 저하"

- 연구의 결론은?

- 당뇨병이 발병하는 사람들은 정상 내당능을 보이는 시기부터, 당뇨병이 발병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인슐린 분비능이 이미 현저히 저하돼 있다. 물론 인슐린 감수성도 조금 감소돼 있기는 하다. 또한 10년의 추적기간 중 당뇨병이 발병하는 사람들은 인슐린 감수성이 크게 나빠지는데, 인슐린 분비능이 보상적으로 증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서구인과 전혀 다른 자연경과이다. 서구인에서는 인슐린 저항성이 먼저 발생하고,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이 보상적으로 증가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더 이상 베타세포의 기능이 따라가지 못할 때 당뇨병이 발병하는 것이 전형적이다.

한국인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능 저하 - 인슐린 저항성 증가 - 인슐린 분비능의 보상적 증가 없음 - 당뇨병 발병의 경과를 보여 서구인과 전혀 다른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 구체적인 결과를 통해 발병기전을 설명해 줄 수 있나?

- '정상 내당능을 보이는' 성인 4106명을 추적·관찰했다. 이 가운데 10년 기간에 당뇨병이 발생한 사람들을 보면, 정상 내당능을 보이는 시기부터 10년 내내 정상 내당능을 보이는 사람들에 비해 인슐린 분비능이 3분의 1(38%) 정도 떨어져 있다.

주목할 대목은 10년 동안 인슐린 저항성이 64%로 악화됐음에도 인슐린 분비능은 보상적인 증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반면 10년 내내 정상혈당을 유지한 사람들은 10년간 인슐린 저항성이 27% 증가했지만, 이를 상쇄할 인슐린 분비능도 70%나 증가한다.

 
"분비능 저하 환경·유전적 원인 찾아야"
"조만간 시작될 한국인 당뇨병 예방연구에 큰 기대"

- 이제 이 연구결과를 임상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 이번 연구에서는 정상 내당능을 보이는 사라들 중 인슐린 저항성은 정상이고 인슐린 분비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전체 대상의 절반이 넘었다. 이들에서 인슐린 분비능의 감소를 교정할 수 있다면 당뇨병 발생위험을 38%까지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연히 인슐린 분비능 저하의 원인을 찾는 연구가 시급하다. 유전적 원인, 환경인자, 환경과 유전의 상호작용 등 베타세포 기능이 저하돼 있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원인을 찾으면 근본적인 당뇨병 예방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찾은 glucokinase의 유전자 변이를 포함해 일부 아시아인에 특이적인 인슐린 분비능 관련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고 있지만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 인슐린 분비능 감소를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 인슐린 분비능 저하의 원인을 찾아 원인에 맞는 치료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극히 제한된 예에서만 적용이 가능하다. 아니면 인슐린 분비능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당뇨병 예방·치료전략에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

DPP-4 억제제가 그 중 한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혈당 의존적으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동물실험에서 이 약제가 베타세포의 양을 늘린다는 보고가 있다. DPP-4 억제제의 혈당강하 효과가 아시아인에서 더 우수하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점에서 올해부터 시작될 한국인의 당뇨병 예방연구의 결과가 기대된다.

- 한국인 당뇨병의 맞춤치료를 위한 서막을 열었다고 볼 수 있을지?

- 실제 임상현장에서 당뇨병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적합한 맞춤치료는 아직은 멀었다. 다만 우리나라 당뇨병 발병기전이 서구인과 현저히 다른 것을 확인했으므로, 이에 따라 생활습관 교정이나 약물치료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비만한 제2형 당뇨병 환자가 많은 서구인에서는 1차선택 약제로 메트포르민을 사용하는데, 인슐린 분비능 감소가 주된 이상인 비만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1차약제로 메트포르민이 적합할지는 의문이다.

당뇨병의 맞춤치료를 위해서는 단순히 인슐린 감수성, 인슐린 분비능 뿐이 아니라 최근의 흐름에 따른다면 유전적인 변이에 대한 분석, 노출된 환경인자들에 대한 분석 등 보다 포괄적인 데이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