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의대 박상훈 교수

 

대한간학회 C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이 2년 만에 개정됐다. 국내 경구용 직접바이러스작용제(DAA) 시대를 여는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DAA의 도입은 치료전략은 물론 치료대상, 모니터링, 내성관리까지 전반적인 가이드라인 내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직 국내 임상현장에서 DAA의 사용경험이 많지 않은 가운데 한림의대 박상훈 교수(강남성심병원 소화기내과)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큰 틀에서 더 넓은 범위에서 C형간염을 관리할 수 있고 높은 치료효과를 보이는 다양한 약물들을 적용할 수 있는 근거라고 평했다.

DAA 시대 전환점
이번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경구용 DAA다. 박 교수는 “이미 미국, 유럽 등에서는 DAA를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고 페그인터페론과 리바비린 치료전략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며 이번 가이드라인이 국내 C형간염 관리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이미 국내 도입 전부터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경구용 약물의 높은 지속적바이러스반응률(SVR), 적정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입증해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여서 새로운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중지도 모여 있었다.

박 교수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현재 승인된 약물만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근시일 내에 도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약물들에 대해서도 근거를 분석해 권고사항에 포함시켰다”며 업데이트와 함께 향후의 트랜드도 함께 반영했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그런 한편 가이드라인이 국내의 학술적 근거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차후 새로운 DAA가 국내에 도입되는 과정에 탄력을 더해주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직까지는 페그인터페론 유효
하지만 아직 국내 가이드라인 권고사항에는 페그인터페론, 리바비린을 포함한 전략들이 담겨져 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DAA가 있고, 페그인터페론도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권고사항을 포함시켰다”고 설명하면서 “차후 DAA들이 도입되면서 궁극적으로는 페그인터페론을 치료전략에서 배제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DAA, 치료전략을 넘어 가이드라인 틀을 바꾸다
DAA가 가이드라인에 반영되면서 치료전략은 물론 유전자형 평가, HCV RNA 평가, 내성 평가, 대상환자 등에 대한 권고사항도 영향을 받았다. 박 교수는 “기존 페그인터페론과 리바비린 요법은 유전자형을 크게 구분하지 않았지만, 일부 DAA 전략은 유전자형뿐만 아니라 유전자아형에 따라서도 치료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유전자형 구분과 함께 유전자아형을 평가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C형간염 바이러스 RNA 수치평가 기간을 8주, 12주, 치료종료시점으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부연했다.

또 DAA와 함께 치료가 가능한 환자 범위가 확대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간섬유화, 사구체신염, 간이식 등 특수한 상황의 환자들에서 DAA 적용을 권고했는데 이와 관련 “페그인터페론 + 리바비린 치료전략으로 관리하기 힘들었던 환자들도 DAA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교수는 “차후 유전자아형은 물론 유전자형에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전략도 가능성이 높다”며 발전의 여지를 언급했다.

근거에 충실한 가이드라인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국내에 많지 않은 유전자형 5·6형에 대한 권고사항도 함께 정리했다. 박 교수는 “DAA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각 치료전략에 대한 근거들을 분석한 결과를 권고사항으로 정리했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이 근거들을 면밀히 분석했고, 2015년 10월 전후까지 근거들을 검토해 가장 최신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근거가 불충분한 내용은 권고사항으로 정리하지 않았다”며 충실하게 내용들을 검토해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리바비린이 현재 치료전략에 안착해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박 교수는 “미국, 유럽 가이드라인에서 페그인터페론과 함께 리바비린을 배제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리바비린이 치명적인 합병증 위험도를 높이기 때문인데 일부 치료환자에 추가했을 때 유효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권고사항에 반영한 배경을 밝혔다.

특히 페그인터페론, 리바비린 치료경험 환자, 간경변증이 있는 환자에서는 DAA와 병용했을 때 유효한 치료효과를 보이고, 비대상성 간경변증의 경우 SVR이 70~80%까지 나타나고 있다.

1차 의료기관
DAA 제제의 도입은 1차 의료기관에서 C형간염 관리에 대한 부담도 낮춰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교수는 “페그인터페론과 리바비린 전략은 부작용으로 인해 손쉽게 적용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DAA 제제는 경구제인데다가 폭넓은 근거들이 쌓였고 이를 검토해 권고사항으로 정리한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만큼 이에 따라 치료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을 관리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단 간경변증이 있거나 치료실패 경험이 있을 경우는 3차 의료기관으로의 전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임상현장에서 치료전략을 결정할 때 유전자형, 유전자아형, 환자의 치료병력과 함께 경제적 상황, 환자의 선호도도 함께 평가할 것을 당부했다. 또 가이드라인의 권고등급에 따라 치료전략을 선택하되 같은 등급에서는 상황에 맞게 치료전략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도 무게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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