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이관식 교수

 
 

대한간학회의 2015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B형간염 내성관리다. 하지만 약제내성 전략의 변화가 전부는 아니다. 세부적인 부분에서도 최신 근거들과 임상현장의 적용을 고려한 내용들이 반영됐다. 장기간 대한간학회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을 책임져 온 연세의대 이관식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에게 이번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내성치료, 테노포비르 단독요법 강조
이번 가이드라인이 2011년판 이후 총체적으로 업데이트됐지만, 이 교수는 눈여겨 볼 부분으로 2014년 B형간염 가이드라인의 약제내성 치료 업데이트를 지목했다.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인데  “국내 근거를 기반으로 권고사항을 제시한 부분이기 때문에 유럽, 미국, 아시아태평양 가이드라인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추가적으로 “라미부딘, 텔비부딘, 클레부딘 내성에 대한 권고사항은 하나로 묶었고, 작은 부분이지만 아데포비르 내성에서 테노포비르와 엔테카비르 이외의 뉴클레오시드 유사체를 병용할 것을 명확하게 지칭해 임상현장의 적용 편의를 높이고자 했다”고 밝혔다.

용어정리로 국제적 가이드라인과 흐름 맞춰
그리고 국내외 연구 및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세부적인 부분의 용어를 정리한 것도 언급했다. 대표적인 부분이 B형간염의 자연경과 구분이다. 이전 가이드라인에서는 면역반응기, 비활동성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기로 명기한 부분을 각각 B형간염 활동기, B형간염 비활동기로 수정했다. 이 교수는 “보유자는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고 전파만 하면서 환자 본인은 문제가 없는 상태로 정의했었지만, B형간염 자체가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 개념을 없앴다”며 “WHO와 통일성을 갖추기 위해 국내 가이드라인도 정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B형간염 관리대상 확대
간경변증 관련 권고사항을 통해 치료해야 하는 B형간염의 범위를 넓힌 부분도 강조했다. 기존 가이드라인에서는 간경변증 환자 중 혈청 HBV DNA 2000IU/mL 이상일 경우에만 B형간염 치료를 권고했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2000IU/mL 미만이라도 치료를 적극 권고했다.

이 교수는 “이는 실제 임상에서 대상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근거로 적용할 수 있도록 명시한 것이다. 간경변증 환자의 경우 간암으로 발전할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이를 임상현장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현재 관련 근거가 빈약한 상황으로 차후 실제 임상현장에서의 적용을 위해 추가적인 근거의 확충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B형간염 환자의 간경변증, 간섬유화 검진을 위해 섬유화 정도 평가를 시행한다는 권고사항도 추가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미 임상에서는 널리 시행하고 있지만, 가이드라인에서 명시되지 않았던 부분이기 때문에 현 임상에서 시행하는 치료전략이 가이드라인에 기반하고 있도록 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HBsAg 역할 강조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HBsAg 정량검사에 대한 권고사항도 추가했다. 페그인터페론 알파 투여전략에서의 HBsAg 정량검사를 권고한 내용에 경구용 항바이러스요법에서도 HBsAg 정량검사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교수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요법에서 HBsAg 정량검사를 시행하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지만, 차후 B형간염 자체의 소멸, 나아가서는 약물중단 여부의 판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권고사항 추가에 대한 배경을 밝혔다. 여기에 더해 “치료종료 부분에도 HBeAg 음성이라는 기준과 동급으로 HBsAg 소실을 추가해 HBsAg의 가치에 무게를 두고자 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치료 종료시점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유럽의 가이드라인에서는 HBeAg 항원이 음성으로 전환하는 시점부터 6개월~1년 간 치료를 지속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국내 가이드라인에서는 1년 이상 연장해서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국내 B형간염의 유전자형은 C형으로 다른 유전자형 대비 환자의 재발 위험도 및 치료반응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HBeAg 음성으로 전환된 후 3년 연장투여한 결과 재발률이 70% 정도로 보고된 바 있다”고 지적, “3년 이상 장기간 사용할 필요가 있고, 간경변 환자의 경우 약물투여를 중단하면 예후가 급격하게 악화된다”며 가능한 장기간 약물투여를 당부했다.

1차 의료기관, 장기간 치료과정 정확히 인식해야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주로 사용되는만큼 1차 의료기관에서도 B형간염을 관리하고 있다. 이에 이 교수는 환자에게 장기간 치료전략으로 진행한다는 걸 사전에 이해시켜야 한다고 했다. 환자의 높은 순응도를 담보하기 위해서다. 또 정확한 진단을 기반으로 적응증에 맞는 치료전략을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기간 시행되는 치료전략이고 항바이러스제치료가 주축인 만큼 초반에 명확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초치료는 내성 발생률이 낮은 약물을 선택할 것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초기에 비용을 생각해 내성 발생률이 비교적 높은 약물을 선택할 경우 차후 내성이 발생하게 되면 결국 추가적으로 비용이 부가된다”며 가이드라인에 따라 치료할 것을 주문했다.
또 이 교수는 “간경변 환자들은 간암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초음파 검사 등의 주기를 앞당겨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임상현장에서 간염과 간경변증을 명확하게 감별진단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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