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근거 축적 갈 길 멀다...근거 부족으로 대부분 ‘조건적’ 수준으로 권고

 

미국소화기학회(AGA)가 급성 게실염(acute diverticulitis) 관리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했다. AGA는 급성 게실염을 게실(diverticulum or diverticula)에 임상적인 거대 염증이 확인되는 것으로 정의, 높은 유병률과 함께 중증 합병증으로 발전될 수 있어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 했다고 밝혔다.
게실염은 서구사회의 질환으로 간주돼 왔지만, 식생활의 서구화 특히 섬유소 섭취량 감소로 국내에서도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백현욱 분당제생병원 임상영양내과 교수는 “서양에서의 대장 게실증 유병률은 40세 이하에서 10%지만, 80세 이상에서는 50~66%”라며 노인 인구에서 유병률이 높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식습관의 서구화와 함께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잠재적인 유병률 증가를 전망할 수 있다.

‘10 + 1’의 권고사항 정리
이번 AGA 가이드라인은 1999년판을 업데이트 한 것으로 15년 이상 공백기간 동안의 근거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11가지의 권고사항을 정리했다. 하지만 AGA는 “대부분의 권고사항에 대한 근거가 부족해 ‘조건적(conditional)’ 권고등급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11개의 권고사항 중 단 한 개만 ‘강함(strong)’으로 권고됐다는 점은 급성 게실염 분야의 추가적인 근거축적의 필요성을 반영해주고 있다는 것.

 

항생제 사용 한 발 물러선 입장
가이드라인에서는 급성 게실염 환자 및 병력 환자에서 항생제 사용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제시했다.
먼저 급성 비합병증성 게실염 환자에서 선택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항생제는 급성 게실염 치료에서 주요한 전략으로 권고돼 왔지만, 최근에는 급성 게실염이 감염성보다는 염증성 성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고 과도한 항생제 사용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AGA는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 및 통합적 문헌검토에서 정기적인 항생제 투여의 혜택이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정리했다.

이와 함께 급성 비합병증성 게실염 환자에서 리팍시민 사용도 권고하지 않았다. 이 역시 “다수의 근거는 없지만 현재까지 제시된 근거에서 비용, 잠재적 유해사건 대비 재발 감소 혜택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이 명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스피린·NSAID도 적극 권고하지 않아
항생제 외 약물에 대한 권고사항은 별도로 제시했다. 우선 아스피린에 대해서는 게실질환의 재발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전제했다. 이에 급성 게실염 환자에서는 재발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아스피린이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전체 사망률에 어느 정도의 혜택을 보이는 점을 들어 환자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비아스피린 및 비스테로이드성항염증제(NSAID)는 관찰연구에서 게실염 및 합병증성 게실염의 발생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 게실염 병력 환자에서 사용을 금하도록 했다.

특히 11개의 권고사항 중 유일하게 ‘강함’ 등급을 받은 메살라민의 경우 급성 비합병증성 게실염 발생 후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이는 6개 연구 1800여명을 분석한 결과 메살라민 사용이 재발 위험도, 통증완화, 수술 필요성 등의 위험 감소에 혜택이 없었다고 정리했다.

추가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도 급성 비합병증성 게실염 병력 환자에서 재발 위험도에 대한 혜택을 보여주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권고하지 않았다. 

식습관 관련 사항도 권고사항으로 정리
게실염이 식습관과 직결된 질환인만큼 식습관에 대한 권고사항도 별도로 정리했다. 급성 게실염 병력 환자에서 섬유소가 다량 포함된 식사 또는 보조제의 사용이 권고됐다. 반면 땅콩과 팝콘 섭취를 피할 필요는 없다는 내용의 권고사항도 함께 제시됐다.

섬유소 포함 식사에 대해서는 “급성 게실염 재발위험을 감소시킨다는 혜택은 명확하지 않지만, 게실염 재발 병력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에서 재발 위험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게실염 환자의 만성 복부통증에서 섬유소의 혜택은 일관되지 않고 게실염 재발 예방 혜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의를 요했다.
땅콩과 팝콘의 경우는 역으로 “이들의 섭취가 게실 질환 재발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이의 섭취를 금지시키는 것은 유용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치료 후 대장내시경 검사, 조심스러운 시행 권고
한편 급성 게실염 치료 후 대장내시경 검사는 결장암 여부의 확인을 목적으로 권고했다. 최적의 검사시행 시점은 명확하지 않지만, 6~8개월 주기로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대장내시경 검사가 게실염 재발, 결장 천공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만성 게실염, 급성 재발성 게실염, 합병증성 게실염에서는 관련 위험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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