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두 차례 고배 후 허가, 플리반세린 왜 발목 잡혔었나

'핑크빛' 여성용 비아그라 플리반세린(flibanserin)이 작년 말께 미국 시장에 첫 등장을 알렸다. 이미 다양한 종류의 남성용 발기부전 치료제들이 널리 처방되는 상황에 견주어 본다면 늦은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탓인지, 시장 진입 전부터 유독 잡음이 많았다. 지난 6년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에 두 번이나 고배를 마신 터라 약물의 효과나 안전성은 기대 이하라는 평이 전문가들 사이에 지배적이었던 것.

또 작년 8월 승인 과정에서는 미국 여성단체의 '보이지 않는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까지 불거졌다.

최근 FDA가 이에 대한 입장을 소상히 밝혔다. 플리반세린의 승인 여정과 풀어나가야 할 숙제를 짚어봤다.

1. '핑크 비아그라', 꺼지지 않는 안전성 논란

2. "시판 후 임상 3건 요구, 부작용 감시체계 강화할 것"

▲ 시장 진입 전부터 유독 잡음이 많았던 여성용 비아그라 '플리반세린'. 최근 허가를 담당한 FDA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중등도 이상 CYP3A4 억제제·항진균제 병용 주의

플리반세린을 다른 약과 병용하는데 부작용 발생 위험이 크다는 분석도 승인 거절 이유가 됐다.

대상이 된 약물은 중등도 이상의 CYP3A4(cytochrome P-450 3A4) 억제제 계열 항레트로바이러스제나 항고혈압제, 항생제, 플루코나졸 등이다. 이들 약물과의 병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중추신경계억제 등의 심각한 위험은 제품 라벨에 분명히 명시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를테면 운전 등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특정 상황에서 플리반세린을 투약해야 할 경우 적어도 복용 6시간 후까지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봐야 한다. 플리반세린이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선 투약시기가 더 없이 중요한 것.

이에 FDA는 플리반세린을 처방 및 조제할 때 상호간섭이 발생하는 약물을 선별해 내는 프로그램 개발을 요청했다. 협회는 "처방권자인 의사들이 플리반세린의 위험에 대한 교육을 받고 환자와 상담을 완료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의약품 리스크평가 및 완화전략(Risk evaluation and Mitigation Strategy, REMS)'이 일단 그 대안"이라며 "알코올이나 기타 다른 약물과의 병용에 따른 저혈압 및 실신의 발생 위험을 낮추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해 플리반세린의 투약 경고문에는 CYP3A4 억제제와의 상호작용 가능성이 삽입되고 금기사항에 음주가 추가됐다. 특히 항진균제와 함께 복용해야 할 경우, 음주시와 마찬가지로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단명 HSDD서 FSIAD로 바뀌었는데…
임상연구서 최근 변화 반영 못해

승인 거절의 원인에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알코올 및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위험 발생은 차치하더라도, 임상연구에서 근본적인 실수가 있었던 것.

최근 개정된 미국정신의학회(APA)의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SM)에서 그간의 HSDD 환자를 '여성 성적관심 흥분장애(FSIAD)'로 새롭게 정의내린 것을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HSDD는 성욕저하에 따른 스트레스가 특징이지만, FSIAD는 성욕저하에 의한 스트레스와 성적흥분이 낮은 경우까지를 모두 아우른다는 게 큰 차이다. 때문에 최소 6개월 이상 해당 증상이 지속되고 파트너와의 성행위 시도나 반응이 좋지 않다면, 기존 HSDD 환자는 FSIAD로 분류할 수 있도록 했다.

FDA는 "플리반세린 임상연구에선 대상 환자군을 HSDD로 한정했는데, 최근 변화 트렌드를 충분히 담지 못해 실제 진료에 일부 제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차 자문위 승인 결정, "일부 효과 인정하지만 부작용 간과해선 안돼"

플리반세린을 놓고, FDA에서 두 번의 자문위가 소집되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 핑크 비아그라 플리반세린의 안전성과 효과에 의문이 인다.

그동안 해당 환자에서 플리반세린의 평균적인 치료 효과가 적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지만, 약 10%의 증상개선효과에 대해서는 꾸준히 근거를 만들었다. 또 원개발사 베링거인겔하임에서 스프라우트(Sprout) 제약사로 제조 및 판권이 넘어가면서 플리반세린의 추가적인 임상연구가 보태졌다.

세 번째 승인 신청에서는 자문위 투표 결과, 승인 찬성에 18표, 반대 6표로 조건부 승인을 받는 데 전문가 합의가 이뤄졌다. FDA는 당시 플리반세린 승인을 권고하면서 "조건부 승인은 치료효과가 적거나 안전성 문제가 상당수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시장에서 치료제의 수요가 많은 경우 승인을 고려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때문에 단순히 위험 경감전략의 일환으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는 데, 비판적인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승인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2014년 24주간 진행된 플리반세린 3상임상 결과를 살펴보면, 만족스러운 성 경험 횟수가 월 평균 1.6~2.5회 늘어났으며 FSFI도 2점 상승했다. 결국 복용군의 43~60%가 성적 욕구 및 성관계 만족도가 증가했고 환자의 9~15%가 FSFI의 개선효과를 경험했다는 결론이다.

다만 약물의 안전성을 두고는 아직까지 논란의 소지가 남았다. 펜실베니아 피츠버그의대 Walid Gellad 교수는 "일부 성욕저하 환자에서는 증상의 개선효과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실상 약물 치료로 인한 혜택은 크지 않다"며 "플리반세린 투약 후 실신, 저혈압 등의 중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만큼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개발사인 스프라우트 관계자는 "후기임상에 참여한 플리반세린을 복용했던 4000여 명 가운데 문제가 된 실신, 저혈압 발생은 16건으로 빈도가 적었고 이마저도 투약시기를 취침시간대로 조정한다면 중추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맞섰다.

"시판 후 임상 3건 요구…부작용 감시체계 강화할 것"

3차 자문위 논의를 거쳐 플리반세린의 승인을 결정하면서도 위원들 대부분은 약물의 치료효과를 석연치 않아 했다. 의견인 즉 '플리반세린의 치료 효과가 위험을 간신히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것.

더불어 FDA는 "승인 후 플리반세린이 많은 여성 환자에서 오프라벨로 사용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플리반세린은 폐경 전 HSDD 환자에서만 승인받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책임감 있는 처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평을 기고한 Joffe 박사는 "승인 과정에서 해당 약물의 모든 안전성 정보를 확인 및 검토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현재까지 공개된 안전성 데이터 이외에도 알코올 상호작용과 관련한 세 건의 시판후 임상연구를 요구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향후 플리반세린 투약과 관련해선 저혈압, 실신, 갑작스런 부상, 사망 등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약물 부작용 감시(Pharmacovigilance) 체계를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그는 "플리반세린의 승인을 두고 일종의 타협이 있었다는 일각의 추측들도 있지만, 남성 중심에서 벗어나 여성 성기능 장애 치료에 대한 약물연구의 포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을 내비쳤다. 단 향후 플리반세린이 발기부전 치료제와 비교되는 시장성을 가질지에 대해선 미지수라는 답변이다.

현재 스프라우트 제약사는 밸리언트 파마슈티컬스에 인수돼, 애디는 작년 10월 17일 미국 전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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