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두 차례 고배 후 허가, 플리반세린 왜 발목 잡혔었나

'핑크빛' 여성용 비아그라 플리반세린(flibanserin)이 작년 말께 미국 시장에 첫 등장을 알렸다. 이미 다양한 종류의 남성용 발기부전 치료제들이 널리 처방되는 상황에 견주어 본다면 늦은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탓인지, 시장 진입 전부터 유독 잡음이 많았다. 지난 6년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에 두 번이나 고배를 마신 터라 약물의 효과나 안전성은 기대 이하라는 평이 전문가들 사이에 지배적이었던 것.

또 작년 8월 승인 과정에서는 미국 여성단체의 '보이지 않는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까지 불거졌다.

최근 FDA가 이에 대한 입장을 소상히 밝혔다. 플리반세린의 승인 여정과 풀어나가야 할 숙제를 짚어봤다.

1. '핑크 비아그라', 꺼지지 않는 안전성 논란

2. "시판 후 임상 3건 요구, 부작용 감시체계 강화할 것"

▲ 시장 진입 전부터 유독 잡음이 많았던 여성용 비아그라 '플리반세린'. 최근 허가를 담당한 FDA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성교 전에만 먹는 남성용 약물과 달리
1일 1회 100mg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

▲ 플리반세린(제품명 애디)

'애디(Addyi)'로 이름 붙은 플리반세린은 남성용 성기능 약물과는 작용기전에서 큰 차이가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들이 성기에 국소적인 혈류를 증가시키는 직접적인 작용을 나타내는 데 반해, 플리반세린은 뇌에서 세로토닌과 도파민 등 뇌신경 전달물질 수용체에 작용하는 원리로 성욕 감퇴를 치료하는 약물이다. 때문에 성기능 향상이 아닌 여성의 성적 욕구를 개선하는 데 그 목적을 둔다.

복용법도 비교된다. 남성용 약물은 대개 성교 한 시간 전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지만, 플리반세린은 1일 1회 100mg 용량을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만일 두 달 이상 사용해도 효과가 없으면 사용을 중단해야 하며, 폐경 이전에 성욕이 저하된 여성에서만 처방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다.

안전성 문제로 두 차례 고배

지난 2010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친 플리반세린의 승인 신청이 수포로 돌아간 것은 성욕 촉진 효과는 적고 부작용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술과 함께 플리반세린을 복용할 경우 저혈압을 비롯한 실신, 불면증, 현기증, 구역 등의 이상반응이 발생했다. 실제 3상임상에선 플리반세린 투약군의 6%가 이상반응으로 투약을 중단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알코올이나 항진균제와 함께 투약 시 저혈압으로 인한 실신 가능성이 지적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 치료목표가 되는 폐경 전 환자에서 성욕 증가 효과가 미미했다는 평가다. 승인 신청 시 FDA에 제출한 위약대조 연구결과에서도 성적 만족감이 높은 성관계 횟수는 위약군 대비 월 1회 정도 증가하는데 그쳤다.

때문에 FDA 자문위 논의에서도 승인 반대 이유로 '미약한 효과를 얻고자 몇 달에 걸친 플리반세린 투약이 해당 환자에 과연 옳은 일인가'라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됐다.

시판 승인 후 4개월 만에 밝히는 FDA 입장

최근 플리반세린 시판 승인 후 4개월여를 침묵으로 일관하던 FDA가 입을 열었다.

논란에 종지부를 찍듯 지난 NEJM 1월 14일자 온라인판 메인에는 협회 입장을 대변하는 한 편의 논평이 게재됐다(N Engl J Med 2016; 374:101-104). 논평을 게재한 FDA의 Hylton V. Joffe 박사팀이 폐경 전 여성에서 저활동성 성욕장애(hypoactive sexual desire disorder, HSDD) 치료제로 플리반세린을 승인한 연유를 밝힌 것.

먼저 이번 쟁점은 여성의 성기능장애 가운데 성욕장애 환자가 가장 많은 분포를 나타낸다는 데서 출발한다. 특히 플리반세린이 표적으로 하는 HSDD는 성적인 판타지와 성적 활동에 대한 욕구가 결핍되는 질환으로 과도한 스트레스와 함께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이 주요 원인이 된다. 여기엔 동반질환이나 사용 중인 약물, 사회생활의 문제도 포함된다.

따라서 약물과 관련해선 우울증 치료를 받는 여성 환자에서 성욕저하가 흔히 발생하는데, 대표적 우울증 치료제인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 계통의 약물들은 뇌에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켜 성욕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플리반세린의 작용기전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Joffe 박사는 "HSDD는 비약물적인 치료가 중요시 되지만 일부 HSDD 환자에선 약물 옵션이 큰 혜택이 될 수 있다"며 "기존 표준치료에 준하는 유효성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실제 협회는 플리반세린을 세 차례에 걸쳐 임상데이터를 검토했고, 두 번의 약물자문위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알코올 상호작용 위험 수준

▲ 핑크 비아그라 플리반세린의 안전성과 효과에 의문이 일었다.

자문위원회가 첫 소집된 시기는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문위는 만장일치로 '승인 반대'에 표를 던졌다. 이유인 즉 2개의 3상임상 연구결과 1차 종료점인 성경험(sexual events)이나 여성성기능지수(Female Sexual Function Index, FSFI)의 개선은 어느 정도 확인됐지만, 성욕 등의 평가 척도에 있어서는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던 것.

이에 FDA 자문위원회는 플리반세린의 이상반응을 이유로 알코올 및 약물 간 상호작용을 평가한 추가적인 3상임상 데이터를 요청했다. 플리반세린을 복용한 환자들에서 실신, 저혈압과 같은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고, 알코올이나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부분도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알코올 상호작용을 평가한 연구에서도 일부 환자에서는 저혈압 또는 처치가 필요한 기절 등이 보고됐다. 특히 부작용이 보고된 환자들은 70kg의 체중에 소량의 음주를 즐긴 환자들로, 이들의 음주량은 142g 용량의 와인잔 2잔(알코올 12% 함유) 정도였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알코올과 플리반세린을 함께 복용한 환자군에서는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이 각각 28~54mmHg, 24~46mmHg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더 있다. 해당 연구가 플리반세린의 적응증에 언급된 폐경 전 여성에서의 음주 병용 위험을 다루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FDA 자문위는 "알코올과의 병용 연구는 참여군이 27명에 불과한데, 25명이 남성이었다"며 "일단 알코올과 함께 복용할 경우 졸림증상과 현기증이 증가했으며, 알코올 복용량에 비례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 외 플리반세린 복용군 중 6명은 실신(syncope), 저혈압이 우려되기도 했다. 실신의 발생은 플리반세린 투약군에서 0.4%로 위약군(0.2%)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해당 임상연구를 검토한 위원단의 공통된 의견은 '알코올 병용 연구결과를 근거로 했을 때 모든 폐경전 여성에서 플리반세린을 투약할 수 있는지 의문이 따른다'는 내용이다. 플리반세린을 투약하기 위해 무작정 음주나 복용하던 약을 중단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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