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정영훈 과장, 국회 토론회서 밝혀...의료계 "개설자격 백지위임, 불법 의료기관 양산 부추겨"

정부가 사무장병원 근절책의 하나로 의료기관 개설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그 후속조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의료인만이 허가된 면허범위 안에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으나, 특별법 비영리법인은 예외로, 법령에서 정한 조합설립 조건만 갖추면 누구나 의료생협을 설립할 수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예외규정'이 의료생협의 난립과 의료생협을 빙자한 사무장병원 개설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기관 불법 개설·운영방지 정책토론회'.

보건복지부 정영훈 의료기관정책과장은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정림 의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공동 주최로 열린 '의료기관 불법 개설·운영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의료기관 개설권을 백지위임한 의료법 관련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인상적이었다"며 "검토해 볼 만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정 과장이 언급한 의료법 관련 규정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을 담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의 규정이다.

현행 의료법은 원칙적으로 의료인만이 허가된 면허범위 내에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제33조 제2항 제2호)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제3호)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제4호) ▲준정부기관 및 지방의료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제5호) 등에 대해서도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제4호의 규정이다. 민법이나 각종 특볍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라면, 개설자의 의료면허 소지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의료기관이 개설이 가능해진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생협 또한 해당 규정에 의거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형태다. 특별법인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근거해 ▲최초 조합인 수 300명 ▲최조 출자금 3000만원 ▲시도지사 신고 등의 요건만 갖추면 비의료인도 의료생협 행태로 의료기관 설립이 가능하다.

단국의대 박형욱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의료법 제33조 제2항 제4호는 수많은 비영리법인에게 의료기관 개설권을 백지허용함으로써, 탈법적인 의료기관 개설의 통로가 되고 있다"며 "의료기관 불법개설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이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약사법의 경우 자연인인 약사에게만 약국개설권을 독점시키고 있는데 반해, 의료기관 개설권은 비영리라는 조건만 충족되면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도 완전히 개방되어 있다"며 "개설권 보호에 있어 직종간 차별이 존재하는 것으로, 이는 형평성 관점에서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도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의협 서인석 보험이사는 "소비생활협동조합법에 의거 조합설립에 필요한 조건만 갖추면 누구나 의료생협을 설립할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있기 때문에 의료생협이 사무장병원 양산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일부지역에서는 보험설계사를 이용해 출자자를 모집해 의료생협 설립을 추진해주는 브로커가 활동하고 있으며, 의료생협을 설립해 놓고 이의 운영권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사람에게 판매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학계와 의료계의 제안에, 복지부도 검토 의지를 밝혔다.

정영훈 과장은 "의료기관이 부족했던 공급부족시기에 민간 공급구조를 활성화하기 위해 법에서 (비영리법인 등) 개설 자격요건을 많이 열어놨다"며 "지금은 반대로 공급의 과잉으로 수급균형이 필요하다거나, 공급을 제한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제도 개선을) 검토해 볼 만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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