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습관이 수면의 질을 결정한다

 

꿀맛과 꿀잠,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떨까?

요즘처럼 추운 날씨엔 달고 기름진 음식이 땡기기 마련이지만 자칫 맛만 고집하다간 몸매관리는 물론 숙면까지도 어려워질지 모른다.

미국 콜롬비아의과대학 메리 피에르 세인트 온쥐(Marie-Pierre St-Onge) 교수팀이 진행한 최신 연구(J Clin Sleep Med 2016;12:19-24)에 따르면, 포화지방과 설탕을 많이 먹고 섬유소를 적게 섭취할 경우 각성 수준이 올라가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탕·포화지방 섭취 늘면 깊은 잠 들기 어려워

수면을 강제로 제한할 경우 음식 섭취량이 늘어난다는 보고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식습관이 수면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평소 수면장애가 없었던 정상체중의 성인 남녀 26명(30~45세)을 대상으로 무작위 교차연구를 시행했다. 제한된 식단을 적용하는 경우와 자유로운 식사를 허용했을 때 수면 변화를 살펴보고, 섭취한 음식의 종류와 야간수면의 연관성을 밝히는 것, 2가지가 당초 연구의 목표였다.

대상자들을 5일간 뉴욕 수면센터에 머무르게 하면서 처음 4일은 포화지방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정해진 식사를 제공하고, 마지막 5일차에는 종류의 제한 없이 본인이 선택한 음식을 마음대로 섭취하도록 했다. 3일째 밤부터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해 수면의 질을 측정했다.

그 결과 제한된 식단을 적용한 3일과 자유식사를 허용한 마지막 날 수면시간에는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자유식사를 한 날 밤에는 깊은 잠을 의미하는 서파수면(slow-wave sleep)이 짧아지고, 수면잠복기(sleep onset latency)가 증가했다.

음식 종류에 따라서는 섬유질 섭취가 늘어날수록 1단계 수면은 줄어들고 서파수면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는데, 설탕, 포화지방 같은 탄수화물 비율은 각성 수준과도 관련이 있었다. 반면 섬유질이 적고 포화지방과 설탕이 많이 든 음식을 섭취한 이들에서는 회복수면(restorative sleep)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연구팀은 "식습관이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정확한 기전은 알 수 없지만, 일주기시스템(circadian system)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고탄수화물섭취가 일주기 리듬을 지연시키고 멜라토닌 분비를 감소시킴으로써 입면 즉, 수면의 시작(sleep onset)을 늦춘다는 것이다. 수면이 제한될 때 음식으로 인한 보상을 높게 인식하도록 하는 호르몬의 영향과도 관련이 있다고 봤다.

세인트 온쥐 교수는 "피곤함을 느낄 때 훈련되지 않은 방향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먹고싶은 유혹에 굴복할 가능성도 커진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식습관이 수면의 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수면장애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