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혈압·혈당 개선 등 효과 '뚜렷'...근거자료 뒷받침한 '동네의원의 역설'

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 평가결과가 공개됐다.

원격의료 서비스를 받은 환자에서 혈압·혈당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나 임상적 유효성이 입증됐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 환자의 만족도와 안전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보건복지부와 미래창조과학부·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법무부 등은 지난해 3월부터 6개부처 협업으로 실시한 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정부의 설명에 따르자면 이번 2차 시범사업은 모두 148개 기관에서 53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운영된 모형은 ▲동네의원 중심의 만성질환자 원격모니터링 사업(참여기관-동네의원) ▲고혈압·당뇨환자 원격진료+모니터링(동네의원) ▲도서벽지 주민 원격진료+모니터링(마을회관, 보건진료소) ▲노인요양시설 거주자 대상 원격진료(요양시설) 등 모두 4가지다. 

2차 시범사업 평가의 핵심은 원격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데 맞춰졌다. 이는 지난 1차 시범사업 결과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으로, 당시 의료계는 정부의 사업평가 결과를 두고 '환자 만족도 평가'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도시지역 원격모니터링 환자, 혈당관리 등 임상적 개선 효과 '뚜렷'

4가지 운영 모형 가운데 임상적 유효성 검증에 활용된 모형은 앞선 2가지다. 공교롭게도 이 둘은 동네의원이 사업의 중심에 서 있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 모형 중 '동네의원 만성질환자 원격모니터링'.

첫째는 도시지역 동네의원이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원격모니터링 사업이다. 여기에는 동네의원 15곳이 참여했다.

정부는 시범사업에 참여한 환자들의 건강상태를 분석한 결과, 원격모니터링을 받은 환자에서,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임상적 개선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당뇨병 환자 239명을 대상으로 시험군(기존 병원처방+원격모니터링 실시)-대조군(모니터링 미실시) 비교 연구를 통해 분석한 결과, 원격모니터링을 받은 환자군에서 당화혈색소 수치가 0.63%p(7.98%→7.35%) 줄어, 모니터링을 받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0.36%p만큼 높은 감소폭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혈당 또한 시험군에서 18.85mg/dL(150.9mg/dL→132.05mg/dL)이 줄어, 대조군보다 16.44mg/dL만큼 감소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시범평가 대상이 된 239명의 환자는 동네의원으로부터 3개월간, 주 1회 이상 주기적으로 상담 등 원격모니터링을 받았다. 시범사업 기간 중 서비스를 중단한 의료기관과 환자의 경우,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만성질환자 원격모니터링 참여환자 당화혈색소 수치(그림 상단) 및 혈당 변화.

고혈압·당뇨환자 '원격진료+모니터링'도 효과..."임상적 유효성 확인"

유효한 임상결과를 얻은 두번째 모형은 동네의원 9곳이 참여한 고혈압·당뇨환자 대상 원격진료+모니터링 사업이다.

1차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지속 연구로, 정부는 9곳의 일차의료기관 가운데 7곳은 원격모니터링만을, 2곳은 모니터링과 원격으로 처방전을 제공하는 원격진료를 함께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평가대상이 된 환자는 총 423명으로, 정부는 서비스 제공 전후 비교연구를 실시한 결과 해당 환자에서 혈압과 혈당이 감소하는 개선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혈압 환자는 수축기 혈압이 3.23mmHg(131.32mmHg→ 128.09mmHg), 당뇨병 환자는 당화혈색소가 0.31%p(7.08%→ 6.77%)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고혈압·당뇨환자 원격진료·모니터링 전후 혈압·당화혈색소 수치 변화

다만 정부는 이날 평가결과 도출에 활용한 대상자 수만 밝혔을 뿐, 동네의원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총 환자 수나 의료기관별 참가환자 규모 등은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시범사업 도중 이탈한 의료기관이나 환자의 숫자 등 사업의 내실을 짐작해 볼 만한 다른 정보도 발표내용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도서벽지 주민-노인요양시설 거주자는 만족도 조사...10명 중 8명 이상 "만족"

▲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 모형 중 '도서벽지 주민 원격진료·원격모니터링'

일차의료기관의 참여가 없었던 도서벽지 주민, 노인요양시설 거주자 원격의료 사업 결과는 환자 만족도와 복약순응도를 조사하는 선에서 평가가 이뤄졌다.

정부는 해당 조사에 도서벽지 주민 243명과 요양시설 거주자 70명이 참여했으며, 도서벽지 주민의 경우 전반적 만족도가 83%, 노인요양시설 거주자의 경우 87.9%로, 1차 시범사업(77%)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복약순응도(6점 만점) 평가에서도 원격의료 서비스 이전 순응도 4.83점에서 사업 참여 후 순응도가 5.1점으로 상승, 유의하게 높은 결과를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오진, 부작용 등 임상적 안전성도 문제 없어...의료법 개정, 연내 완료"

정부는 원격의료 안전성 평가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 원격의료와 관련 있는 오진, 부작용 등 임상적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총평.

세부적으로는 사회보장정보원이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법령과 1차년도에 개발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보안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점검한 결과, 서비의 접근통제나 개인정보암호화 등 보안의 안정성이 확보된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또 식약처 공인 시험 기관 등에 위탁실시한 의료기기 기술요소 안정성 평가에서도 시범사업에 사용된 혈당계, 혈압계 등 의료기기의 측정정보 전송기준과 정보통신 장비의 성능 모두 기술적 안정성이 확보될 것으로 평가됐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원격의료 시범사업 규모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원격의료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도 강력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김강립 보건의료정책국장은 "시범사업 결과, 원격의료의 유용성과 안전성이 확인됐다"며 "의료계 등 전문가와 협의해 의료법 개정안이 올해는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보건복지부 김강립 보건의료정책국장. Q. 시범사업 평가 어떻게 진행했나 김강립 보건의료정책국장: 일단 시범사업 참여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바이어스(편견, 편향)가 개입되지 않도록 유의를 기했다.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외부기관에 위탁해 연구를 실시했다. 손일룡 원격의료기획제도팀장: 3월까지가 최종보고서 검수기간이다. 검수가 완료되면 세부적인 내용까지 모두 투명하게 공개할 생각이다. Q. 임상적 유효성 비교연구 방식은 김강립: 원격모니터링 사업의 경우 도시지역 만성질환자들이 대상이었고, 사업에 참여한 동네의원 15곳에서 무작위로 평가대상을 선정했다. 다만 임상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합병증이 없는 분들로 대상자를 정했다.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 임상시험을 하는 방식을 따랐다고 보면 된다. Q. 평가결과로 보면 임상적 유효성이 확인됐다 김강립: 아무래도 자극이 있으면 약도 잘 먹고, 관리가 더 잘 이뤄지지 않겠나.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원격의료의 유효성이 검증된 만큼, 대면진료를 보완하는 일종의 보조적 수단으로 의료진들이 원격의료를 활용해 주길 바란다. 원격의료가 전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대면진료를 대체할 순 없다. 어디까지나 대면진료의 공백을 메우는 보완수단이다. 대면진료의 효과를 높이고 진료현장의 임상 유효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원격의료가 유용하다는 것이 시범사업의 결과다. 의료계가 들어와서 같이 고민을 해주길 희망하고 있다. Q. 만족도도 높게 나왔다. 개선 요구사항은 없었나 김강립: 기기 사용이 어려운 분들이 많은 듯하다. 반복적으로 쓰는 혈압, 당뇨측정기 정도는 반복적으로 설명을 드리니 익숙해지더라. 정확하게 측정을 해야 제대로 관리가 이뤄진다. 풀어야 할 부분이다. Q. 수가도 시범 적용했는데 김강립: 원격협진의 경우 1건당 1~4만원 정도로 진찰료 수준을 감안해서 설정했는데, 일반 진찰보다 수고가 더 들어간다는 의견이 있었다. 원격모니터링 경우 상담수가를 마찬가지로 재진료 수준을 감안해 산정해 지급했다. 적절한 수가 수준을 고민하고 있다. 만성질환이 늘어나고 이 것이 큰 병으로 옮겨가면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이 더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사회적 편익 등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본다. Q. 3차 시범사업 계획을 보면 대상 환자수가 2배 가량 늘었다. 질환 확대 계획 있나 김강립: 원격진료 대상은 기본적으로 고혈압과 당뇨다. 대상질환 확대는 고민 중에 있으나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도움이 될 만한 질환군이 있는지, 또 도움이 필요한 지역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 Q. 3차 시범사업 시점은 손일룡: 현재 준비 중이다. 참여기관 섭외도 해야하고. 직접 서비스하기까지는 한두달 정도 걸릴 것 같다. 김강립: 의원급 의료기관이 2차에 15곳 정도 참여했는데, 이를 25개 정도로 늘릴 계획을 잡고 있다. Q. 의료법 개정 등 과제가 남아있다 김강립: 물리적으로 보자면 19대 국회에서는 통과가 어려울 수 있겠다. 20대 국회 개원하면 심각하게 논의할 것이다. 올해 안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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