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근 원장, "천식은 동네병원에서 진료 못한다는 편견 고치려 노력"

대부분의 천식 환자는 개원가에서 치료를 받지 않으려 한다. 천식은 개원의가 감당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개원의 입장에서도 천식은 매력적인(?) 질환이 아니다. 천식을 진단하는 것도 어렵고, 환자나 보호자 설득, 오랜 시간 설명 등 지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있는 샤인소아청소년과가 주목받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인 듯하다. 병원은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선정한 광진구에서 유일하게 천식치료 잘하는 소아청소년과로 꼽혔다.

지난 2010년 개원한 이 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박형근 원장과 류혜경 원장이 함께 하고 있다. 호흡기와 소화기질환 등은 박 원장이 진료하고, 신생아질환이나 예방접종 등은 류 원장이 담당한다.

진단·치료 위해 환자 설득 노력

천식치료 잘하는 병원으로 인정받기까지는 박 원장의 꼼꼼한 환자 진료와 친절한 설명이 큰 힘을 발휘했다. 박 원장은 "엄마들은 대부분 자신의 아이가 천식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천식일 확률이 높다고 하면 다른 병원을 다니거나 혹은 대학병원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환자에게 천식을 설명하고, 치료과정으로 끌어오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웃는다.

▲ 샤인소아청소년과 박형근 원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천식일 가능성이 높은 환자가 오면 3~4번 이상 관찰을 하고, 기침, 천명, 호흡곤란 등의 증상 등을 관찰해 가족에게 조심스럽게 얘기를 하는 것이 박 원장의 방법이라고 했다. 환자를 치료에 동참하도록 하는 것과 더불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노하우도 병원의 경쟁력인 듯했다.

박 원장은 "환자 나이, 가족력, 증상 천식예측인자(Asthma Predictive Index, API) 등으로 천식 고위험군을 예측한다"며 "이런 환자에겐 최대호기유속기를 이용해 PEFR(최대호기유속)을 측정한다. 이러한 종합적인 정보를 객관화 해 전자차트프로그램에 내장돼 있는 한국형 천식치료지침인 'EAM(Easy Asthma Management)'과 연동해 진단 및 치료를 한다"고 설명했다.

천식치료를 위해 단순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천식환자가 병원을 다시 찾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관리만 잘 해주면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어 환자에게 잘 설명하고 지속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박 원장은 "천식의 염증 치료에 있어 꼭 필요한 약제인 흡입스테로이드(ICS)나 류코트리엔조절제(LTRA) 등의 중요성을 환자나 환자 보호자에게 설명한다"며 "설명할 것들이 많다보니 다른 질환에 비해 진료 시간이 길어진다. 하지만 적절한 관리만으로 질병의 악화와 이로 인한 입원을 피할 수 있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으므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천식치료를 위해 기도 염증을 평가하는 호기산화 질소 분율(FeNo)을 측정하는 기계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적절한 항생제 처방으로 신뢰도 높아

적절한 항생제 사용도 샤인소아청소년과가 지역사회 주민에게 신뢰를 얻게 된 요인으로 보인다. 병원은 지난해 5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한 항생제 처방 적정성 평가에서, 샤인소아청소년과는 1등급을 받았다.

필요한 곳에 항생제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게 박 원장의 생각이다. 과거처럼 무조건 항생제를 쓰지 않는 병원이 좋은 병원이란 인식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박 원장은 "항생제 사용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만, 정확한 진단이 돼야 정확한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근거 중심의 진단 및 치료를 하려고 노력한다"며 " 38.9℃ 이상의 고열을 동반하거나 전신 상태가 무기력해 보이는 환자는 실시간으로 결과가 나오는 혈액검사 장비, 소변검사 장비, 방사선 장비를 통해 감별 진단을 통해 추가적으로 항생제 사용을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최근의 가이드라인의 추세는 환자의 증상 변화를 보면서 적절한 항생제 투여를 고려하자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샤인소아청소년과는 환자에게 친절한 설명으로 지역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매년 장학금·난방비 기부

개원가의 취약점이라면 간단한 검사를 하려 해도 대형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샤인소아청소년과는 측정이 단순한 검사는 병원 내에서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독감인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기계와 적은 양의 혈액으로도 적혈구와 백혈구 수치, 감염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기계, 소변검사 등 소아에게 필요한 웬만한 것들은 구비했다.

게다가 지난해엔 방사선실 진단용 엑스선 촬영 장치와 디지털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DR)와 의료영상 저장전송 시스템(PACS)을 통합 설치해 주변 개원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샤인소아청소년과가 개원한 것은 지난 2010년 5월이다. 올해로 6년째다. '샤인(Shine)은 세상에 빛을 전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단어에 담긴 선한 뜻대로 병원을 운영하고 싶은 것이 박 원장의 바람이다. 그 실천의 일환으로 개원 1주년이 되는 날 수익금을 모두 사회에 기부하고 있다. 수익금 일부는 추석 때 지역 결손가정 학생 장학금 지원으로, 겨울철에는 난방비 지원 등을 하고 있다.

박 원장은 "처음부터 결심하지 않았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미약하지만 1년씩 지나다 보니 벌써 5년이 됐다"며 "휴가기간에는 캄보디아나 네팔 등지에서 의료선교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누며 봉사하는 삶에 가슴이 따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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