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ATA 가이드라인 관련 입장 발표

▲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가 갑상선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미디어 RTM을 열었다.

분화갑상선암의 치료지침을 제시하는 미국갑상선학회(ATA) 가이드라인 최종본이 드디어 나왔다(Thyroid 2016;26: 1-133).

ATA 수술협의위원회 태스크포스의 합의 성명서 초안이 발표된지 1년 여 만이다. 초안이 나온 뒤 3개월 정도가 걸리는 여느 가이드라인과 다르게, 이토록 오랜 기간이 소요된 데는 사연이 있다.

그만큼 미국 내에서조차 미세갑상선암 치료에 관한 의견차가 분분했다는 것.

인종은 물론 진료시스템조차 확연히 다른 우리나라에서 미국 지침을 그대로 따라도 될지, 짚고 넘어가야만 하는 이유기도 하다.


2015 ATA 가이드라인 무엇이 바뀌었나

여러 논쟁에도 불구하고 개정 가이드라인은 2014년 말 공개됐던 초안 내용과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2009년 버전과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인 부분은 갑상선 전절제술의 적응증이다.

최신 가이드라인에서는 종양의 크기가 4cm를 초과하거나 피막 외 침윤, 림프절전이를 포함한 원격전이를 보이는 경우에는 반드시 갑상선전절제를 시행해야 하고, 다른 위험요소가 없다면 반절제만을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크기가 1~4cm 사이면서 림프절 전이나 피막침윤이 없는 경우 전절제와 반절제 2가지 모두 선택 가능하다.

다음으로 '갑상선 초음파검사 후 세침흡인세포검사(FNA)의 적응증'에서도 달라진 점을 찾을 수 있다.

결절의 크기가 5mm라도 세포검사를 시행해야 한다던 2009년 가이드라인과는 달리, 초음파 패턴이 암을 시사하더라도 결절의 크기가 1cm를 넘는 경우에만 세포검사를 강력 권고하는 방향으로 강도가 훨씬 낮아진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영국, 독일 등 유럽 가이드라인이나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 가이드라인과도 상이하다.

예를 들어 2013년 독일 GAES 가이드라인은 크기제한 없이 모든 결절에서 세침흡인세포검사를 시행하도록 정했으며, 2012년 유럽임상종양학회(ESMO) 가이드라인에서는 1cm 이상부터 갑상선전절제술을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 현실 반영못해...자체 가이드라인 올해 안에 내겠다

22일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미디어 RTM에 참석한 박진우 진료권고안 제정위원장(충북대병원)은 "ATA 가이드라인에서 세침흡인세포검사의 적응증을 축소시킨 것은 최근 미세유두암의 우수한 치료성적과 미국의 비싼 의료비용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즉 초음파, 세포검사 등 진단에 드는 비용부터 수술, 방사선요오드치료, 갑상선호르몬억제치료까지 우리나라와는 차원이 다른 진료비 규모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권고안에는 미국에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으면 일반인에 비해 개인 파산의 가능성이 3.5배 증가한다고 기술돼 있다.

▲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장항석 학술이사

그밖에 수술로 인한 합병증 비율이 높은 미국 내 특수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학회 장항석 학술이사(강남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미국은 전체 갑상선암 수술의 80% 이상이 경험이 적은 외과의사(연평균 수술건수 100례 미만)에 의해 행해지기 때문에 합병증 발생률이 7.5%보다 높다. 대부분의 갑상선암 수술(90% 이상)이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장 이사는 "국제학술대회 때 이야기를 나눠보면 미국 의사들도 갑상선암 수술의 부작용이 높다는 뼈 아쁜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며 "수술 합병증이 1~2%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미국 지침을 따를 이유는 없다"고 단정 지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엄격한 기준에 따라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수술을 하고 있다"면서 "갑상선암 수술 기준을 암의 크기만으로 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전이를 비롯해 암의 치료 경과와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 같은 발언은 제작년부터 제기돼 온 갑상선암 과잉검진 논란을 의식한 경향도 크다.

몇몇 국내 예방의학자들이 "갑상선암은 천천히 진행하는 암이므로 수술이 꼭 필요하진 않고,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초음파검사도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립암센터는 '무증상 성인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검진은 권고하거나 반대할 만한 의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므로 일상적 선별검사로는 권고하지 않는다'는 검진 권고안을 발표했는데, 실제 수술건수도 3분의 1가량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학회 박해린 총무이사(강남차병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 초음파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오인되는 것은 곤란하다"며 "조기 검진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되, 적절한 시기에 환자가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쉰 목소리 등 증상이 생길 때는 이미 암이 성대 신경 등을 침범한 상태로 3기 이상 많이 진행된 경우가 많은데, 증상이 있을 때까지 초음파 검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오해로 인해 그 피해가 환자들에게 돌아갈까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학회 윤정한 회장(화순전남대병원)은 "암을 조기에 발견해 수술 범위와 합병증 발생을 최소화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라며 "한국인의 갑상선암은 미국인과 특성 자체가 다르다. 지난 10여 년간 축적된 국내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학계 의견을 수렴해 올해 안에 치료지침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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