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용환자, 뇌 미세출혈 발생률 2배 높아…전문가들 '글쎄'

항우울제를 장기복용 하는 것만으로도 뇌 미세출혈(cerebral microbleeds) 위험이 증가할까?
네덜란드 에라스무스의료센터 Bruno H. Stricker 박사팀은 "대규모 종적연구결과, 항우울제 사용과 뇌 미세출혈의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Stroke.2016;47:251-254].
 
뇌 미세출혈은 지방유기질화된 뇌세동맥으로부터 소량의 피가 혈관외유출을 일으킨 것으로, 이전부터 자발성 뇌출혈, 뇌졸중 등과 연관성이 있다고 알려져 왔다.
특히 임상적으로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고, 임상적 의의마저 명확하지 않아, 이번 연구결과가 전문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연구팀은 미세출혈 진단 이력이 없는 45세이상 항우울제 복용 환자 2550여 명을 대상으로 항우울제 사용과 뇌 미세출혈 발생 연관성을 알아봤다. 대상군의 평균 연령은 58.7세, 54.8%가 여성이였다.

2005년부터 2013년사이 3.9년동안 MRI를 통해 이들의 뇌를 살펴봤다. 그 결과 대상군의 3.7%에서 뇌 미세출혈이 확인됐는데, 항우울제 복용 환자가 그렇지 않은 이보다 뇌 미세출혈 발생률이 2배이상 높았다(OR 2.22; 95% [CI]1.31-3.76).

흥미로운 점은, SSRI 계열 약물과 비-SSRI 계열 약물별 뇌 미세출혈 발생률이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OR, 2.27, 2.28). 즉 두 계열 항우울제 모두 대상군의 뇌 미세출혈 발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것. 연구팀이 항우울제 치료기간, 약물 용량 등을 보정해도 결과는 비슷했다.

Stricker 박사는 "특히 SSRI 계열 항우울제의 혈소판내 세로토닌 농도를 감소시키는 등의 작용기전이 미세출혈을 일으키는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SSRI와 비-SSRI 계열 약물 모두에서 뇌 미세출혈 발생률이 비슷한 점은 Stricker 박사 본인도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그는 "세로토닌 수용체(serotonin transporter)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우리가 알지못하는 또 다른 매커니즘이 영향을 줬을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흥미롭지만 연구 제한점 많아"

 

이번 연구결과를 두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다소 부정적인 반응이다.

캐나다 웨스턴대학 Daniel G. Hackam 교수는 한 외신(medscape)과의 인터뷰에서 "이전까지 SSRI가 여타 약물(비-SSRI 계열 포함)보다 위험도가 높다고 보고됐다. 반면 이번 연구결과는 SSRI/비-SSRI 계열 모두 뇌 미세출혈에 영향을 준다고 했는데, 이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Hackam 교수는 "이는 결국 두 약물이 가지고 있는 매커니즘이 잘못 됐거나,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교락(confounding)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Hackam 교수는 지난 2012년 SSRI계열 항우울제가 뇌출혈 발병 위험도를 높인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Neurology WNL.0b013e318271f848].

연구팀이 총 50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16건의 연구사례를 분석한 결과 SSRI 계열 약물+항응고제 병용군이 항응고제 단독군보다 뇌내출혈 또는 두개내 출혈 발생률이 46%~91% 높았다. 단 SSRI 계열 약물만을 복용한 환자들에서 뇌출혈 발생률은 매우 낮았다.

Hackam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만으로는 항우울제가 뇌출혈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항우울제 병용군에서 뇌출혈 발생률이 높게 나타난 이유로 당초부터 환자들이 뇌출혈 또는 뇌졸중 위험요인을 동반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피력했다.

"환자들 복용 전부터 뇌 문제 있을 가능성 배제 못해"

Hackam 교수가 언급한 뇌출혈 위험요인은 Stricker 박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에서도 지적됐다. 대상군의 평균 연령이 58세이상으로, 이미 뇌 질환 발병 위험 요인이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영국 노팅험 대학 Richard Morriss 교수는 "이들이(대상군) 이미 출혈성 뇌졸중(hemorrhagic stroke) 위험요인을 동반하고 있을 가능성을 결코 배제해서는 안된다"고 피력했다.

인제의대 박영민 교수(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도 "연구결과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우울증 환자는 본래 뇌가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우울증 또는 조울증 노인 환자에서 뇌의 백질 변성(white matter change)이 발견될 때가 있는데, 이는 질환이 발병하기 이전부터 뇌 문제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즉 이번 연구가 장년층에서 고령층이 대상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뇌의 백질 변성이나, 뇌졸중 위험 요인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 이어 그는 "과거 항우울제가 뇌 미세출혈 위험을 일으킨다는 보고는 있지만, 과연 그 위험성이 어느정도인지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해,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