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두통학회, 제1회 두통의 날 맞아 설문결과 공개

19일 대한두통학회가 '제1회 두통의 날'을 맞아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9~12월까지 전국 14개 종합병원 및 대학병원 신경과를 내원했던 만성두통 환자 351명 가운데 최근 한달간 머리가 완전히 맑은 기간이 2주 미만이라고 답한 이들은 289명(83.3%)에 달했다.

심지어 머리가 완전 맑은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고 답한 응답자도 131명(37.8%)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 같은 증상이 오랜 기간 지속될 경우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해한다는 것.

특히 가장 흔한 유형 중 하나인 만성 편두통은 발작 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생활을 못할 정도의 심한 통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학교나 사회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

증상 자체가 워낙 발작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다 보니 무증상 기간에도 일상생활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간관계에서 역할수행을 하지 못한 데 대해 죄의식을 느끼거나 남들이 자신을 하향평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설문 참여자 중 85명(24.2%)이 최근 3개월 내 두통으로 인해 직장에 결근 또는 학교에 결석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165명(47%)은 직장에 출근 또는 학교에 출석한 상황에서 두통으로 인해 업무나 학습 능률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발생한지 1년 이상 경과한 후에야 병원에 내원했다는 환자가 과반수(55.8%)를 넘는다. 상당 수가 병원 치료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이는 두통을 질환이 아닌 단순한 증상이라고 본다던지, 병원에 가봤자 진통제 처방 외에는 답이 없다는 편견과 관련이 깊다.

대한두통학회 주민경 부회장(한림대 성심병원 신경과)은 "우리사회는 환자와 주변인 모두 만성두통을 일시적이거나 대수롭지 않은 증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큰 것 같다"며 "이번 조사 결과에 나타난 것처럼 만성두통은 업무와 학업을 수행하는 데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삶의 질 보호를 위해 신속한 치료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 대한두통학회의 삶의 질 조사 결과

설문 참여자의 63.8%(224명) 정도가 병원에 내원하지 않고 약국에서 약을 구입해 복용했으며, 침을 맞거나 한약을 복용했다고 답변한 비율이 21.4%(75명), 14.2%(50명)라는 결과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정작 진통제 복용 후 결과에 대해 '만족' 또는 '매우 만족'으로 답변한 환자의 비율이 약 25.2%(69명)에 불과해 두통을 효과적으로 조절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두통학회 김병건 회장(을지병원 신경과)은 "만성두통은 진통제 복용만으로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진통제를 남용하면 오히려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두통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경과에 내원하게 되면 우선 두통영향검사(HIT-6)와 같은 도구를 통해 어떤 유형의 두통인지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그 결과에 따라 일반 진통제가 아닌 트립탄(triptane) 등의 전문약제들로 치료를 받게 된다. 잘못된 식습관이나 수면장애 등 두통을 유발하는 원인교정부터 필요하다면 예방약물도 투여 가능하다.

김 회장은 "베타차단제나 아미트리프탈린(amitriptyline) 같은 항우울제 계열의 약물을 예방적으로 투여하면 편두통 발생빈도를 현저히 줄일 수 있고, 보톡스 주사제도 만성두통 증상 완화에 대한 효과가 높다"며 "현재 미국에서 만성편두통 예방 목적의 항체약물도 3상임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새로운 약물이 도입되면 향후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대한두통학회는 두통 질환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인식을 높이기 위해 올 해부터 1월 23일을 두통의 날로 지정하고 의료진 대상 연수프로그램 및 전국 단위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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