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연구비 등 '의료외 수익' 구조 만들어야 ...진료과별 인력구성 파악도 중요

 

상급종합병원을 경영하는 대부분의 원장이 수가가 낮아 병원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의료수가는 의료 서비스 질이나 서비스 패턴을 결정할 수 있어도 병원에 직접적인 수익향상을 가져오기 어렵기 때문이란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학병원들도 수가에만 목을 맬 것이 아니라 의료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버드·존스홉킨스병원도 의료이익은 적자

병원 컨설팅업체인 엘리오앤컴퍼니 박개성 대표는 "미국의 MGH나 존스홉킨스병원 등도 의료수익에서는 적자를 내고 있다"며 "우리나라 병원도 의료수익으로 이익을 내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다른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위치한 하버드의대부속병원인 MGH의 의료수익은 3.6조원이다. 이 중 의료손실은 948억원이나 된다. 의료외 이익은 3636억원이고, 총 이익은 2688억원이다.

1992년부터 20년 연속 미국 최고의 병원으로 알려진 존스홉킨스병원의 수익 구조도 비슷하다. 전체 의료수익은 2.1조원인데, 이 중 의료손실이 408억원, 의료외 이익이 1440억원, 총이익이 1020억원이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 대학병원들도 장례식장이나 주차장 등에서 의료외 수익을 얻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외국의 대학병원들처럼 의료기기연구나 원재료 연구 등 R&D를 통한 특허 수익이나 기부금, 연구비 등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분당서울대병원이 대학병원이 가야 할 길을 보여주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개원 이후 흑자가 날 즈음 이를 다시 투자해 암뇌신경병원을 증축했고, 중동에 병원 시스템 수출 등으로 병원 회계 장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이 제대로 짓지도 못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분당서울대병원이 얼마나 출중한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진료과별 인력 구성 파악하라

병원이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병원 내부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들은 병원의 진료과별 인력구성을 파악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경쟁병원 대비 진료과별 의료진 수와 1인당 의료수익을 분석해봐야 한다는 것.

병원에서의 핵심은 훌륭한 의료진이다. 따라서 어떤 의료진이 병원에 포진하고 있느냐에 따라 병원 수익은 달라진다. 박 대표는 "모 병원의 경쟁병원 대비 의료진당 실적을 파악해봤더니 실적 100%를 하는 사람이 18%, 50~100% 사이가 53%, 50% 미만이 29%나 됐다"며 "실적 50% 미만 의료진의 외래진료시장 시간 준수율은 60% 미만이었고, 병원 정책에도 비협조적이고, 세션수도 타 병원의 동일진료과 대비 적었다"고 말했다. 

또 "만일 기업이라면 근무태도나 정책기여, 진료실적에서 모두 떨어지는 패턴을 보이는 사람들을 그냥 방치하지 않는다. 50% 미만의 실적을 내는 의료진으로는 절대 지금의 어려움을 돌파할 수 없다"며 "병원에서 반드시 인력구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품질-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을 진료패턴 적정화

진료 패턴 적정화도 병원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각 병원마다 비급여 수준이 다르고, 암 환자의 재원 일수도 다르다.

박 대표는 "A병원 교수는 유방암환자를 5일 안에 퇴원시키는가 하면, B병원 교수는 15일이나 환자를 입원시킨다. 분석하면 약제비와 재료비 등이 7배 정도 차이난다"며 "병원들이 저수가라 어렵다고 하면서 이런 부분은 소홀히 하고 있다. 환자 진료의 질을 높이고 정당하게 정부로부터 돈을 더 받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를 팔면 10%가 적자다. 감자칩은 40%가 남고, 콜라는 70%가 남는다"라며 "햄버거가 맛있어야 콜라도 팔 수 있다, 병원에서도 진료를 잘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웃소싱으로 비용 절감 추구하라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상급종합병원들은 환자 수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더불어 투자도 멈춰섰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방법으로 지출예산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한 논문에 따르면 국내 103개 종합병원 중 아웃소싱을 가장 많이 하는 분야는 청소와 경비·안내, 주차관리, 편의점, 전산시스템 등의 순이다. 아웃소싱 도입 후 가장 큰 성과는 비용절감이라고 답한 비율이 68.1%나 됐다.

 

아웃소싱 도입 비율이 낮은 분야가 구매·재고 관리인데, 전문가들은 이 분야도 아웃소싱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병원들이 예산을 타이트하게 잡는다지만 실제 구매 부분에서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4~5년 후면 중국 환자들이 우리나라를 찾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중국이 1500병상 이상의 대규모 병원을 짓는 추세고, 이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의료는 양이 질을 선도하는 특징이 있다"며 "서울아산병원이 약 2700병상 정도인데, 최근 중국은 대규모의 병원을 계속 짓고 있다. 수술을 계속 하면 수술을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없고, 수술 건수가 많아지면 논문이 이를 따라가고 결국 4~5년 후면 중국 환자들은 우리나라병원에 오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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