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중소병원 심각성 인지 못해…개원가 교육·홍보 시급

 

정부와 의료계가 X-ray나 CT, PET-CT 등을 촬영할 때 발생하는 방사선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방사선량에 관해 관심이 높아진 것은 지난 2014년 감사원이 '방사선 안전관리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다. 당시 감사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전국 10개 대학병원 등이 건강검진에 사용하는 PET-CT에 대한 안내문과 주의사항을 전혀 알리지 않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라고 통보했다.

건강검진시 암조기진단을 위해 PET-CT를 촬영할 때 약 10~25mSv(밀리시버트: 방사선량 단위)의 방사선량을 더 받게 된다는 것을 환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또 병원들이 PET-CT를 통해 각종 암을 발견할 수 있다고 돼 있을 뿐 방사선 피복 위해성이 높다는 내용이나, PET-CT 이용 시 방사성동위원소 주입으로 인한 내부 피폭 및 위해성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이 없다고 수정을 요구했다.

실제 PET-CT를 1회 촬영할 때마다 300M㏃(메가베크렐)의 방사성동위원소를 몸에 주입하게 되고, 13~25m㏜의 방사선 피폭이 인체 내부에서 발생한다. 이는 일반인 연간 피폭한계량(1m㏜)의 최소 13배가 넘고 일반 X-ray를 200회 촬영한 것보다 큰 선량이다. 

표준안내문 듣고 PET-CT 거부 환자 발생

감사원 지적이 나온 후 보건복지부, 한국소비자원, 대한핵의학회, 대한영상의학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가 공동으로 PET-CT를 찍을 때 수진자 표준 안내문과 의료기관 권고사항을 확정해 공동으로 발표했다.

표준 안내문에는 건강검진 암 조기진단을 위해 PET-CT를 촬영할 경우 약 10~25mSv의 방사선량을 더 받게 되는데, 이는 일상생활을 통해 받는 연간 자연방사선 피폭량 3mSv의 3~8배 수준이라고 명시돼 있어 환자들이 알 수 있도록 했다.

또 방사선 노출에 따른 암발생 위험도는 연령이 낮을수록 증가하고, 나이가 적거나 암에 대한 위험인자가 없으면 PET-CT 검사에 따른 이득보다 위험이 클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PET-CT에 대한 정보제공이 이뤄지자 PET-CT 촬영을 거부하는 환자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의 모 대학병원 교수는 "환자들에게 PET-CT에 관련된 표준 안내문을 설명하면 촬영을 거부하는 환자들도 종종 있다"며 "적어도 의사들이 수익을 위해 PET-CT 촬영 오더를 내리는 것은 아니다. PET-CT는 암환자나 암일 확률이 높은 환자에게 진단을 내릴 때 확실하게 도움이 된다. 그럴 때 환자가 거부하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영상의학회 도경현 방사선안전관리이사(울산의대 영상의학과)도 환자들이 올바르지 않은 정보로 병을 키우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우려했다. 도 이사는 "CT나 PET-CT 등을 찍어 방사선량에 노출되는 해보다 질병을 치료하는 득이 더 크다면 당연히 CT 등을 찍어야 한다"며 "환자들이 잘못된 정보에 현혹돼 판단을 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선량 최소화 위해 의사가 앞장서야 ”

 

전문가들은 PET-CT 등 방사선량에 대해 환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 의료계가 선량 최소화를 위한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상의학회 성동욱 상임이사(경희대병원 영상의학과)는 의사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성 이사는 "의사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환자에게 선량을 최소화할 수 있다. 우선 환자에게 맞는 정확한 오더를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에게 꼭 필요한 촬영만 해야 하고, CT나 PET-CT 등을 찍을 때 최적화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재촬영이나 중복촬영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에게 제출한 '한 달 안에 같은 질환으로 다른 병원에서 CT, MRI, PET를 재촬영한 환자 현황'을 보면 이 문제가 왜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CT, MRI, PET 등 재촬영환자가 2011년 10만 7649명에서 2013년 13만 1967명으로 최근 3년간 22.6% 증가했다. 이로 인한 급여청구액도 2011년 154억 4200만원에서 2013년 174억 1900만원으로 최근 3년간 13% 증가했다.

김재원 의원은 "월 평균 1만 846명, 하루 평균 361명의 환자가 불필요하게 특수의료 장비를 중복촬영하며 월 평균 14억 3000만원, 하루 평균 4800만원을 낭비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녹록지 않은 선량 관리…“정부, 장비관리 시작해야”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 등은 선량 최소화의 중요성을 알고,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문제는 규모가 중소병원이나 개원가에서는 이 문제의 심각성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통증클리닉 등 시술을 많이 하는 병원에서 발생하는 방사선량에 대해서는 관리조차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나서서 교육과 홍보 등을 해야 함에도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방사선 안전관리 관계부처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질병관리본부로 변경되면서 혼돈이 있었고, 질본에는 이를 위한 예산 책정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는 장비들이 너무 다양해 선량관리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병원 평가 항목에 넣으면?
병원들이 자발적으로 선량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게 하려면 병원 평가 항목에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성 이사는 "대학병원들이 병원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매우 노력한다. 따라서 평가항목에 선량 최소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평가하면 간단하다"며 "대학병원들이 저선량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평가 항목으로 지정하려면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사는 "선량을 측정하려면 선량을 객관적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것이 어렵다"며 "회사나 장비 등에 따라 모두 선량이 다르고, 측정환경이나 환자 등 모두 달라 이를 평가기준으로 잡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선량을 줄이는 또 다른 방법은 의료기기회사들이 판매하는 선량 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현재 GE나 아그파 게바트 등이 선량 관리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있다.

영상의학회, 오는 9월 국제 심포지엄 개최

영상의학회 차원에서도 선량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잘못된 정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고, 흉부CT 프로토콜 등을 의사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 오는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서울에서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검진에서 방사선 피폭이 있는 CT검사가 언제 필요한가'에 대한 주제로 국제심포지엄도 계획하고 있다.

도 이사는 "이 심포지엄은 국민의 보건향상을 위해 영상의학회에서 유치한 것으로 이 심포지엄에서는 검진에서의 방사선의 사용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또 "심포지엄에서는 국제적인 가이드라인도 함께 발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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