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A Oncology에 전화통보 지지하는 연구논문 실려

고(故) 조수진 작가의 물고기선생님 중
(출처: 오방떡소녀 블로그)

'오방떡소녀'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고(故) 조수진 작가의 웹툰 <물고기선생님>편의 한 장면.

방사선치료를 앞두고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이 뒤섞인 환자의 심리상태를 전혀 고려치 않은 채, 암기과목을 외듯 정보전달에만 주력하는 젊은 의사를 두고 필자는 '감정이 없는 물고기'라고 표현했다(blog.naver.com/obangdduk).

다소 익살스럽게 표현하긴 했지만 이처럼 암환자를 대하는 의료진에게 있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암이 처음 발견된 시점이라던지, 암의 재발, 전이와 같은 소식을 전해야 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실제 암 진료에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은 환자의 회복속도, 통증조절, 처방에 대한 순응도를 증가시키며, 심리적 고통을 감소시킨다는 긍정적인 연구 결과들이 나와있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받은 의료진이 면담과정에서 환자의 감정이나 스트레스를 더 잘 알아차릴 뿐 아니라, 환자의 불안감을 감소시켰다는 보고에 따라 의사소통기술훈련(CST)의 필요성도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그런데 만약 조직검사 결과 악성이라는 사실을 환자 본인에게 전화로 알린다면 어떨까?


"의미전달력 높이고 시간단축할 수 있어"

최근 JAMA Oncology에는 전화통보를 지지하는 한편의 짧은 논문(JAMA Oncol 2015;1:1025-1026)이 게재됐다.

주저자인 미시건의과대학 Naveen Krishnan 교수는 "낯선 진료실에서 의사와 마주한 가운데 악성이라는 결과를 전해 들을 경우 오히려 환자의 불편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원격진료 방식이라도 제 때 검사 결과를 알려주는 편이 보다 환자중심적일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아울러 "집이라는 친숙한 공간에서 가족들과 함께 듣기 때문에 환자의 불안감을 덜어주고, 의사가 제공하는 정보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근거로 제시된 해외 사례는 아리조나대학이 후원하는 아리조나 원격의료 프로그램(Arizona Telemedicine Program)과 북아메리카 지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온타리오 원격의료 네트워크(Ontario Telemedicine Network), 2가지다.

아리조나의 경우 유방암 조직검사 결과를 검사 당일에 통보하고 있으며, 온타리오주에서도 비용 부담과 임상의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1600개 기관에서 3000개 시스템이 운영되며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Krishnan 교수는 "조직검사 결과를 알릴 때 가장 중요한 2가지 요소는 메시지의 내용과 시의성(timeliness)"이라고 강조하면서 "환자들은 의사의 비언어적인 태도에는 흥미가 없다. 임상현장에서 시간적 제약과 암진단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화통보는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자-의료진 간 휴머니즘 부재, 교육·훈련 필요"

물론 이에 관해 반대 의견도 만만치는 않다.

 

원격의료 방식이 유용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진료에서의 인간적인 측면을 전혀 고려치 못한 견해라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의 Philip Bialer 교수는 "의료기관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농촌 지역에서는 유용한 방법일 수 있다"면서도 "메시지의 내용과 시의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암이라는 질환이 갖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정서적 반응 또한 뉴스의 내용 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라는 게 그 이유다. Bialer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직접 환자와 얼굴을 마주 대하는 면담 방식이 가장 좋겠지만, 여건상 불가능하다면 최소 스카이프(Skype) 같은 화상대화 형태가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밴더빌트-잉그램 암센터에서 종양내과 전문의로 근무하는 Alicia K. Morgans 교수도 "전화통화로 조직검사 결과를 통보하는 방식이 한 가지 수단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상황에 철저하게 훈련된 의료인에 의해서만 수행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렇다면 국내 의료진의 의견은 어떨까.

국립암센터 김종흔 지원진료센터장(정신건강클리닉)은 "병리검사 결과, 암 진단, 재발, 전이, 항암치료 중단 등을 전화나 문자로 통보하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최근 ICT 발달 속도를 감안하면 나쁜 소식을 원격으로 통보하는 시절이 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며 원격의료의 부정적 측면이 부각될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 센터장은 이미 10여 년 전에 암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다룬 '나쁜 소식 어떻게 전할까'를 번역하고, 2008년부터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의사소통기술훈련(CST)을 진행해오고 있다. 1박 2일에 걸쳐 의료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이론과 실습 교육을 병행하는 방식.

김 센터장은 "언제, 어떻게, 어떤 수준까지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정서적 지지를 함께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인지 등에 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가오는 미래에는 전화나 문자 형태의 CST 모듈(module)을 개발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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