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 치료중 뇌졸중 발생시 약물 전환·병용이 득"
서울의대 배희준 교수팀 미국뇌졸중협회지에 발표

"아스피린 복용 중 허혈성 뇌졸중을 경험한 환자에서 아스피린 용량의 증가가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근거는 없다. 대체 항혈소판제의 사용이 자주 고려되지만, 이 경우 단독 또는 병용요법의 혜택이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다." - 미국심장협회(AHA)·뇌졸중협회(ASA) 뇌졸중 2차예방 가이드라인

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항혈소판요법과 관련해 임상현장에서 언제든 직면할 수 있는, 그러나 아직 해결책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있는 난제가 하나 있다. 뇌졸중 1·2차예방에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아스피린으로 치료 중 뇌졸중이 발생하는 허혈성 혈관사건 돌파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항혈소판치료가 심혈관질환 예방의 핵심전략인 만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가 숙제로 남는다. △아스피린 치료를 유지할 것이냐 △다른 항혈소판제로 전환할 것이냐 △아스피린에 여타 항혈소판제를 추가해 치료할 것이냐의 선택이다.

학계는 어느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못한 체, 아직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한국 연구진 일부 해답 제시

이 난제에 어느 정도 해답을 제시해 주는 과학적 근거가 최근 보고됐다. 한국 의료진(연구팀)이 한국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라 더욱 눈길을 끈다.

서울의대 배희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팀은 미국뇌졸중협회(ASA) 저널 Stroke 2016;47:128-134에 '아스피린 치료중 뇌졸중 발생 시 여타 항혈소판제 전략'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 "아스피린 유지보다 다른 항혈소판제로 전환 또는 병용하는 것이 이어지는 혈관사건 위험을 막는데 더 우수하다"고 밝혔다.

△ 여타 항혈소판제 전환 또는 병용

연구팀은 "혈관사건 예방에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만큼, 아스피린 치료 중 새로운 허혈성 뇌졸중이 발생하는 환자를 임상현장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전국 14개 의료기관 뇌졸중 등록 데이터베이스의 환자들을 전향적으로 관찰했다.

최종분석에 포함된 총 1172명은 증상발생 48시간 이내에 입원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였으며, 적어도 뇌졸중 발생 7일 전부터는 혈관사건 예방을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었다.

이 환자들 가운데 18.1%(212명)는 뇌졸중 후 아스피린 단독요법을 계속했다(유지그룹). 21.0%(246명)는 다른 항혈소판제로 전환했고(전환그룹), 나머지 60.9%(714명)는 아스피린에 여타 항혈소판제를 추가해 병용치료를 받았다(병용그룹).

전환그룹에서는 클로피도그렐 단독이 80.5%(198명), 실로스타졸 단독이 9.8%(24명), 여타 항혈소판제가 4.5%(11명)를 차지했다.

병용그룹은 각각 아스피린 + 클로피도그렐(87.1%, 622명), 아스피린 + 실로스타졸(10.5%, 75명), 아스피린 + 여타 항혈소판제(2.4%, 17명), 비아스피린계 항혈소판제 병용(5.2%, 13명)으로 구성됐다.

 
△ 클로피도그렐·실로스타졸 심혈관사건 감소

이들 세 그룹의 연간 심혈관사건 복합빈도(뇌졸중, 심근경색증, 혈관 원인 사망)를 비교한 결과, 유지그룹 14.5% 대 전환그룹 7.4% 대 병용그룹 6.7%로 차이를 보였다(P<0.001).

아스피린 유지그룹과 비교해 다른 항혈소판제로 전환한 그룹의 심혈관사건 위험은 50%(hazard ratio 0.50, P=0.03) 낮았다. 여타 항혈소판제를 병용한 그룹은 60%(0.40, P<0.001)의 상대위험도 감소를 나타냈다.
 
뇌졸중 위험은 9.0% 대 7.4% 대 5.0%(P=0.31), 뇌졸중·심근경색증·모든 원인 사망의 복합빈도는 21.2% 대 11.7% 대 11.2%(P<0.001)로 역시 아스피린 유지그룹 대비 유의한 차이가 관찰됐다.

이에 앞서 대만에서 실시된 관찰연구 역시 아스피린 치료 중 뇌졸중이 발생한 환자에서 다른 항혈소판제로의 전환이 가져다 주는 혜택을 보고한 바 있다.

대만 창궁의대의 Meng Lee 교수팀이 BMJ 2014;4:e006672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스피린 치료 중 뇌졸중이 발생한 환자들을 클로피도그렐로 전환해 치료할 경우 아스피린 재치료에 비해 뇌졸중 재발과 여타 심혈관사건 위험도가 낮았다.

△ 등록연구지만 치료선택 가이드 기대

Lee 교수는 연구에 사용된 개념인 '아스피린 치료실패(aspirin treatment failure)'를 아스피린 치료 중 뇌졸중과 같은 허혈사건을 경험한 경우로 정의했다. 그는 또 "아스피린 치료 환자에서 이러한 허혈 뇌혈관사건 돌파현상은 뇌졸중 진료가 이뤄지는 임상현장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부연했다.

연구팀은 대만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통해 이러한 환자들을 코호트로 구성하고, 이후 아스피린 또는 클로피도그렐 치료에 따라 뇌졸중 재발 및 여타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가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비교했다.

최종분석에 포함된 1884명의 환자들은 첫 뇌졸중이 발생하기 전 30일 이상 아스피린을 복용했으며, 이후 아스피린 치료를 계속하거나 클로피도그렐로 전환해 치료를 받았다. 연구팀은 두 치료그룹에서 주요 심혈관사건(MACE, 뇌졸중 또는 심근경색증 복합빈도)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후향적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클로피도그렐로 전환해 치료를 시작한 그룹의 MACE가 아스피린 치료군 대비 46% 유의하게 낮았던 것으로 보고됐다(P<0.001). 뇌졸중 재발 역시 클로피도그렐군이 46% 낮은 상대위험도를 나타냈다(P<0.001).

2차 종료점 가운데 허혈성 뇌졸중(45% ↓, P<0.001), 두개내출혈(60% ↓, P=0.041), MACE와 사망률 복합빈도(34% ↓, P<0.001) 등에서 아스피린 대비 유의한 혜택을 보였다.

이들 모두 등록연구라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임상연구 등 추가적인 근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스피린 치료 시 허혈사건 돌파현상 환자에서 대체 항혈소판요법 선택에 일정 수준의 가이드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