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장 김동수
인제의대 교수
부산백병원 순환기내과
최근 '심근병증의 진단과 치료 및 증례'를 주제로 좌담회가 개최됐다. 인제의대 김동수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부산의대 이지원 교수, 부산의대 박용현 교수, 인제의대 설상훈 교수, 인제의대 서정숙 교수가 차례로 강연 후 토론이 이어졌다. 본지에서는 이날의 강연 내용을 요약·정리했으며 토론 내용은 지면 관계상 생략했다.

패널
권용섭  부산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과장
김신재  울산의대 교수·울산대병원 심장내과
김태익  메리놀병원 순환기내과 과장
최정현  부산의대 교수·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허정호  고신의대 교수·고신대복음병원 심장내과


비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에서 심장 MRI의 역할

이지원
부산의대 교수
부산대병원 영상의학과
확장성 심근병증
심장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을 통해 심실용적, 좌심실구혈률(left ventricular ejection fraction, LVEF)의 재현성 높은 측정이 가능하다. 또 지연 가돌리늄 조영증강(late gadolinium enhancement, LGE) 영상을 통해 확장성 심근병증(dilated cardiomyopathy) 환자의 1/3에서 보이는 중벽의 조영증강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1A>.

확장성 심근병증 환자에서 섬유화 유무와 경벽침범도(transmurality)가 심장 돌연사 및 심실성 부정맥 위험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LGE 영상은 새로 진단된 좌심실 기능장애 환자에서 원인을 밝히는 데 유용하며, 지연 조영증강이 없는 환자에서 MRI 조영술을 함께 시행하면 좌주관상동맥 질환이나 심혈관질환의 배제가 가능해, 관상동맥 조영술 없이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할 수 있다.

 
비대성 심근병증
심장 MRI는 높은 공간해상도로 심근 두께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으며, 심초음파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심첨부 비후성 심근병증 또는 기저부 전벽중격에 국한된 심근비대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또한 비대성 심근병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의 2%에서 관찰되는 좌심실의 심첨 동맥류(apical aneurysm)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좌심실의 심첨 동맥류는 심장 돌연사와 심실성 부정맥, 진행성 심부전, 색전성 뇌경색의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빠른 진단이 중요하다.

비대성 심근병증에서 지연 조영증강은 약 80%에서 보이며, 심근 섬유화에 의한 국소적 간질확장을 시사한다. 특징적인 지연 조영증강 형태는 가장 두꺼워진 부위나 우심실부착 부위에 부분적으로 퍼져 있거나 융합성으로 나타난다<그림 1B>. 지연 조영증강의 범위는 심실 부정맥, 심장 돌연사의 빈도 그리고 심방세동 및 심부전, 좌심실 수축 기능장애와 연관이 있다. 하지만 지영 조영증강이 나쁜 예후를 예측하는 독립적인 인자로 생각하기에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유속 매핑을 통해 좌심실유출로의 협착 정도와 이첨판막의 수축기 전방 운동의 측정이 가능하며, 이는 중증 좌심실비대 및 심부전 증상, 나쁜 예후와 관련이 있다. 


중증 좌심실비대를 동반한 심부전 환자

박용현
부산의대 교수
양산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증례
57세 여성이 5개월 전부터 발생한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을 방문했다. 당뇨병, 음주 및 흡연의 과거력은 없었으나 5년 전 고혈압 및 심부전, 10년 전 류마티스관절염 진단을 받고 지속적인 약물 치료를 받아왔다. 혈압 160/100 mmHg, 맥박수 89회/분, 체온 36.1 ℃, 호흡수는 23회/분이었고 산소포화도는 91%로 감소돼 있었다. 심전도 검사에서 정상 동율동을 보였으나 사지 유도에서 QRS파의 전위가 낮았다. 흉부 X선 검사에서 심비대와 함께 폐울혈 및 다량의 늑막 삼출이 관찰됐다. 혈중 크레아티닌 1.47 mg/dL, brain natriuretic peptide (BNP) 2,677 ng/mL로 상승돼 있었다. 심초음파 검사에서 좌심실 벽두께가 15 mm로 증가돼 있었고 반짝이는 듯한 밝은 에코 음영을 보였다. LVEF는 42%로 감소됐고 E velocity 95 cm/s, A velocity 35 cm/s,  e velocity 3.6 cm/s, E/e 26.2로 좌심실충만압이 증가된 소견이었다. 폐고혈압 및 하대정맥의 다혈색을 보여 침윤성 질환에 의한 제한성 심근병증이 의심됐다<그림 2>.

 
혈액 및 소변 검사와 우심실 조직 검사에서 아밀로이드증의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파브리병(Fabry disease) 검사 결과도 음성이었다. 이뇨제, 베타차단제 및 안지오텐신 II 차단제를 포함한 약물 치료 중 신기능이 악화돼 복부 지방 생검을 시행했고, 간질 내 침착된 무정형 물질을 Congo-red 염색 후 편광 현미경을 통해 관찰했을 때 풋사과 색깔의 이중굴절양상을 보여 AA형의 아밀로이드증(amyloid protein A amyloidosis)으로 진단했다.

고찰
AA 아밀로이드증은 류마티스 관절염, 전신경화증, 강직성 척추염 등의 만성 염증성 질환이나 만성 감염성 질환, 크론병 등의 염증성 장질환 관련 합병증으로 발생한다.
AA 아밀로이드 원섬유(fibril)는 신장, 위장관 등에 침착하며, AL 아밀로이드증(amyloidosis light chain)과 달리 심장 침범이 1% 이하로 매우 드물고 심부전 증상은 주로 말기신부전 상태에서 나타난다. 심부전 증상 발현 시 평균 생존 기간은 6개월 이내이다.
심장 조직에서 직접 AA 아밀로이드증을 확진한 경우는 매우 드물며, 본 증례에서와 같이 타 장기의 조직검사 소견이 AA 아밀로이드증을 뒷받침하고 심초음파 검사에서 심실벽이 두꺼워지면서 특징적인 반짝임을 보이면 간접적 진단을 할 수 있다. 기저 염증성 질환의 조절 정도와 치료 성과가 비례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치료법은 정립된 바 없다.


ECMO로 치료한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연관된 심근병증

설상훈
인제의대 교수
해운대백병원
심장내과
증례
52세 남성이 1주 전부터 호흡곤란, 기침, 흉통을 호소해 응급실에 내원했다. 4년 전 당뇨병으로 진단 받고 약물 복용 중이었다.

혈압 119/75 mmHg, 맥박수 110회/분, 호흡수 32회/분, 체온 36.8 ℃였으며 심전도 검사에서 심방세동 소견, 흉부 X선 검사에서 심장비대 및 우측 흉막 삼출액을 보였다<그림 3A>. 혈액 검사에서 aspartate aminotransferase (AST)/alanine aminotransferase (ALT) 95/77 mg/dL, 젖산탈수소효소(lactate dehydrogenase, LDH) 354 mg/dL, 혈당 345 mg/dL, creatine kinase (CK)-MB 54.6 ng/mL, troponin-I 2.72 ng/mL, proBNP 2,351 pg/mL였다. 경흉부 심초음파에서 LVEF 20% 이하로 심하게 감소돼 있었지만 좌심실 확장 소견이나 국소 벽 운동장애는 관찰되지 않았다. 갑상선기능 검사에서 유리 T4 > 7.77 ng/dL, 갑상선자극호르몬(thyroid-stimulating hormone, TSH) < 0.01 mIU/L로 중증 갑상선기능항진증을 보였다.

 
치료
내원 18시간 후 혈압이 감소하고 호흡곤란이 심해지면서 AST/ALT 1,762/1,043 mg/dL, LDH 1,895 mg/dL로 증가하고 대사성산증이 악화됐다. 고농도 산소 투여에도 불구하고 산소포화도가 유지되지 않아 기계호흡을 실시했고, 승압제의 사용에도 불구하고 혈압이 60/30 mmHg로 감소하고 쇼크 상태로 진행돼 체외막산소화장치(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ECMO)를 삽입하고 항갑상선제와 심부전 약물을 투여했다. 입원 5일 후 심장기능이 호전된 경과를 보였고, 심전도는 정상 리듬으로 돌아와 ECMO를 제거했다. 입원 2주 후 LVEF 40% 이상이었고 흉부 X선 검사에서 심장 비대도 완화 소견을 보였다<그림 3B>. 퇴원 전 시행한 관상동맥 조영술에서 협착 소견은 없었다. 그 후 특별한 문제 없이 퇴원한 후 지속적인 약물 치료 및 경과 관찰 중이다.

고찰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관련된 심부전은 말초 혈관 저항을 감소시키고 맥박수를 증가시키며 호르몬이 직접 심근에 독성을 일으킨다. 일부 환자에서는 급격한 경과를 보이며 쇼크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실제 체내 혈액량은 많으나 혈관 저항이 감소돼 있기 때문에 급성 시기에 이뇨제와 혈관확장제를 사용할 때는 혈압의 변화를 살피면서 주의 깊게 사용해야 한다.


원인 불명의 제한성 심근병증을 보이는 심비대 환자

서정숙
인제의대 교수
부산백병원
순환기내과
증례
48세 여성이 약 1개월 전부터 흉부 불편감과 경도의 호흡곤란을 주소로 내원했다. 8년 전 당뇨병으로 진단 받고 약물 치료 중이었으며 15년 전 갑상선암 수술 병력이 있었다.

키 156 cm, 체중 38 kg였으며, 혈압 110/69 mmHg, 맥박수 68 회/분이었다. 심전도 검사에서 이상소견은 없었고 흉부 X선 검사에서 심비대가 관찰됐다. 혈중 proBNP 1,047.6 pg/mL, CK-MB 8.6 ng/mL, troponin-I 0.078 ng/mL, 소변 미세알부민이 1,314 mg/L로 상승돼 있었다. 혈액과 소변 전기영동에서 단세포군 감마글로불린병증(monoclonal gammopathy)은 관찰되지 않았다. 경흉부 심초음파에서 좌심실비대와 소량의 심낭액이 관찰됐고, 수축기능은 보존돼 있었으나 제한성 이완장애를 보였다<그림 4>.

 
심장 MRI에서 좌심실 기저부 하벽과 측벽의 심외막하 지연 증강이 관찰됐다. α-galactosidase A는 정상 하한 수치를 보였으나 유전자 검사에서 돌연변이는 관찰되지 않았고 1차 심근 생검에서 아밀로이드증 또는 유육종(sarcoid)을 시사할만한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심근세포 내 큰 액포와 중심 핵이 관찰되고 periodic acid-shiff (PAS) 염색에서 집락화(clustering) 소견을 보여 다른 저장질환이나 미토콘드리아질환이 의심돼 이를 확진하기 위해 추가적인 심근 생검을 고려 중이다.

치료
환자의 좌심실 이완기능 부전을 호전시키기 위해 소량의 이뇨제와 베타차단제 및 안지오텐신 II 차단제를 사용하였고, 환자의 증상은 호전됐다. 

고찰
고혈압이나 대동맥판막협착증과 같은 기저 원인 없이 좌심실비대가 관찰되는 경우 심전도, 혈액 검사, 심초음파 뿐만 아니라 MRI나 심근 생검을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심비대가 심해지면 좌심실 이완기능 부전이 발생하고 더 심할 경우 제한성 이완장애가 발생하기도 한다. 제한성 심근병증의 대표적인 질환은 아밀로이드증, 사르코이드증(sarcoidosis) 등이 있으며 그 외 파브리병 등의 유전질환도 있다. 하지만 본 환자는 전통적인 영상 검사와 심근 생검을 통해 확진이 되지 않았고, 이와 같은 경우 전자현미경 검사나 그 외 특수 염색 검사를 통해 흔하지 않은 심근병증을 진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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