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기 빠르고 정확하게 익힐 수 있는 솔루션으로 각광
독일 연구서 효과 입증

 가상현실(Vertual Reality, VR) 기기를 이용해 어려운 수술법을 배우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VR 기기는 전 세계 전자 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꼽는 제품 중 하나다. 지난 6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소비자가전쇼(CES)'에서도 단연 인기였다. 현재 개발사만 20여 개에 이르며 시제품도 나와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일본에서는 소니가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 삼성 VR 기기
지금까지 개발된 VR 기기는 모두 고글처럼 생겼는데, 이를 착용하면 프로그램에 따라 다양한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 영화를 3차원 입체 영상으로 시청하는 것은 물론 화면 속 사물을 만져보는 것도 가능하다. 게임에 적용하면 게임 속 등장인물과 대화도 할 수 있다.

VR 기기 활용해 수술 능력 향상

최근에는 의료산업으로 접목이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술기교육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시술, 수술 등 오랜 시간 동안 경험을 쌓아야 하는 트레이닝 교육에 활용하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숙련도를 쌓을 수 있어 더욱 각광 받고 있다.

VR 기기를 활용하면 화면 속 가상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을 해볼 수도 있다. 단순한 제거 수술부터 어려운 이식수술에 이르기까지 콘텐츠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에는 가상 심장병 환자 모델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등장했다. 지난해 연말 ‘Journal of Interventional Cardiology’에는 VR 기기를 이용한 심장 중재술 능력을 평가하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실렸다.

그 결과 가상현실 교육만으로도 수술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와 의료산업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 VR기기를 활용해 가상환자를 대상으로 시술 또는 수술을 해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사진은 의학 프로그램을 만드는 Hybrid Medical Animation.
해당 연구는 독일 남부 뷔르츠부르크의대에서 18명의 심장내과 팰로우를 대상으로 진행한 선행 연구이다. 참가자들은 모두 최소 50번 이상의 중재술 진단 경험이 있었으나, 시술 주도자로서 중재술 절차를 끝까지 수행해 본 경험은 없는 의사들이었다.

이들을 무작위로 나눠 VR 기기를 이용한 시뮬레이터군(8시간 교육)과 강의를 들은 군(4.5시간 교육)으로 나눠 숙련도 점수를 평가했다. 시험을 위한 모델은 관상동맥 중재술을 위해 실제 조건과 유사하게 만든 'pulsatile coronary artery model'을 사용했다.

연구 결과 VR군의 총 숙련도 점수는 베이스라인인 47.2점에서 53.0점으로 상승했다. 반대로 대조군(강의군)은 50.3점에서 43.6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리커트 척도(likert scale, 총화평점법)로 평가한 △풍선 삽입후 관상동맥 와이어 위치 △풍선 스텐트 교체 기술 △풍선과 스텐트 교체 후 와이어 팁 위치 △스텐트 위치 선정 등 4가지 항목에서도 모두 VR군이 대조군 대비 통계적으로 우수했다.

시술 시간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왔다. 모든 시술자들에게 모두 25분의 시간이 주어졌는데, VR군에서 평균 시술시간은 21.1분에서 19.4분으로 감소한 반면 대조군은 17.6분에서 20.9분으로 더 늘어났다. 다만 이 경우 두 군 간 통계적인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주 연구자인 뷔르츠부르크의대 Wolfram Voelker 박사는 "가상현실 기기를 이용한 훈련은 경피적관생동맥중재술(PCI) 시 필요한 다양한 구성 요소뿐만 아니라 빠른 판단력과 해석 및 입체적 지각능력을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형태의 훈련이 결과적으로 임상적 예후를 높일 수 있는지 추가 연구도 필요하지만 전통적 교육 방법이 제공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성질환 환자 교육에도 적용 가능

이러한 효과라면 의사교육뿐만 아니라 환자교육도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만성질환 치료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환자 교육이다.

▲ 의학 교육 뿐만 아니라 환자 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되고 있다.
특히 흡입형의 치료제 사용방법이라든지 자가 주사 형태의 약물투입 등에 관한 내용을 가상현실 공간을 통해 환자가 직접 체험해보면 그 어떤 대면교육보다 효과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나아가 응급환자를 위한 심폐소생술과 같은 교육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장소에 심폐소생술 기기가 있지만 상당수가 실행방법을 잘 모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VR 기기를 통한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응용 프로그램 개발•인증’은 숙제

이처럼 VR 기기를 활용한 기술이 날로 발전되고 있지만 이를 의료산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다양한 콘텐츠(프로그램)가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한 학계의 인증도 필요하다.

가톨릭의대 노태호 교수(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는 "VR 기기는 기존 하드웨어 시뮬레이션이 갖는 한계를 뛰어넘는 큰 장점이 있다"면서도 "완성도 높은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요하고, 또한 이를 지도할 수 있는 교육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VR로 교육받은 피교육생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대할 때 존엄성을 갖춘 인간이란 사실을 희박하게 인식할 위험성도 있어 이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