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의사' 보건소장, 공공의료 구멍
줄어드는 '의사' 보건소장, 공공의료 구멍
  • 박선재 기자
  • 승인 2016.01.0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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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1] 의사 보건소장 2001년 117명에서 2012년 108명으로 감소

신년기획

1. 줄어드는 의사 보건소장

2. 보건소 근무의사 프로그램 마련해야

3. 인터뷰 - 김혜경 수원시 장안구 보건소장 

 

정부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보건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공중보건인력은 감소하고 있고, 이들이 처한 근무환경은 더 열악해지고 있다. 특히 의사 보건소장이나 근무의사 등 의사전문인력의 감소는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금연클리닉, 운동클리닉, 대상증후군관리, 심뇌혈관질환예방관리. 민간의료기관에서 할 것 같은 이 프로그램들은 전국의 많은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것들이다.

과거 감염관리 등에 집중하던 것을 벗어나 엄청난 영역확장을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보건소 운영을 과거의 잣대에 맞춰 진행하고 있어 국민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처우나 환경에 대해서도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듣고 있다.

의학 지식 갖춘 의사소장 감소

보건소 의사소장 감소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지 못하지만 공공의료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현재 보건소(보건의료원 포함)의 수는 254개소이고,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사인력은 총 984명이며, 이 중 공중보건의사를 제외한 의사는 438명으로 조사됐다.

이 중 보건소장을 맡은 의사는 총 10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점점 보건소에 의사 소장이 감소한다는 부분이다. 지난 2001년 의사 보건소장은 117명이던 것이 2012년 108명으로 9명이 감소했다.

 

김혜경 수원시 장안구보건소장은 "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건강증진, 감염병 예방 등의 업무가 더 중요해졌지만 정작 이런 업무를 잘 알고, 의학적 지식을 갖춘 보건소 의사소장은 감소하는 추세라는 건 아이러니"라며 "최근 몇 년 동안 비의사 출신의 보건소장이 임용된 사례가 꽤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사가 보건소장에 많이 채용되지 못하는 이유를 보건소 내부에서 찾는다.

모 보건소장은 "보건소에서 개방형 전문인력으로 의사 출신의 보건소장을 채용해야 하는데 내부 직원을 승진시켜 소장으로 앉히는 사례가 많다"며 "민선시장들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심해졌다. 외부에서 보건소장을 채용할 때 내부직원들의 반발이 심한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급여가 낮고 승진이 안 되는 것도 의사들이 보건소에 눈길을 주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김 보건소장은 "내가 지난 1988년에 보건소장이 됐는데 아직도 보건소장이다. 보건소장에서 올라갈 곳이 없다"면서 "승진이 안 되기 때문에 경력계발 기회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보건소 근무 후 후생성에서 근무하게 하는 등 보건소와 후생성의 인사교류가 이뤄지고 있고, 후생성 공무원을 뽑을 때 보건소에서 근무한 의사에게 가산점을 주기도 한다"며 "지역을 잘 아는 관리자가 정책을 짜는 것과 우리나라처럼 보건소의 환경을 잘 모르는 사람이 정책을 기획하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5년제 '시한부'…재계약 시 다시 초봉으로

보건소에는 소장 이외에도 근무의사들이 있다. 이들에 대한 낮은 처우 문제는 보건소에 근무하고 싶은 의사들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중용한 요소다.

경기도의 모 보건소에서 낸 채용공고를 보면 연봉총액제로 6600만원을 제시하고 있다. 월 550만원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연봉을 4900만원 정도를 원칙으로 하고 여기에 의사의 능력이나 자격, 경력 등을 고려해 별도 합의를 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에 있는 모 보건소의 근무의사는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보건소에 간 것은 아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며 "월급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직업의 불안정성은 보건소 근무를 꺼리게 되는 중요한 이유다. 월급도 적고 직업도 안정되지 않으니까 의사로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 보건소장도 "관리의사들이 5년 정도 근무를 조건으로 한다. 2년 계약하고 다시 연장계약한 후 5년이 지나면 다시 채용공고에 응시해야 근무할 수 있다"며 "다시 채용에 응해 근무하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데, 5년 전 호봉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라고 꼬집었다.

보건소 영역 불확실…가이드라인 필요

많은 의사가 여유로운 시간 때문에 보건소를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1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보건소 근무의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당시 응답자 191명 중 보건소에 근무하게 된 동기를 묻는 말에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라고 답한 사람이 48.7%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공무원 신분보장'이 44.5%를 차지했고, '지역사회 보건산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라고 응답한 사람이 28.8%였다.

현실과 이상의 간극은 여기에서 발생한다. 시간 여유가 있을 것이라 선택했던 보건소 근무의사는 실상은 전혀 한가롭지 않다는 것이다. 민간의료기관이 하는 진료처럼 빠르게 그리고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

서울의 모 보건소 근무의사는 "보건소에 근무하면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다. 환자를 많이 보는 편"이라며 "어떤 것이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사의 역할인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는 근무 만족도에서도 드러난다. 보건소 근무의사에 만족한다는 사람이 45.2%로 절반을 넘지 못했다. 보통이라고 답한 사람이 39.3%, 만족하지 않는다는 8.1%였다.

전문가들은 보건소 의사소장과 근무의사들에게 공통으로 필요한 것은 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이를 강화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이라 입을 모았다.

미국은 공중보건인력이 갖춰야 하는 핵심역량을 분석·사정능력, 정책개발·프로그램 기획능력 등 3단계별 8영역으로 핵심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캐나다도 리더십, 의사소통, 정책과 프로그램개발 등 7가지 영역의 역량을 공중보건인력이 갖춰야 할 핵심역량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것조차 없는 현실이다. 대한공공의학회 등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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