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 교수가 말하는 당뇨병 환자의 혈전관리 전략
출혈·PAD·뇌졸중 위험 높으면 실로스타졸 유용

▲ 서울의대 임수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는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1차예방을 위한 항혈소판요법으로 아스피린이 권고되지만, 맞춤치료를 고려하면 고연령에 따른 출혈위험과 함께 말초동맥질환(Peripheral arterial disease, PAD)이나 뇌졸중 위험이 높은 환자들에게는 실로스타졸이 우월한 선택일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당뇨병이면서 여타 위험인자를 하나 이상 보유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의 1차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항혈소판제를 처방하는 것이 대원칙이다. 일반적으로 아스피린이 권고되지만, 맞춤치료를 고려하면 고연령에 따른 출혈위험과 함께 말초동맥질환(Peripheral arterial disease, PAD)이나 뇌졸중 위험이 높은 환자들에게는 실로스타졸이 우월한 선택일 수도 있다.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의 경우에는 아스피린 저항성과 위장관계 출혈 부작용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말초동맥질환 관리나 심•뇌혈관질환 예방이 목적이라면 실로스타졸 쪽으로 추가 기울 수도 있다."

당뇨병 환자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으로, 장기이환 환자의 대부분이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당뇨병의 종착역에 심혈관질환이 기다리고 있는 것.

이 여정은 심혈관 위험인자(고혈당•고혈압•비만•이상지질혈증) → 죽상동맥경화증 → 죽상경화반에 의한 혈전 또는 색전 →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심혈관질환 발생에 혈소판 활성화에 의한 혈전 또는 색전증 위험이 주요인자로 작용하고 있다.

내분비 학계의 임상의학자인 서울의대 임 수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당뇨병 환자의 종착역인 심혈관사건(심근경색증, 뇌졸중, 심혈관 원인 사망)을 막기 위해서는,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을지라도 고위험군일 경우, 1차예방을 위해 혈전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주된 수단은 물론 항혈소판요법이다.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항혈소판요법이 주 전략의 하나로 간주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1차예방에 있어 아스피린의 한계를 보완해 주거나 대체할 수 있는 여타 항혈소판제들이 포진해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종착역에서 심혈관질환과 조우할 가능성을 한껏 낮추고 있다.

- 당뇨병 환자에서 혈전관리를 위한 항혈소판요법이 필요한 이유는?

- 당뇨병 환자의 종결점, 즉 종국의 사망원인은 죽상동맥경화증을 위시로 한 심혈관질환(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말초동맥질환)이다. 당뇨병 치료의 궁극적인 목적도 이러한 질환을 사전에 막는 것이다. 혈관질환의 출발점이 바로 죽상동맥경화증인데, 고혈당•고혈압•이상지질혈증•비만 외에도 혈소판 활성화가 중요하게 기여한다. 이를 막지 못하면 심혈관질환 예방도 공염불이 되고 만다.

- 심혈관질환 1차예방을 위한 항혈소판요법은 어떻게 권고되고 있나?

- 당뇨병 환자는 심혈관질환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만큼, 항혈소판제를 처방하는 것이 대원칙이다. 하지만 무조건 항혈소판요법을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등도 이상의 심혈관질환 위험 환자에게는 어떠한 형태로든 항혈소판제의 처방을 권고하지만, 위험도가 매우 낮은 경우에는 처방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

- 전반적인 항혈소판요법 적용이 어려운 까닭은?

- 항혈소판요법의 위험 대비 혜택(또는 혜택 대비 위험)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아스피린은 여러 임상연구와 메타분석에서 심혈관질환 1차예방 목적으로 적용 시에 위약 대비 유의한 혜택을 확인하지 못했다. 반면 부작용, 즉 위장관계 출혈•식도염•위궤양 위험은 2배 이상 높았다.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1차예방 전략에 반드시 필요한 항혈소판요법이기는 하지만, 혜택과 위험의 균형을 고려한다면 전반에 무조건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 아스피린이 위험 대비 혜택의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이유는?

 

▲ 서울의대 임수 교수

- 가장 전통적인 항혈소판제이기는 하나, 혈소판에 비가역적으로 결합하는 기전 상의 한계가 있다. 혈소판의 수명이 다할때까지 작용하는 비가역적 특성 때문에 2차적으로 출혈위험이 발생한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환자에서는 아스피린 처방의 혜택이 이러한 위험을 상회하지만, 위험도가 낮은 그룹에서는 혜택은 상대적으로 반감되고 출혈위험이 더 부각될 수도 있다. 출혈위험이 높은 고령환자에서는 경우에 따라 위장관 출혈 시에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 현단계에서 아스피린을 대체할 수 있는 항혈소판요법은?

- 아직 어떠한 항혈소판제도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1차예방에 매우 우수한 효과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출혈위험을 낮춘 상태에서 아스피린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의 효과를 시사하는 약제들은 있다. 실로스타졸, 사포그릴레이트, 클로피도그렐 등이 대표적이다.

아스피린보다 가격이 높지만, 출혈위험이 큰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당뇨병 환자들에서 비용 대비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는 전략이다. 특히 실로스타졸은 말초동맥질환과 뇌혈관질환 등에 미치는 혜택으로 인해 아스피린을 대체할 수 있는 비용효과적인 선택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심장혈관 쪽에는 클로피도그렐, 손발저림 등 신경계통에는 사포그릴레이트가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심혈관질환 예방에 있어 실로스타졸의 유효성은 어디에서 기인하나?

- 실로스타졸은 PDE3(phosphodiesterase type 3)를 억제해 cAMP(cyclic adenosine monophosphate)의 수치를 증가시킨다. cAMP가 혈소판 활성화의 전(全) 과정에 핵심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이 수치를 증가시켜 혈전생성의 모든 루트를 차단할 수 있다. 기전 상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항혈소판제라 할 수 있다. 또한 PDE3는 혈소판 외에도 혈관의 평활근세포, 심장의 근육세포, 지방세포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심혈관에 미치는 다면발현효과(pleiotropic effect)를 기대할 수 있다.

- 부가적 심혈관보호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인가?

- 혈관평활근세포의 증식이 죽상동맥경화증의 원인 중 하나인데, 이 세포의 증식과 이동을 억제한다. 가장 주목받는 효과는 지방세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지방대사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지방대사의 핵심요소인 LPL(lipoprotein lipase)의 활성도를 높여 중성지방을 최대 50%까지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은 증가시킨다. 혈관내피세포의 산화질소(NO) 생성을 증가시켜 혈관확장작용을 유도하는 기전도 말초동맥질환이나 뇌혈관질환 임상혜택에 기여한다.

- 실로스타졸의 궁극적인 임상혜택은 어느 정도 입증돼 있나?

- 임상적용 결과를 보면 말초동맥질환에서 가장 좋은 효과를 보인다. 모든 항혈전제 중에 가장 우선적으로 선택되는 1차약제다. 간헐성 파행증 환자의 초기치료 전략으로 권고되는데, 증상개선과 함께 도보거리를 늘리는데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뇌졸중 재발위험을 아스피린 대비 30~50%까지 낮췄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큰 폭의 혜택을 반영해, 세계 여러나라 가이드라인에서 높은 등급으로 뇌졸중 재발예방에 권고되고 있다.

-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임상혜택은 어느 정도인지?

- 뇌혈관질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거가 많지 않다. 이를 고려해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당뇨병 환자에서 아스피린 대비 실로스타졸의 죽상동맥경화증 관련 임상혜택을 검증코자 전향적 임상연구를 직접 진행하고 있다. 심장혈관질환 1차예방의 혜택을 보기 위함이다. 아직 결론을 말할 수는 없지만, 중간결과를 보면 심장혈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 항혈소판제 선택의 주요 기준 중 하나인 부작용 위험은 어떠한가?

- 출혈위험은 아스피린 대비 50% 이상 낮다. 혈소판과 가역적으로 결합하는 기전 상 특성이 출혈위험을 줄여준다. 다만 NO 활성화에 의한 혈관확장작용이 뇌혈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때로는 뇌막에 압력을 가해 두통을 유발할 수도 있다.

기존 속방형 제제(100mg 1일 2회)를 사용할 경우 30~40% 정도에서 두통을 호소한다. 환자에게 이 부분에 대해 기전을 설명하고, 장기적으로 문제가 지속되면 용량을 줄이거나 다른 약제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처방허가를 받은 서방형 제제(200mg 1일 1회)를 적용하면 두통의 위험을 40%까지 줄일 수 있어, 복약 편의성과 함께 새로운 선택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