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정액제 상한-초진료 격차 590원 불과...진료수가 3% 인상에도 '한숨만'

새해 들어 동네의원의 진료수가가 3% 인상됐지만, 일선 개원가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10년 넘게 고정되어있는 노인정액제도로 인해, 수가 인상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해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는 까닭이다.

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의사협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체결한 수가협상 결과에 따라, 올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찰료 등 각종 진료수가가 3% 인상됐다.

이를 반영한 올해 동네의원 초진료는 지난해보다 410원 오른 1만 4410원, 재진료는 300원 오른 1만 300원. 그러나 상당수 동네의원, 특히 노인환자가 많은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수가인상의 효과를 체감할 수 없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5년째 동결된 노인정액제 탓이다.

1만 5000원 이하면 1500원 정액...넘으면 30% 본인부담

현행 건강보험은 65세 이상 노인환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외래 진료를 볼 경우 '본인부담금 정액제'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의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은 후 발생한 총 진료비가 1만 5000원 이하이면 환자로부터 1500원을 정액으로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진료비 할인제도를 두고 있는 것.

이는 경제적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노인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1995년 70세 이상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시작됐으며, 2000년 65세로 수혜대상을 넓혀 현재의 모형을 유지하고 있다.

▲노인환자 의원급 외래 본인부담 정액제도 주요내용

다만 진료비 정액제도가 적용되는 기준은 진료비 1만 5000원 이하인 경우로, 총 진료비가 1만 5000원에서 1원이라도 넘으면 정액제 적용대상에서 제외, 노인환자라 하더라도 일반환자와 동일하게 총 진료비의 30%를 본인부담해야 한다.

총 진료비 차이는 1원에 불과하지만, 이 때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4500원으로 3배 가량 뛰어오른다.

상한기준 15년째 동결...상한금액-초진료 격차 불과 590원

문제는 의료원가 상승 등 대외적인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15년째 정액제 적용 기준이 되는 상한액이 1만 5000원으로 고정되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데 있다.

일단 제도의 혜택을 받는 노인환자의 숫자가 크게 줄어, 제도도입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에 따르면 의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은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노인정액제를 적용받는 환자의 숫자는 2013년 77.3%에 달했으나, 2013년에는 74.5%, 2014년에는 69.2%, 2015년에는 66%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노인환자 10명 중 3명 이상이 노인정액제의 해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1만 5000원 상한액을 넘는 경우, 본인부담금이 3배 이상으로 급격 상승하는 구조는 의료기관과 환자간 분란의 원인이 되고 있다.

환자들이 제도의 세부내용을 잘 알지 못하다보니, 갑작스럽게 진료비가 뛰어오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의료기관에 항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정초마다 반복되는 진찰료 전쟁...'청구 포기' '할인 경쟁' 왜곡 현상도 

이 같은 현상은 해마다 진료수가가 인상되는 1월에 집중적으로 발생, 개원가의 속앓이를 부르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초진 진찰료와 노인정액 상한금액의 격차가 불과 590원에 불과해, 초진 후 간단한 물리치료만 시행해도 상한액을 초과, 환자 입장에서는 기존보다 3배가 넘는 본인부담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의원급 의료기관 초-재진료 현황

이에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상한액 1만 5000원을 넘기지 않기 위해 주사나 물리치료를 무료로 시행하거나 일부 처방이나 검사를 줄이는 등의 방법을 쓰기도 하고, 또 일부에서는 아예 노인환자 진료비는 일괄적으로 1500만 받는 '자체 정액제'를 실시하기도 한다.

이 같은 진료비 할인은, 의료기관간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정 의원에서 진료비 할인을 실시할 경우 반대로 제 값을 받는 의원들이 환자들의 비난을 받거나, 환자를 빼앗기는 왜곡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 "노인정액제 개선" 말 뿐...수년째 검토만

노인정액제 개선은 국정감사 단골메뉴이자 의정협의 최우선 과제로 꼽힐 정도로 수차례 이슈화 됐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론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가 재정부담 증가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는 까닭이다. 

복지부는 "노인외래 진료비 정액제 상한기준이 1만 5000원 이하로 고정된 반면, 매년 진료수가는 인상돼 적용대상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노인 인구변화, 평균적인 진료비 증가 추이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의료계는 노인정액제로 인한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을 위해 계속해서 힘을 기울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노인 건강 보호와 의료접근성 보장을 위해 외래 정액제 개선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며 "제도 개선을 위해 필요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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