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장 정기양
연세의대 교수
연세대세브란스병원 피부과
현 대한피부암학회 회장
최근 '광선각화증 치료 해외 가이드라인 리뷰'를 주제로 좌담회가 개최됐다. 연세의대 정기양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해외 가이드라인 소개 후 토론이 이어졌다. 본지에서는 가이드라인 및 이날의 토론 내용을 요약·정리했다.









패널 <왼쪽부터 가나다순>
김유찬 아주의대 교수·아주대병원 피부과
김정수 한양의대 교수·한양대구리병원 피부과
김희수 가톨릭관동의대 교수·국제성모병원 피부과
박병철 단국의대 교수·단국대병원 피부과
박향준 중앙보훈병원 피부과 과장
서수홍 고려의대 교수·고려대안암병원 피부과
안효현 고려의대 교수·고려대안암병원 피부과
윤숙정 전남의대 교수·화순전남대병원 피부과
이동윤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광선각화증 개요

최근 유럽, 캐나다 및 스위스의 광선각화증(actinic keratosis, AK) 진료 지침이 발표되거나 업데이트됐다. 하지만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나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으며 한국 환자에서 나타나는 AK의 특징, 환자의 특성 및 치료 환경에 적합하고 임상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한국 맞춤형 가이드라인의 개발이 시급하다.

만성적인 자외선(ultraviolet, UV) 노출은 AK의 발병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AK의 위험 요인으로는 고령, 남성, 누적된 햇빛 노출, 옅은 피부색이 있다. 또한, 면역체계가 억제된 환자 역시 AK에 대해 높은 위험도를 가진다.

AK의 발생률에 대한 인구 기반 연구는 현재까지 발표된 바 없으며 AK의 유병률은 나라 간 편차가 매우 크다. 적도에 가까우며 옅은 색 피부를 가진 인구의 비율이 높은 호주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AK 유병률을 나타나는데 40세 이상 호주인의 약 60% 정도에서 AK가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다.

단일 AK 병변이 침습적인 편평상피암(squamous cell carcinoma, SCC)으로 진행하는 비율은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부 자료에서는 단일병변 AK가 SCC로 진행하는 비율이 1년에 0.53% 정도인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단일병변 AK의 자연 소실률은 20~30%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완전히 필드화된 AK의 자연적 소실은 0~7.2% 정도의 환자에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절한 치료가 동반되지 않은 AK는 상태가 항시 변화하고 만성적인 성질을 띠며 자연 소실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AK는 침습적 SCC로 발전할 위험이 있으며 어떤 병변이 SCC로 진행할지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병변 혹은 필드의 치료가 필요하다(J Eur Acad Dermatol Venereol. 2015;29:2069-79).


가이드라인별 치료 지침

EDF Guideline
European Dermatology Forum(EDF) 가이드라인은 AK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분류해 치료적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필드 혹은 신체 부위에 1~5개의 병변이 나타난 경우를 단일병변 AK로, 6개 이상의 AK 병변이 나타난 경우를 다병변 AK로 정의한다. 필드 종양화(field cancerization)는 6개 이상의 AK 병변과 연속적이고 만성적인 광손상 및 각화증이 나타나는 상태이다. 이 외에도 면역력이 억제된 환자에서 나타나는 AK를 따로 분류하고 있다. 환자 하위군 분류에 따른 추천 치료법은 <표>와 같다(J Eur Acad Dermatol Venereol. 2015;29:2069-79).

 
Canada AK Guideline
Treatment options
캐나다의 AK 가이드라인은 독립(isolated) AK 병변과 무리 지어있는(clustered) AK 병변(4개 이상), 그리고 조직학 검사로 필드 종양화가 입증된 경우로 분리해 치료 접근법을 제시한다(J Cutan Med Surg. 2015;19:227-38). 독립 병변의 경우 환자 특성 및 병변의 위치가 적절하다면 냉동요법과 수술 치료가 가장 일반적이다. 특히 소파술(curettage)과 직접 수술로 잘라내는 방법은 각화가 심하게 나타난 경우 선호된다. 이 외에 단일병변 AK에서 제시된 치료 옵션 중 근거 수준 및 권고 강도가 높은 치료법으로는 ingenol mebutate와 imiquimod가 있다. 무리 지어있는 병변 및 필드 종양화가 나타난 병변에 대해서는 ingenol mebutate, imiquimod 및 광역동 치료(photo dynamic therapy, PDT)가 높은 근거 수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강하게 권고되고 있다. 이 외의 치료 옵션으로는 5-fluorouracil (FU), 피부 표면 레이저 치료, 중간 깊이의 화학적 필링이 있으나 근거 수준도 낮고 권고 강도도 약하다.

병용요법
서로 다른 기작의 치료 방법을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접근법도 가능하다. 제시된 옵션 중 냉동요법과 국소도포 용법을 병용하는 방법은 일반적 사용에 적합할 것으로 여겨진다. 냉동요법은 순수하게 병변에만 적용되므로 이후 추적관찰에서 필드치료를 부가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Swiss AK  Guideline
스위스의 AK 가이드라인은 치료법별로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바 치료법 간에 우위를 결정하기가 부적절하다고 명시한다. 따라서 AK의 병리적 측면과 환자의 특성 등을 고려해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할 것을 권장한다.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그림>에는 치료법별 특성이 잘 정리돼있다(Swiss Med Wkly. 2014;144:w14026).

 
병용 요법
병용요법은 대부분의 AK 환자에게 적합하며 PDT or 냉동요법+국소도포 용법(imiquimod, 5-FU, ingenol mebutate)의 조합 및 imiquimod+5-FU에 대해 소규모 임상연구가 진행됐다. 대체적으로 병용요법은 환자만족도, 국소피부반응, 병변 제거율에서 단일요법에 비해 긍정적인 결과를 나타냈다. 직접적(lesion-directed) 치료와 필드치료를 환자에 맞게 적절히 혼용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장점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병용요법의 기준에 대한 진료지침이 수립되지 않아 가장 유용하고 효율적인 병용요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Discussion

김희수: 중국 및 다른 아시아 나라에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AK 병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므로 한국에서 가이드라인이 발표된다면 아시아인들의 AK 치료에서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시아인이 차지하는 인구 비율이 상당하고 기존에 존재하던 가이드라인은 서양인 위주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윤숙정: 한국에서는 AK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많지 않습니다. 외국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치료제 중 5-FU나 diclofenac 등은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치료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는 PDT 역시 장비를 갖추고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3차 병원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의 실정에 맞는 치료 옵션을 반영한 가이드라인 개발이 시급합니다.

김유찬: EDF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다병변 AK를 병변 6개 이상으로 정의했고, 캐나다 가이드라인은 4개 이상으로 정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6개 이상의 병변을 갖는 환자는 드물어서 4개 이상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안효현: EDF 가이드라인에 대한 comment letter에 따르면 'AK 자체가 필드 종양화의 의미가 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J Eur Acad Dermatol Venereol. 2015 Sep 25. (Epub ahead of print)]. 그렇다면 다병변의 기준을 4개가 아니라 조금 더 낮춰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기양: 최근에는 AK 자체를 SCC in situ로 분류를 하기도 합니다.

김희수: 실제로 ingenol mebutate는 hypertrophic type에서는 사용하지 말라고 되어있지만, 개인적으로는 hypertrophic type 병변을 보이는 환자에서 프락셀 시술을 하고 ingenol mebutate를 도포하는 병용치료가 예상보다 예후가 좋은 것 같습니다.

윤숙정:
병용치료라고 할 때 프락셀 시술과 ingenol mebutate 도포를 동시에 하는 방법도 있지만, 순차적인 방법으로 냉동요법을 하고 효과가 없을 시 이후에 ingenol mebutate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으므로 치료 옵션의 선택을 잘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병철:
몇몇 논문에 따르면 순차적인 방법으로 치료 시, 냉동요법으로 비정형세포(atypical cell)가 줄어들면, 세포 특이적(cell specific)으로 작용하는 ingenol mebutate 도포 후 국소피부반응(local skin response)도 줄어든다고 합니다. 병용치료를 하게 된다면 효과도 효과지만 이상사례의 감소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향준:
Ingenol mebutate의 경우 서양인과 동양인에서 치료 효과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김유찬:
동양인에서 이상사례의 강도가 약간 더 높긴 하지만 효과도 더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기양:
Ingenol mebutate를 넓게 도포한 환자들의 경우 고생은 좀 하지만 미용적인 면에서 이전보다 피부가 좋아지기 때문에 환자 만족도가 높습니다. 아시아에서는 피부 미용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경향이 있으므로 하나의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병철:
해외 학술행사에서 imiquimod와 ingenol mebutate는 효력은 비슷하지만, 사용 시 통증과 불편함이 적지만 오래 지속되는 제형은 imiquimod이고 불편함이 크지만 짧은 경과를 보이는 지속되는 제형은 ingenol mebutate라는 발표를 들었습니다. 여기에 대해 동의하는 바이며 환자의 특성이나 선호도에 따라 적절히 선택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김희수:
제 환자의 경우 머리와 얼굴에 병변이 같이 있거나, 얼굴과 팔에 병변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곤혹스러운 경우는 머리에 병변이 있는 경우로 머리카락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고 냉동요법을 하면 통증이 심합니다. 그렇다고 두피에 PDT를 적용하면 이상사례가 걱정됩니다. 따라서 요즘은 레이저와 함께 ingenol mebutate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방법은 첫날에 레이저로 완전히 병변을 제거하고 바로 ingenol mebutate를 도포하는 것입니다.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lidocaine 제제와 병용하면 환자가 잘 견딥니다.

김정수:
제 환자 중에도 두피에 병변이 생기는 분들이 가끔 있는데 조직학적으로 악성으로 나타난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기양:
박향준 교수님은 AK 치료를 어떻게 하시나요?

박향준:
보통은 냉동요법을 하고 경과에 따라 수술과 PDT를 합니다. 하지만 호전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매한 부분은 완치의 판정 기준입니다. 완치판정을 위해 환자의 얼굴에 지속해서 조직검사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겉보기엔 깨끗해 보여도 생체검사(biopsy) 부위에 따라 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수홍:
치료 후 추적관찰을 어떻게 진행하는지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유용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기양:
동의합니다. 추적관찰 부분과 재발했을 때의 치료 및 치료 후 피부가 깨끗해진 뒤 유지요법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최근 유럽 및 캐나다 가이드라인에서는 다병변 AK를 숫자로 정해 놓고 필드치료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지만, 단일병변 환자에게 기저 병변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 재발한 경우도 많았으며, 직접적 치료 후 높은 재발률까지 고려 시 환자의 비용 부담도 증가되므로 병변 수와 관계없이 모든 환자에서 필드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발표됐습니다.

김정수:
서양인과 동양인에서의 AK는 양상도 다르고 치료에 대한 반응도 다르기 때문에 필드치료가 동양인에서도 효과적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대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AK라고 진단명을 내리고 조직검사를 했을 때 그 조직에서 SCC가 발견될 확률을 서양과 국내를 비교한다면 국내가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AK 환자를 치료해본 결과 상당수의 경우가 재발을 했고 그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기양:
결국은 AK의 치료 효과를 가장 높이면서, 이상사례 및 치료 기간은 줄이고, 치료의 불편감을 줄이는 방향의 AK 치료 가이드라인 수립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고려해야 할 것은 필드치료의 경우 병변만 치료하는 방법보다 재발률 면에서 우수하고 기저 질환까지 치료할 수 있어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발표된 가이드라인은 모두 백인의 비율이 높은 나라에서 발표돼 한국의 실정에 적용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오늘 토론에서 주신 의견과 같이 한국 환자에서 AK의 발생 양상이 다르고 환자들의 기대치도 다르기 때문으로 생각합니다. 추후 피부암학회에서 한국 환자의 AK에 대한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발할 예정이므로 일선의 진료 현장에서 미약하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리·메디칼라이터부
 사진·고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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