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사, 해외 근무 프로그램 통한 글로벌 인재양성 눈길

연애, 결혼, 출산 포기를 뜻하는 '삼포세대'를 넘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N포세대'라는 말이 있듯 요즘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취업난을 뚫었다 하더라도 신입사원의 열정과 패기를 오랫동안 간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길을 찾고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많다. 인재 발굴·활용을 경영핵심으로 생각하는 기업을 만나면 이들은 더 넓은 세상에 나아갈 기회를 얻기도 한다.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제약업계에서도 글로벌 인재양성은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특히 글로벌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갖춘 다국적사들은 직원들의 해외근무 파견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때문에 이제는 국내 조직에서 업무수행 능력을 높이 평가받아 리전(region)이나 해외 본사까지 진출하는 직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영역과 직급에 상관없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놨다. 구체적인 시기를 정해놓지 않고 독일 본사나 아시아태평양리전 등에서 필요한 직무를 모집하면 누구든 자유롭게 지원 가능하다. 이를 통해 이미 많은 직원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에서 호흡기 그룹 리더를 맡았던 황인하 이사는 현재 싱가포르에 위치한 베링거인겔하임 아시아태평양리전의 호흡기 마케팅 부서를 총괄하고 있으며, 김미경 전무는 아시아태평양리전의 마켓 엑세스 부서를 진두지휘 중이다. 높은 직급의 사원뿐만 아니라 일반 사원들도 언제든 도전할 수 있는데, 인사부 교육담당 이현정 대리와 마켓 리서치 담당 박정희 과장이 아시아태평양리전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또 독일 본사에 진출해 역량을 발휘하는 인재들도 있다. 독일 본사 글로벌 당뇨 분야 메디칼 어드바이저 이지수 이사와 항암 분야 메디칼 어드바이저 김미영 상무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이끌고, 혁신적인 신약 개발과 연구로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국내 조직에만 갇혀있던 직원들은 해외근무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HR부서 해외근무를 마치고 온 인사부 정순옥 차장은 "인터널 프로젝트 리더(Internal project leader) 선발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축적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에 동기부여가 됐다"며"해외근무를 통해 다방면으로 역량이 개발됐고 국제적인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한국노바티스도 직원들의 해외근무 기회를 활성화하기 위해 Talent Brokering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노바티스는 회사의 탤런트 매니지먼트 프로세스(Talent Management process)에 따라 조직의 탤런트 현황을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선정된 핵심인재들의 개발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글로벌에서는 하바드(Harvard), 인시아드(Insead)와 같은 유수의 교육기관과 합작한 20여개의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 및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아시아권에서는 급성장하는 시장 특성을 반영한 11개의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 및 교육을 제공한다.글로벌 및 아시아 리더십 프로그램과 교육 선발 기준은 키 탤런트(key talent)로 선정됐는지, 중요 포지션의 승계자로 선정됐는지 등이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약 30명의 직원이 참여했고 올해는 6명이 참여 중이다.노바티스 관계자는 "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키 탤런트들의 역량 개발을 촉진하고 조직의 리더십 파이프라인이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한국얀센은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고 있다. 얀센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국내 우수한 인재들에게 해외 존슨앤드존슨 계열사에 장단기 파견근무 기회를 제공한다. 젊은 리더들의 글로벌 리더십 역량 개발을 위해, 12개월 부터 18개월 정도 해외 계열사에서 근무할 기회를 제공하는 International Development Program(IDP), 글로벌 리더로서 역량을 갖춘 국내 우수한 리더들을 대상으로 해외 계열사 장기근무 기회를 주는 International Service Employee Program(ISEP)이 있다. 또 해외 MBA 졸업생들 중 향후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 채용하는 International Recruitment and Development Program(IRDP)도 운영 중이다. 타 글로벌 제약사에서 한국인 직원의 해외 진출을 위해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사노피는 매년 진행되는 정규 인사평가 기간에 직원의 해외 근무 희망 여부를 확인하고 해당 직원의 담당 직무에 맞는 인력 채용 공지를 확인한 후 주선(stretch assignment)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내 인재의 해외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해 마케팅, 허가, 마켓 엑세스, 재무관리, 임상연구 등 분야에서 7명의 직원이 해외근무 기회를 가졌고 올해는 마케팅부서 2명이 해외 근무자로 선정돼 일하고 있다.사노피 관계자는 "동료들의 해외진출 사례들로 긍정적인 자극을 받고 서로 도움을 주고 있어 예년보다 직원들의 해외진출 사례가 늘고 있다"며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경력개발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조직 진출에 필요한 역량은 영어보다 협동심·부지런함” 정성훈 사노피 사업효율화팀 이사   - 현재 담당하는 업무는? 마케팅·영업 직원들의 핵심 역량을 증진시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발굴해 교육하는 일을 한다. 시장 분석과 영업 관리 및 효율화 관련 업무라 할 수 있다. - 글로벌 조직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그곳에서 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사노피코리아에서는 내가 첫 해외 근무자일 것이다. 6년간 글로벌 조직에서 근무했다. 2004년 사노피-신데라보와 아벤티스가 통합되면서 아시아태평양 항암제 마케팅 본부인 싱가포르에서 탁소텔 마케팅 담당자 모집공고가 났다. 당시 16개국 내 항암제 마케터 간 내부 경쟁을 거쳐 regional role을 시작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주어진 일에 책임을 다 하고, 리전에서 요청하는 일이나 도움이 필요할 때 신속하고 성실하게 답신했던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아 높은 경쟁률을 뚫은 것으로 보인다. 또 리전이나 본사 직원들과 교류할 때 겸손하지만 자신감 있는 태도로 응대했고, 제품의 실적이나 시장 상황에 대해 가급적 있는 그대로 보여 주면서 그들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요청해 문제를 해결해 왔던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 글로벌 조직 장점은? 본사근무에서는 각 제품의 전략적인 방향에 대해 주요 국가 마케터들과 협의하고, 실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의료진과 각 국가의 브랜드 팀 동료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장점이다. - 글로벌 조직에서 일하려면 어떤 역량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영어가 필수 조건은 아니다. 내가 만난 한국인들은 영어가 유창하지 않아도 자기 분야의 일에 전문 지식을 쌓고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역량을 강화하며 팀원들과 협동하고, 겸손한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영어가 유창하지 못하더라도 5분 정도의 전화 회의나 대면회의에도 미리 철저히 준비하고 연습해 자신의 부가가치를 보여줌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감탄사가 나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부지런함이 가장 필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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