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A-REG OUTCOME 연구서 심혈관사건 14%·사망률 32%↓

 

SGLT-2 억제제 계열의 당뇨병 약물 엠파글리플로진이 혈당감소를 통해 심혈관사건은 물론 사망률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혈당조절을 목적으로 개발된 약물이 심혈관사건 예방효과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궁극적으로 사망률까지 유의하게 줄인 것은 엠파글리플로진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이상적인 당뇨병 치료약물이 나왔다며 조심스레 처방의 변화, 즉 고혈당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까지 전망하고 있다.

EMPA-REG OUTCOME
지난 9월 유럽당뇨병학회(EASD) 연례학술대회에서 공개된 EMPA-REG OUTCOME 연구결과가 그 주인공으로, 최종결과 발표와 동시에 NEJM에도 실리며 내분비·순환기 학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SAVOR-TIMI 53, EXAMINE, TECOS, ELIXA 등의 연구에서 DPP-4 억제제나 GLP-1 수용체 작용제 등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늘리지도 줄이지도 않는다는 중립적 효과를 보고한 반면 이번 연구는 궁극적인 심혈관사건 아웃컴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연구는 한국을 포함한 42개국 590개 의료기관에서 모집된 7028명을 엠파글리플로진(10, 25mg) 또는 위약군으로 나눠 심혈관 원인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 등의 주요심혈관사건 첫 발생을 1차 종료점으로 평가했다(3 point MACE). 2차 종료점은 1차 종료점에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을 포함시켰다(4 point MACE). 그 외 각각의 심혈관 위험요소에 대한 분석을 실시했으며 아울러 혈당, 체중, 허리둘레, 혈압, 심박동, 지질 변화 등도 투약전후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 관찰했다.

심혈관 고위험군 환자에 엠파글리플로진 투여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63세로, 남성 비율은 70%였다. 인종별로는 유럽인이 41%로 가장 많았고 미국인 19%, 아시아인 19%, 라틴아메리카인 15% 정도를 차지했다. 참여 환자들의 평균 당화혈색소(A1C)는 8.07%였으며, 유병기간은 10년 이상이 57%로 가장 많았다. 5~10년 사이는 24%, 5년 이하는 18%였다. 74%의 환자들이 메트포르민을 복용하고 있었고 설포닐우레아(SU) 제제를 복용한 환자도 42%나 됐다. 인슐린도 48%의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었다.

평균 체중은 86kg으로 당뇨병과 밀접한 평균 체지방지수(BMI)와 허리둘레는 각각 30.6kg/㎡와 105cm로 비만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혈압은 135/76mmHg로 유럽심장학회(ESC) 가이드라인 기준으로 고혈압 1단계 정도의 수준이었다. LDL 콜레스테롤은 84mg/dL이었으며, HDL 콜레스테롤은 44mg/dL로 초기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이 참여했다.

환자군 대부분에게는 심혈관질환이 있었다. 이 중 관상동맥질환 환자가 75%나 포함돼 있었고, 심근경색증 병력 환자도 46%에 육박했다. 뇌졸중 유병자와 심부전 환자는 각각 24%와 10%였다. 이로 인해 환자들 대부분이 항고혈압제를 복용하고 있었고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베타차단제(BB), 이뇨제, 칼슘길항제(CCB) 복용률이 각각 80%, 64%, 43%, 33%였다. 스타틴은 76%, 아스피린 82%, 클로피도그렐 11%, 와파린은 6.7%가 복용하고 있었다.

주요심혈관사건 유의하게 낮춰

 

평균 3.1년 관찰결과, 엠파글리플로진은 주요심혈관사건(3 point MACE)을 위약군 대비 14%까지 유의하게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hazard ratio 0.86, P=0.0382)<그림>. 용량별로는 엠파글리플로진 10mg이 위약 대비 15%(P=0.0668), 25mg은 14%(P=0.0865)의 상대위험도 감소를 나타냈다. 두 용량 모두에서 일관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관찰된 것이다. Intent-to-treat 분석에서도 엠파글리플로진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는 위약 대비 14%였다. On-treatment 분석에서도 13% 감소효과가 나타났다.

사망률 감소까지 처음 보고
심혈관 원인 사망도 38% 더 낮췄다. 엠파글리플로진 10mg은 위약 대비 심혈관 원인 사망을 35% 줄였고, 25mg은 41%로 효과가 더 컸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비치명적 뇌졸중은 엠파글리플로진군에서 더 증가되는 경향을 보였는데 결과적으로 통계적인 유의성은 없었다.

2차 종료점으로 분석한 4 point MACE에서의 주요심혈관사건도 11% 더 낮추는 것으로 나왔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 흥미롭게 관찰된 부분은 심부전 입원 발생 여부였는데 DPP-4 억제제와 달리 심부전 입원율을 35%나 낮췄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대목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즉 전체 사망률이 엠파글리플로진군에서 32% 감소했다는 것이다.

우려했던 요로계 감염률은 모든 군에서 평균 18% 발생했는데 위약군과 동등한 수치였으며, 이로 인한 약물 중단율은 0.9%였다. 여성이 35%로 남성(10%)에 비해 3배 이상 많았지만 위약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었다. 복합적 요로계 감염도 유사했다. 확진된 저혈당증은 평균 28%로 나타났지만 응급을 요하는 비율은 1.5%였고, 위약과 비교해 특별히 많지는 않았다.

주 연구자인 캐나다 토론토의대 Bernard Zinman 교수는 “엠파글리플로진은 저혈당 증가 없이 A1C를 낮추면서 체중, 혈압, 지질도 개선시켰다”면서 “심혈관사건을 14%, 심혈관 원인 사망은 38%,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은 32% 낮추는 것으로 나왔다”고 결론내렸다. 이어 그는 “이번 연구를 재분석하면 환자 1000명당 3년 치료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엠파글리플로진을 사용했을 때 위약보다 환자 25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으며,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을 14명 더 줄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SGLT-2 억제제 엠파글리플로진의 심혈관사건 및 사망률 개선 연구와 관련해 국내 임상의학자들은 향후 당뇨병 치료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지금까지 당뇨병 약물이 심혈관질환 위험에 사망률까지 개선한 경우는 없었다는 점을 들며 임상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엠파글리플로진은 연구 자체로도 매우 흥분되는 약물이며, 추가적인 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까지 더해지면 더 매력적인 약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심혈관질환 위험과 사망률까지 개선하는 당뇨병 약물이 나왔다는 자체만으로 임상적 영향이 클 것이다. 궁극적으로 당뇨병 환자들의 주요 사망원인은 심혈관질환이다. 그런 측면에서 엠파글리플로진은 혈당조절 효과는 물론이거니와 심혈관질환까지 예방한다는 점에서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당뇨병 약물이다. 향후 이 약물은 당뇨병 치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추가분석을 통해 새로운 사실이 나온다면 당뇨병 치료에서 엠파글리플로진의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 -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

“1차 종료점에서 심혈관사건 위험을 현저하게 줄인 약은 엠파글리플로진이 처음이다. PROactive 연구도 있었지만 2차 종료점에서 위험감소를 확인했고, 궁극적으로 심혈관 원인 사망을 줄인 약은 엠파글리플로진이 처음이다. 특히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드라마틱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미뤄볼 때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권혁상 교수

“임상연구를 보면 각종 항고혈압제는 물론, 스타틴과 아스피린 등 심혈관계 약물을 모두 쓰고 있었다.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이미 좋은 약을 쓰는 상태에서 혈당조절 약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추가로 개선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률을 낮췄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결과다. 다른 성분의 SGLT-2 억제제들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개선하는 것으로 입증되면 당뇨병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대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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