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한국인의 임상특성을 십분 고려해 치료전략을 짠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이 올해 새롭게 선을 보였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최근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제3판’을 발표, “한국인 이상지질혈증의 임상특성은 다르지 아니한가?”라는 질문에 근거중심적 답변을 제시하고자 했다.

가이드라인의 홍수 속에 자신의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최적의 지질치료를 놓고 선택을 고민해 왔을 우리나라 임상의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임상의들이라면 백인 중심의 서양사회에 온전히 맞춰진 가이드라인 권고안과 이와는 차별화되는 임상특성의 한국인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을 앞에 두고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는 데 애를 먹었던 경험이 없지 않을 것이다.

우선 새 치료지침을 통해 서양과 차별화되는 한국인만의 이상지질혈증 유병특성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최근 보고한 Dyslipidemia Fact Sheet in Korea 2015의 주 내용을 정리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2015년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제3판’에서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를 차등 설정하는 틀을 유지했다. 심혈관질환 위험도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기준으로 치료에 임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이를 따를 경우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고위험군, 중등도위험군, 저위험군의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LDL 콜레스테롤 70mg/dL에서 160mg/dL 미만에 이르는 목표치를 적용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변수들은 바로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도와 기저 LDL 콜레스테롤 수치다. 이 두 가지 기준에 근거해 약물치료의 시작을 결정하게 된다.

심혈관질환 위험도는 △초고위험군(관상동맥질환, 허혈성 뇌졸중, TIA, 말초동맥질환) △고위험군(경동맥질환, 복부대동맥류, 당뇨병) △중등도위험군(주요 위험인자 2개 이상) △저위험군(주요 위험인자 1개) 등 과거보다 세부적으로 분류했다. 이를 기준으로 기저 LDL 콜레스테롤 △70~99mg/dL △100~129mg/dL △130~159mg/dL △160~189mg/dL △≥190mg/dL에 따라 생활습관 개선 및 약물치료를 시작한다<표>.

 

지질동맥경화학회는 새 지침에서 “기존의 목표치를 없애고 중등도 이상 용량의 스타틴을 일괄적으로 투약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투약 강도에 따른 지질강하 정도는 환자에 따라 차이가 크다”는 설명이다. 적어도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 이상지질혈증의 임상특성을 고려할 때 스타틴 고강도 치료의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 지침의 요지다.

학회는 “미국 가이드라인이 아시아인 대상의 연구를 포함시키지 않았고,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중강도 이상 고강도 스타틴 요법의 이점 및 부작용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아시아인에서 고강도 스타틴 요법의 임상혜택과 고용량에 따른 부작용 위험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근거해 위험도에 따른 지질 목표치를 설정해 놓고 치료를 적용하도록 유도했다. 우선 관상동맥질환, 허혈성 뇌졸중, 일과성뇌허혈발작(TIA), 말초혈관질환에 해당하는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게는 LDL 콜레스테롤 70mg/dL 미만 또는 기저치 대비 50% 이상의 감소를 권고했다.

다음으로 당뇨병, 경동맥질환, 복부대동맥류에 해당하는 고위험군에게는 100mg/dL 미만으로의 조절이 권고됐다. LDL 콜레스테롤을 제외한 주요 위험인자가 2개 이상인 중등도위험군은 130mg/dL 미만, 위험인자가 1개 이하인 저위험군은 160mg/dL 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새 지침의 이상지질혈증 기준에 따르면 △LDL 콜레스테롤 160mg/dL 이상 또는 콜레스테롤약 복용 중인 경우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중성지방 200mg/dL 이상은 고중성지방혈증 △HDL 콜레스테롤 40mg/dL 미만은 저HDL콜레스테롤혈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지질이상 중 한 가지라도 해당하는 경우를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한다.

[Expert Opinion]
김상현 서울의대 교수 / 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 이번 새 지침에서 주목해야 할 메시지는?
지침의 첫 번째 기조는 통설로 인정받고 있는 주요 연구결과들을 적극 수용한다는 것이다.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에 따라 심혈관질환 2차예방을 위한 지질치료를 강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초고위험군의 지질 목표치 하한선을 두는 것이 무의미하지 않느냐는 논쟁도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70mg/dL 미만을 제시했다. 하지만 급성 심근경색증과 같은 경우에는 목표치에 국한하지 않고 약물치료를 하도록 했다.

-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서 고강도 스타틴의 집중치료를 주문한 것인가?
그렇다. 한편 2차예방에 있어 스타틴 최고용량만을 고집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이견도 있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스타틴 반응도와 함께 고용량에 따른 부작용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치료시작과 초기에 고강도 스타틴을 쓰더라도 차후에는 중강도 용량으로 전환이 필요한 환자들도 상당수 있다. 한국인 이상지질혈증의 임상특성을 고려해 스타틴 용량을 차별 적용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혔다.

- 지질 목표치와 관련해서는 고민이 많았을 듯 싶은데.
목표치를 그대로 둔 데에는 환자나 의사의 치료에 대한 관심과 적극성을 제고시키고자 하는 측면도 고려됐다. 미국 가이드라인을 따를 경우, 약물치료 후 상대적으로 예후관찰(follow-up)에 대한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병의원 접근성이 좋고 충분한 모니터링이 가능한 환경이다. 이런 점에서 지질관리에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하는 데 치료 목표치 설정이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게 LDL 콜레스테롤 70mg/dL 미만, 고위험군에게는 100mg/dL 미만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한편 경계치 미만에서도 LDL 콜레스테롤을 더 낮출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았다. 심근경색증 환자들에게 70mg/dL 미만에서도 약물치료로 더 낮게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고위험군의 경우도 100mg/dL 미만인 상태에서 위험인자가 다중발현되는 경우 등에도 약물치료를 계속할 수 있다. 치료 목표치 설정이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에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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