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 2013년 새로운 ‘고혈압 진료지침’을 발표했다. 2004년 이후 10여년 만의 개정판으로, 긴 여정만큼이나 많은 변화를 담아냈다. ‘혈압’보다는 ‘환자’를 치료하도록 주문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혈압이라는 단일 수치에 얽매이기보다는 혈압을 포함한 환자의 임상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전략을 수립하도록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혈압조절 = 심혈관질환 예방’이라는 공식을 이끌어내기 위해 치료전략의 내연을 넓힌 것으로 불 수 있다.

치료목표는 심혈관사건 예방
진료지침은 “혈압을 조절해 혈압상승에 의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치료목표를 명시하고 있다. 높아진 혈압이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와 궁극적인 심혈관질환의 복합적 원인 중 하나인 만큼, 고혈압 환자에서 이를 공략하는 것은 기본적인 전술이고 전략은 최종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혈압만 봐서는 치료목표 달성 힘들어
2013 고혈압 진료지침의 가장 큰 변화이자 핵심은 심혈관 위험도 평가기준을 제시하고, 이에 근거해 치료방침을 세우도록 한 것이다. 과거 혈압만을 근거로 또는 혈압을 중심으로 치료가 계획되고 실천됐다면, 새로운 지침에서는 혈압과 더불어 심혈관 위험인자·표적장기손상·동반질환 등을 종합해 전체 심혈관 위험도(global cardiovascular risk)를 평가하도록 했다. 이 평가결과는 연이어 치료계획과 전략 수립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심혈관 저·중·고위험군이냐에 따라 약물치료 출발점이 달라지고, 환자의 동반질환 등 임상특성에 따라 약제의 선택도 다방면으로 구사된다.

 

고혈압 치료를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혈압의 분류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 이를 통해 혈압 수치의 정상 또는 저·중·고위험 정도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를 치료가 필요한 단계로 규정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로, 고혈압의 정의와 관계된다.

2013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은 이 혈압 분류와 환자의 심혈관 위험도에 근거해 치료방침을 제시하고 있다. 혈압 분류가 치료의 기준으로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고혈압의 경계치를 기준으로 고혈압전단계와 고혈압 1·2기 등 혈압의 높고 낮음에 따른 분류가 보다 세분화되고 있다. 세부적인 맞춤치료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정상혈압·고혈압전단계·고혈압
2013 진료지침은 수축기혈압 140mmHg, 이완기혈압 90mmHg(140/90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정의하고 있다. 정상혈압은 120/80mmHg 미만으로 분류했다. 여기에 고혈압과 정상혈압의 중간 지점인 120~139/80~89mmHg를 고혈압전단계로 규정하고, 이를 다시 고혈압전단계 1기(120~129/80~84mmHg)와 2기(130~139/85~89mmHg)로 세분했다.

2013 유럽고혈압학회(ESH)·심장학회(ESC)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120/80mmHg 미만을 Optimal(최적), 120~129/80~84mmHg를 Normal(정상), 130~139/85~89mmHg를 High normal(높은 정상)로 분류하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 지침은 최적과 정상혈압 분류가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이 둘을 정상혈압으로 통일했다. 2013 진료지침에서 고혈압은 다시 1기(140~159/90~99mmHg)와 2기(160/100mmHg 이상)로 세분된다.

유럽 가이드라인은 이보다 더 나아가 Grade 1 hypertension(140~159/90~99mmHg), Grade 2 hypertension(160~179/100~109mmHg), Grade 3 hypertension(180/110mmHg 이상)까지 분류하고 있다. 2013 진료지침은 또한 수축기혈압 140mmHg 이상에 이완기혈압 90mmHg 미만인 상태를 수축기 단독고혈압으로 정의했다.

 

고혈압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왜?’, 즉 치료의 목표다. 이를 명확히 이해해야 올바른 치료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2013년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은 “혈압을 조절해 혈압상승에 의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고혈압의 치료목표를 정의하고 있다. 심혈관질환이 이미 발생한 환자에서는 혈압을 조절해 질환의 진행을 억제하고 재발을 막음으로써 사망률을 감소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다.

여기서 중요한 두 가지 팩트가 대두되는데, 혈압과 심혈관질환이다.
우선 고혈압 치료는 높은 혈압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높은 혈압은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고혈압 치료는 단순히 혈압을 낮추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인 임상결과, 즉 심혈관질환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혈압조절과 심혈관사건 위험 감소
2013 지침에 따르면, 대부분의 고혈압 임상연구에서 혈압을 10~20/5~10mmHg 정도 낮추면 뇌졸중과 허혈성 심장질환이 각각 30~40%와 15~20%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을수록 혈압강하에 따른 이득이 크다. 따라서 고혈압 치료는 혈압 수치와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근거해 계획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 지침의 메시지다.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환자의 혈압 측정과 심혈관 위험도 평가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3 지침은 우선적으로 혈압측정, 병력청취, 신체검사, 기본검사 등을 통해 이차성고혈압 원인을 배제하고 이어 가정혈압이나 24시간 활동혈압(권장검사)을 통해 백의고혈압을 걸러내는 등 정확한 혈압측정과 진단을 치료의 시작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연이어 혈압수치와 함께 심혈관 위험인자, 무증상장기손상, 심혈관질환, 합병증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평가하고 이에 근거해 생활요법 또는 약물치료의 시작을 계획하도록 알고리듬을 주문했다.

심혈관 위험도 평가·분류
2013 진료지침은 혈압의 높고 낮음에서 더 나아가, 환자의 전반적인(global) 심혈관 위험도를 평가해 분류하고 이에 근거해 치료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혈압과 심혈관 위험도가 치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국내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이 같은 전략적 권고안을 제시한 것은 2013년판이 처음이다. 심혈관 위험도 평가 및 분류와 이에 따른 치료계획의 수립이 새로운 진료지침의 가장 큰 변화이자 핵심이다.

지침은 심혈관 위험도 평가의 기준이 되는 구성요소로 △혈압의 높고 낮음(혈압 분류) △심혈관 위험인자의 개수 △무증상장기손상 유무 △임상적 심혈관질환 유무 등을 제시했다. 이들 요인에서 어떤 특성을 나타내느냐에 따라 환자들의 심혈관 위험도를 최저위험군(10년 심뇌혈관질환 발생위험 5% 미만), 저위험군(5~10%), 중위험군(10~15%), 고위험군(15% 이상, 20% 이상의 최고위험군 포함)으로 분류했다. 이 분류에 따르면 고혈압전단계(2기)의 환자라도 당뇨병, 심혈관질환, 또는 만성콩팥병이 있으면 심혈관 고위험군으로 규정된다. 또한 고혈압(1기) 환자일지라도 위험인자가 없으면 저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약물치료의 시작
환자의 심혈관 위험도 평가 및 분류결과는 곧바로 치료의 기준이 된다. 2013 진료지침은 환자가 심혈관 저·중·고위험군이냐에 따라 생활요법과 약물치료의 시작을 권고하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1기 고혈압 환자부터 약물치료가 적용되는 가운데 고혈압전단계에서도 당뇨병, 심혈관질환, 또는 만성 콩팥병이 있는 고위험군에게 약물치료가 권고된다.

심혈관 위험도 평가·분류를 보면 고혈압전단계 2기이면서 당뇨병, 심혈관질환, 만성 콩팥병이 있는 경우 고위험군에 속한다. 과거 고혈압전단계에서는 이러한 경우에 약물치료가 고려되지 않았지만, 이번 지침에서는 동반질환에 따라 심혈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만큼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도 있도록 권고했다. 140/90mmHg 미만이더라도 당뇨병 등이 있으면 130/85mmHg(고혈압전단계 2기)부터는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기존에 비해 약물 적용의 시기가 다소 앞당겨진 것이다.

고혈압 1기 환자에서는 위험인자 3개 이상이거나 무증상 장기손상이 있는 경우부터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2기 고혈압 환자는 당뇨병 이외의 위험인자가 1~2개인 경우부터 고위험군이다. 진료지침은 이 고위험군에게 생활요법과 동시에 약물치료를 바로 시작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저위험군 또는 중위험군 고혈압 환자에게는 생활습관 교정을 시도한 후 약물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했다<표>. 한편 노인의 경우, 수축기혈압이 160mmHg를 넘으면 약물치료를 시행하고, 140~159mmHg인 경우에는 약물치료에 잘 적응하면 지속적으로 치료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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