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메르스 등 8대 질환 지정…치료제·백신 개발 박차

지난 12월 8일부터 9일까지 전 세계 감염질환 전문가 20여 명이 스위스 제네바에 모여 10가지 감염질환 중 예방 및 치료 수단이 전무하며, 가까운 미래 발병 소지가 가장 높은 질환을 선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논의 끝에 총 8개의 감염 질환을 최종 확정했다. 
 
여기에는 △마버그열(Marburg haemorrhagic fever) △니파 바이러스(Nipah virus) △라사열(lassa fever) △에볼라(ebola) △메르스(middleeast respiratory syndrome) △사스(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리프트밸리열(rift valley fever) △크리민콩고출혈열(crimean congo haemorrhagic fever)이 있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이번 발표는 현재 구상하고 있는 '감염 질환 예방을 위한 R&D 청사진' 프로그램의 일부다. 
 
이번 프로그램은 서아프리카에서 발병한 에볼라에 대해 WHO의 초기 늑장대처가 감염 질환 확산을 이끌었다는 여론이 빗발치며 개최된 지난 5월 총회서 범유행병 대응방법을 개선하는 등 R&D를 촉진하라는 요구로 진행됐다.
 

에볼라와 유사한 증상 보이는 마버그열

에볼라, 메르스, 사스 등은 이미 매스컴을 통해 널리 알려졌지만, 마버그열 등과 같은 질환은 여전히 인지도가 낮다.  마버그열은 에볼라와 유사한 증상 경과를 보여 더욱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약 14일 동안의 잠복기를 거치는데, 인두염, 구토, 신부전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범발성 혈관 내 응고병증(DIC)에 빠져 다장기부전으로 7~10일 사이에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 치사율은 22~88%다.

현재까지 감염 경로(설치류를 포함한 대부분 동물이 감염 매개체로 추정)를 막는 방법, 백신 등 질병 자체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치사율 50% 니파 바이러스

이처럼 가축이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의 병원균 매개 역할을 한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가장 널리 알려진 예가 니파 바이러스다. 주로 감염 돼지의 타액, 기관분비액 등 분비물에 직접 접촉해 전염된다.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 저자 네이선 울프에 따르면 1999년 말레이시아 '니파'라는 마을에서 처음 발견된 니파 바이러스는, 같은 해 싱가포르를 포함해 총 2577명이 감염됐고 이 중 100여 명이 사망할 정도로, 50%의 치사율을 갖고 있다. 생존자 중에서도 50% 이상은 심각한 뇌 손상이 동반된다는 게 울프의 부연이다.

초기 증상은 고열, 식욕감퇴, 구토 등으로 독감증세와 매우 흡사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경계에 심각한 증상이 동반된다.

실제로 울프가 제시한 자료에서 감염 환자들의 MRI 촬영 결과를 보면, 뇌가 심각하게 손상된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심각한 감염 질환임에도 마버그열과 마찬가지로 예방약은 물론, 치료방법도 개발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임산부·태아 치사율 높은 라사열

▲ 라사열바이러스ⓒCDC 제공

쥐와 진드기에 의해 감염되는 라사열은 감염자 수가 매년 30~50만 명으로 이 중 2만 명이 사망할 만큼 그 위험도가 매우 높다. 감염환자의 약 15~20%가 사망하고 특히 임신 말기 여성과 태아에서 치사율이 높다. 임신부 감염 시 약 95%에서 유산이 유발되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1969년 나이지리아의 라사 마을에서 발견돼 라사열이란 이름이 붙여졌는데, 잠복 기간은 7~10일이다.

주로 발열, 인후통, 결막염, 단백뇨, 부종, 점막 출혈, 신경장애로 인한 청각능력 손실 또는 뇌염 증상 등이 나타난다. 심하면 쇼크 상태에 빠져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현재는 감염 6일 이내에 항바이러스제 리바비린을 투여하는 치료법이 전부다.

리프트밸리열·크리민콩고출혈열

모기가 주요 매개체인 리프트밸리열은 큰 합병증은 없지만 영구적인 시력 손상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다른 감염 질환처럼 특별한 치료법이 없으며, 현재 인간에게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이 연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성 출혈열의 일종인 크리민콩고출혈열도 중앙아시아, 유럽 등에서 유행하고 진드기 물림 등에 감염된다. 간염, 출혈, 열, 두통, 근육통, 결막염, 출혈 반점, 위장출혈 등의 증상 징후를 동반한다. 주로 혈장 교환술(therapeutic plasma exchange) 등의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치쿤구니아 등 2급 중증질환 지정 

WHO 정책담당 Cathy Roth 박사는 지난 11일 미국과학진흥협회 저널 'Sciencemag'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류인플루엔자(AI)와 인간면역 결핍 바이러스(HIV)는 이미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으며, 연구비 역시 어느 정도 확보됐기 때문에 제외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WHO는 2급 중증질환(a second tier of three disease)으로 치쿤구니아(chikungunya), 중증 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aenia syndrome), 지카(Zika)도 함께 발표했다.

대한감염학회 우흥정 부회장(한림의대 감염내과)은 이번 WHO 발표를 두고 "이번에 지정된 감염질환은 대부분 아프리카에서 시작되는 바이러스성 감염질환으로 사망률이 꽤 높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는 물론 지식마저 부족한 상태다. WHO가 에볼라 사태를 겪으면서 정말 급하게 준비한 사업의 일환이라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우 부회장은 이어 "라사열 등은 우리나라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없는 질환이라고 단정짓기 보다는 현재 국내에서도 아프리카 지역으로 진료단을 보내거나 의료진들의 자발적인 참여 비율이 증가하고 있어, 이들 질환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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