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돌아보는 2015년 제약업계 이슈

 

올 한 해 제약업계는 허가특허연계제도 시행과 윤리경영 강화, 메르스 사태 속에서 정부의 약가인하 예고까지 겪었다.

그러나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에 따라 업계의 R&D 투자 의지가 고무되기도 했고 연말에는 혁신형 제약기업의 성과가 주목을 받았다. 다사다난했던 2015년, 제약업계의 뜨거운 감자를 한자리에 모았다.

1月 "오너 2·3세들, 제약계 경영 중추로"

올해 초에는 오너 2·3세들의 경영권 참여가 본격화되면서 젊은 세대들이 제약계의 경영 중추로 자리를 잡았다.

녹십자 창업주 허영섭 회장의 차남 허은철 부사장은 1월 1일자로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고, 제일약품 한승수 회장의 아들인 한상철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기업 내 입지를 다졌다.

국제약품의 창업주 남상옥 회장의 손자이자 남영우 명예회장의 장남인 남태훈 부사장은 안재만 부사장과 함께 1월 5일 자로 공동대표이사 체제가 됐다.

이들 젊은 리더들은 혁신적인 경영 스타일과 새로운 정책도입 등으로 업계의 기대를 모았다.

2月 "제약협회, 리베이트 제약사 색출"

한국제약협회는 2015년 처음으로 개최한 이사회에서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의결하는 한편 윤리경영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키로 협의했다. 그중 하나가 윤리위원회 산하 자율준수관리위원회가 제안한 무기명 설문조사의 정례화다.

▲ 제약협회가 2월 10일 ‘2015 제 1차 이사회’를 열고 윤리경영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키로 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이사회에서 '협회 회원사 중 불법 리베이트 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추정되는 제약사 3곳'의 명단과 그 이유를 적어내도록 하고 이를 취합해 협회장이 경고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

일각에서는 제도의 악용이나 국내 제약사 간 신뢰 저하 등 우려도 제기됐지만, 협회는 이를 실시했고 내년에도 지속하며 윤리경영 확립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3月 "허가특허연계제도 시행"

한미FTA 비준으로 인한 '허가특허연계제도'가 3월 15일에 시행됐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은 특허등재목록(그린리스트)에 수재된 품목을 허가받기 위한 해당 특허의 무효나 비침해 입증 전략 수립에 나섰으며, 일부는 특허전담팀을 구축하며 특허 부문을 강화했다.

첫 우선판매품목허가 품목 사례는 5월 한미약품의 아모잘탄 제네릭에서 나왔다. JW중외신약, 메디카코리아, 휴온스 등 13개 제약사는 제도 시행 초기부터 공동 전략을 통해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았다.

4月 "유통업계, 온라인팜 운영 제동"

한국의약품유통협회를 비롯한 200여 명의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4월 28일 한미약품 서울 본사 앞에서 '한미약품의 의약품 유통업 철수 총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한미약품이 계열사 온라인팜을 설립하고 도매허가를 받아 인터넷 쇼핑몰(HMP몰)을 운영하며 도매업을 전개함에 따라 생존권을 침해했다는 주장.

이에 한국제약협회는 기업 고유 권한인 사업 영역의 확장과 유통 마진 등 문제는 개별 기업 간 대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유통협회 차원의 압박을 견제했다.

유통협회는 한미약품 측이 유통업 진출과 관련한 2013년도 합의사항을 이행하고, 온라인팜의 타사제품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5月 "일동제약·녹십자 적대 M&A 논란 종식"

최근 몇 년 동안 정기 주주총회마다 적대적 M&A 논란을 빚어온 녹십자와 일동제약의 관계가 녹십자 측의 지분 매도로 종결됐다.

녹십자는 자사와 녹십자홀딩스, 녹십자셀이 보유한 일동제약 주식 735만9773주(지분 29.36%) 전량을 5월 29일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에게 매도했다.

녹십자 측은 서로의 전략을 존중해 상호 '윈윈'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으며, 일동제약 측은 경영 효율화와 중장기 전략 수행에 매진하고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6月 "전국 뒤덮은 메르스, 영업망 빨간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보건의료계와 제약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특히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됐기 때문에 제약사는 이례적으로 영업사원들에게 의료기관 출입 자제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메르스 확산 초기에는 제약주에 호재가 예상되며 관심이 집중됐지만, 상승 종목 대부분이 메르스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돌연 하락세를 맞았다. 또 내원 환자 감소 등에 따라 제약사들은 처방 부진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7月 "약가인하 추진…제약계 설상가상"

제약협회가 6월 메르스로 인한 피해를 약 1200억원대로 추산하고, 유지관리비 증가, 임상 지연 혹은 중단 등으로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한 가운데, 7월에는 정부가 2016년 3월 시행키로 한 '실거래가 약가조정'을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복지부는 제약업계의 주장이 타당한지 메르스 피해 등에 대한 확인작업에 들어갔고, 이후 약가인하를 추진하되 협의체를 구성해 문제점을 개선하자고 업계에 제안했다.

제약협회는 10월경 "제약산업의 미래 비전이자 목표인 2020년 세계 7대 제약강국 진입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의 상호 이해와 협력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를 수용하고, 이후 협의체를 통해 인하주기 등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8月 "의사 출신 복지부 장관 '새바람' 기대"

제약업계가 8월 27일 공식 취임한 정진엽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환영의 뜻을 전하며, 향후 약가제도를 비롯해 합리적인 산업정책을 펴달라고 피력했다.

정진엽 장관은 인사청문회 서면답변과 구두질의 응답을 통해 제약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정 장관은 약가정책에 대해 필수적이고 우수한 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약가를 관리하고 약제비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혁신적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관계 기관과 긴밀한 협조하고 필요한 제도 개선 사항을 검토하며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9月 "'천연물신약 정책' 국감 도마 위"

국정감사에서는 천연물신약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은 복지부·식약처·심평원 국정감사에서 일관되게 천연물신약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 검출과 기존 약물대비 최고가에 근접한 약가, 낮은 수출 실적 등을 질타한 것.

▲ 국정감사에서 천연물신약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 사진은 9월 14일 식약처 국감.(ⓒ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특히 천연물신약 정책은 실패했다며 지원할 만한 대상이 아니라는 김 의원의 주장에 김승희 식약처장은 "그렇게 생각한다"며 공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천연물신약 개발에 대한 제약업계의 관심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발간한 '한국제약산업연구개발백서 2015'에 따르면 41곳 주요 연구개발 중심 제약사가 개발하고 있는 신약 분야는 화합물신약이 65.9%로 가장 높았고, 천연물신약 53.7%, 바이오신약 46.3% 순으로 뒤를 이었으며, 향후에도 천연물신약에 대한 영역을 확대(56.1%)할 것으로 집계됐다. 제약협회 천연물의약품위원회는 향후 천연물신약이 유망한 분야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자료 등을 준비할 것으로 전해졌다.

10月 "70주년 제약협회, 세계 무대 도약 다짐"

제약협회는 창립 70주년을 맞아 10월 26일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제약산업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에 기여한 바를 조명하는 한편, 특별강연 등을 진행했다.

이날 이경호 회장은 창립 70주년을 또 다른 시작점으로 삼아 도전과 창조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겠다며,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에 발맞춰 R&D 투자 증대를 통한 신약개발, 글로벌 진출 확대, 윤리경영 확립을 통한 사회적 책임 수행과 사회공헌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피력했다.

11月 "한미약품 '잭팟'…R&D 투자 결실"

한미약품은 올해 11월 '잭팟'에 비유할 만한 기술이전 성과를 거뒀다. 올해 3월 릴리와 면역질환 치료제 기술수출에 이어 11월 사노피, 얀센 등과 연이은 기술수출에 성공한 것. 특히 5조원 규모의 계약으로 역대 기술수출 계약 기록을 스스로 여러 차례 갱신했다.

한국제약협회 이재국 상무는 "글로벌 마케팅 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수출로도 글로벌 시장에 갈 수 있다고 확인시켜준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약협회와 다국적의약산업협회가 공동 개최한 '한국 제약산업 공동 컨퍼런스 2015(KPAC 2015)'에서도 대규모 기술이전 성과에 대한 제약업계의 고무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날 한미약품 이관순 사장은 이번 라이선스 아웃 성과가 R&D에 대한 꾸준한 투자의 결과라며 "2011년 제약업계가 어렵고 정체기를 겪었는데 R&D 투자는 줄이지 않고 오히려 확대했다. 꾸준한 투자가 결과를 내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12月 "혁신형제약, R&D·수출 견인차 부상"

연말에는 혁신형 제약기업의 R&D·수출 확대 등 성과가 부각됐다. 보건복지부는 12월 15일 '2015 혁신형 제약기업 성과보고회'에서 올해 6월 인증이 연장된 36개사 주요 성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혁신형 제약기업의 매출은 국내 제약기업들의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의약품 수출액은 작년 약 1조 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0.9%, 지난 3년간 연평균 18.6%의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R&D 규모는 2014년 기준 1조 177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12.4%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8.6% 상승했다.

아울러 혁신형 제약기업의 2014년 전체 R&D 파이프라인 수는 954개로 2012년에 비해 16%(132건) 증가했고, 특히 18개사가 미국, 유럽 등에서 64건의 해외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향후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일부에서는 개선점도 지적됐다. 실효성 측면에서 혁신형제약기업의 인증 기준을 상향하고, 한정된 정부 자원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과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혁신형 제약기업 협의체 대표인 대웅제약 이종욱 부회장은 △약가 △세제지원 △연구 및 사업개발 △금융지원 4가지 분야로 나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처럼 2015년을 앞둔 제약업계는 어려운 환경과 빠른 변화 속에서도 생존을 위한 나름의 방안을 모색해왔다. 꾸준한 R&D 투자와 윤리경영 확대 등의 노력이 일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정책·환경적 요인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전략의 필요성은 더욱 대두됐다. 제약업계가 2016년에는 지난 경험을 토대로 문제점을 개선하고 글로벌 도약, 혁신신약 개발 등의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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