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의사 의료기기 입장차로 '합의 불발'...의료계 "의료기기 쓰려거든 면허부터 정리해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의료일원화 추진 등을 놓고 논란이 증폭되면서, 의-한 협의체 논의 과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집행부가 협의체 회의과정에서 의료일원화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합의했으며, 정부가 이 합의를 바탕으로 '공식 합의안' 내놓기로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한 협의체의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합의 불발의 가장 큰 이유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있다.

목적 달랐던 의-한, '국민의료 향상 협의체' 회의 초반부터 난항

앞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는 의-한 갈등 해소와 국민의료 향상을 목적으로 올 7월 '국민의료 향상을 위한 의료현안 협의체'를 구성, 지난 11월 19일까지 5차례의 회의를 가졌다.

의협과 한의협은 이 과정에서 복지부의 요청에 따라 각각 '합의문 제안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한의협은 제안서에서 ▲협의체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며 ▲좀 더 큰 주제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의협의 제안을 받아들여 의료통합 문제도 함께 논의하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능한 분야부터 우선적으로 협진·통합의료 등의 방식으로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점진적으로 2045년까지 의료통합 등의 방식으로 의료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며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양방 일반의와 동등하게 원칙적으로 제한없는 사용을 합의해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의협은 의료일원화를 핵심 목표로 내세우면서 이의 실행을 위한 기본원칙에 합의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의협은 의료일원화 추진의 기본원칙으로 ▲의대와 한의대 교육과정을 통합하고 ▲의사와 한의사 면허를 통합하되 기존 면허자는 현재의 면허를 유지하며 ▲의료일원화 특위를 구성해 2025년까지 일원화를 완수한다는 내용을 제안했다.

아울러 의료일원화 세부추진 원칙으로 ▲의료일원화가 공동선언 되는 순간 한의과 대학 신입생 모집은 중지하고, 의대와 한의대 교육과정 통합작업에 착수하며 ▲의료일원화가 완료될 때까지 의사와 한의사는 업무영역 침범을 중단하자고 요구했다.

양측의 합의는 결렬됐다. 한의협이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논의할 가치조차 없는 주장'이라며 의협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기 때문이다.

복지부, 교차진료-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합의 요청'...의협 '거절'

이후 복지부는 협의체에서 제안된 양측의 합의안의 내용을 중 일부 내용들을 차용해 11월 19일 양 단체에 '정부 중재안'을 제시했다.

여기서 복지부는 ▲의료와 한방의료의 교육과정과 면허제도를 통합하는 의료일원화와 의료통합을 2030년까지 하며 ▲이를 위해 의협과 의학회·한의협·전문가·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의료일원화를 위한 미래의료발전위원회를 2016년까지 구성해 구체적인 추진 로드맵을 2년 내에 마련하자는데 양측이 합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의료일원화가 이뤄지는 2030년 이전까지는 국민의 건강증진과 상호간의 이해확대를 위해 의료와 한방의료간 교류를 촉진하고 교차 진료행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그 과정에 의사의 한방의료 진료행위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확대한다는 내용도 합의문에 담자고 요구했다.

복지부 중재안에 따른 합의 또한 실패했다. 의협이 교차진료행위 확대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확대 등에 동의할 수 없다며 판을 깼기 때문이다.

의협은 의료일원화를 하되 기존 면허자는 현재의 면허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교차 진료행위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내용을 삭제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제시한 합의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의-한 협의체 논의는 현재까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의협 "한의사 의료기기 쓰려면 면허부터 따라"
정부·한의협 "교류확대 차원서 기기사용 먼저"

그간의 논의과정을 정리하자면 의협은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쓸 수 있도록 하려면 의료일원화를 우선 시행해 자격(면허)를 딴 뒤 쓰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면허된 범위 안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현행 의료법 원칙을 준수, 의료일원화를 통해 의사에 준하는 자격을 얻은 자에 한해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할 수 있다는 주장. 덧붙여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 의-한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일원화 등의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와 한의협은 의료일원화 이전 양측의 교류확대를 목적으로 일단 교차진료와 의료기기 사용 확대를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일단 일부 현대의료기기에 대해 한의사의 접근을 허용하고, 이를 통해 양측이 교류해 나가면서 일원화를 향해 가자는 주장이다.

협의체 논의가 파행을 겪으면서 정부의 규제 기요틴 추진도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의료계와 한의계의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라며 "양측의 합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여전히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이를 독단 추진할 경우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다.

의협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에서 의사는 의료를, 한의사는 한방의료를 하도록 되어 있고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불법 의료행위로 논의의 대상이 아니며, 만약 정부가 법질서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현대의료기기를 허용한다면, 우리는 그 순간 국민의 생명과 의사면허에 대한 권리침해로 보고 최후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강행에 대비한 준비태세도 분주하다. 16개 시도의사회와 개원의협의회는 22~23일 일제히 긴급회의를 소집,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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