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거즈 모두 제거해야할 주의의무 위반했다" 의료진 책임 90% 판결

10년 전 쓰인 수술용 거즈가 복부에 남아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환자가 집도의와 병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거액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수술을 받은지 오랜 기간이 지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효가 소멸됐더라도, 손해의 결과 발생이 현실화된 때를 기점으로 이를 다시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환자는 수술 당시 남은 거즈가 유착돼 신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최근 환자 A씨가 서울 강남 소재 B척추·전문병원 집도의와 병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895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2002년 B병원에서 디스크 제거 및 골유합수술을 받은 A씨(50대, 여)는 10여년이 지나 심한 복부 통증을 느껴 인근 병원에서 종물제거 수술을 받았다.

의료진이 환자의 왼쪽 신장 주위에서 발견한 것은 직경 4.3cm*7.7cm 가량의 수술용 거즈. 거즈는 이미 주변 조직에 단단히 유착돼 박리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환자는 이를 없애는 과정에서 왼쪽 신장도 함께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10년 전 수술을 한 집도의와 해당 병원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개복 수술에 사용한 거즈를 모두 제거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 사건 수술과정에서 사용한 거즈 일부를 복부 안에 둔 채로 절개 부위를 봉합한 과실이 있고, 위 거즈로 인해 발생한 종물로 결국 좌측 요관 및 신장을 제거하기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단 "방사선 처리된 수술용 거즈를 사용하고, 거즈 수량을 체크하는 등 몸 속에 거즈가 남지 않도록 나름의 노력을 다한 점, 위 과실 외에는 디스크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사정에 비춰 책임을 9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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