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CP…심포지엄·온라인 마케팅 대세

 

내년 제품 영업마케팅 계획을 수립 중인 제약사 PM들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계속되는 리베이트 이슈와 함께 내부적으로 자율공정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이 강화되고 있고, 관련 부서의 규제도 엄격해지고 있어 선택할 수 있는 마케팅 툴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리베이트 적발 시 시장참여 기회 박탈로 이어지는 데다 내부 고발자에 대한 우려는 PM들이 고를 수 있는 마케팅 선택지를 점점 축소시키고 있다.

국내사 CP팀 관계자는 "잘못된 선택은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며 "CP 위반 위험이 높은 영업•마케팅 활동의 사전 점검과 사후 모니터링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상벌제도를 도입해 CP 문화를 정착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CP 강화로 기존 마케팅 툴 백지화

현재 제약사에서는 CP 도입 및 준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지나친 내부 규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 부서 간의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다국적사 한 PM은 "예전에는 가능했던 마케팅 툴이 컴플라이언스 부서 검토 후 하나둘씩 백지화되고 있다"며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기보다는 '애매하다' 또는 '선례가 없다' 등의 이유로 안 된다고 하니 답답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나쁜 짓을 하는 것처럼 마케팅 계획안을 회사 메일이 아닌 개인메일로 주고 받기도 한다"며 "무조건적인 규제보다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마케팅팀 관계자는 "내부 규제뿐만 아니라 제품 수명과 예산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 마케팅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심포지엄 인기…임상 결과 전달 제품홍보 효과

과거에는 신제품이 나오면 처방유도를 위해 시판후 조사(post market surveillance, PMS)를 선택했지만 불법 리베이트 창구로 변질돼, 최근에는 지역 의료진을 찾아가 약물 정보를 전달하는 대규모 심포지엄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동아ST가 국산신약 아셀렉스캡슐을 발매하고 심포지엄을 개최했으며, 한미약품은 고지혈증 치료 복합신약 로수젯 출시를 기념한 심포지엄을 가졌다. 또 동화약품은 자보란테 출시 전에 런칭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신약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임상결과 발표 등 긍정적인 모멘텀을 가진 제품이나 환기가 필요한 주력 품목들도 심포지엄을 개최해 주의를 집중시키는 전략을 쓴다.

제약사들은 자사 약물의 임상결과와 처방 기대효과를 한 번에 소개할 수 있고, 제품 홍보도할 수 있는 반면 의료진들은 최신 약물에 대한 정보와 질환에 대한 최신지견 습득이 가능해 서로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마케팅으로 자리잡고 있다.

종로구 한 내과 개원의는 "제약사 영업사원으로부터도 약물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심포지엄 자리에 참석해 동료 의사들의 처방 사례를 듣거나 궁금한 점을 직접 물어볼 수 있어 바쁘지 않으면 참석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제약사 한 PM은 "심포지엄을 통해 의약품과 연계한 해당 질환 약물 치료의 전문가 의견을 전달할 수 있고, 키닥터와의 관계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다만, 제품설명회나 심포지엄도 강연, 자문과 관련 회사 내부적인 기준을 가지고 SOP(standing operating procedure)대로 수행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공간 제약 없는 온라인 마케팅 보편화

온라인 마케팅도 보편화되고 있다. 과거 면대면 디테일링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마케팅 채널이 이메일을 통한 정보 전달, 온라인 강의와 웹 기반의 심포지엄 등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는 것. 신약은 물론 주력 품목을 집중 조명해 매출 상승을 유도할 수 있어 일부 회사에서 1~2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제약사 관계자는 "다양한 관심사에 따른 심층적 정보를 제공받고 싶어 하는 의료진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시간과 장소에 대한 장벽이 낮아지고 전문적인 의학정보를 빠른 시간에 전달받을 수 있는 온라인 마케팅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지난 2013년 최초로 차세대 디테일링 서비스 '화이자링크'를 선보인 이후 변화되는 환경에 맞춰 진화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화이자링크는 국내 및 글로벌 연자의 온라인 심포지엄은 물론 해외 학회 영상도 제공하며 이메일 및 휴대폰을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 그외 회사 제품 및 질환에 대한 최신정보, 치료 트렌드, 학술•세미나 정보 등도 볼 수 있다.

화이자 관계자는 "화이자링크는 의료진의 바쁜 업무 일정을 고려해 만들어진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라며 "회사로서는 주요 임상효과와 판매 실적이 우수한 제품들을 재조명함으로써 관심을 유도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면대면 디테일링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영업 업무를 지원해줘 신규 거래처 확보, 주요 거래처에 업무 능력 집중, 디테일링 퍼포먼스 강화를 유도한다"고 부연했다.

한미약품 역시 온라인 심포지엄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500회 이상 강의가 진행됐으며 최근에는 월간지로도 볼 수 있게 했다. 의료진이 나서 약물의 최신지견 및 임상증례 등을 주제로 매일 실시간 강의를 하고 있는데, 의료현장에서 빈번하게 제기되는 궁금증을 Q&A 형태로 제공함으로써 최신지견 기반의 진료 및 처방에도 기여가 가능하다는 것이 한미 측 설명이다.

‘환자 중심’ 영업 마케팅 모델도 등장

여기에 환자 중심주의를 실현하는 영업마케팅 모델도 등장했다. 사노피는 지난 10월, 환자와 의사, 제약사 간 이해도 향상을 통해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환자중심셀링모델'을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의약품 디테일 과정에서 임상적 특장점과 안전성 등 정보 제공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환자의 건강한 삶을 위해 다각화된 방법을 제공하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사노피 관계자는 "의사가 환자를 중심에 두고 다각도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사노피 임직원 역시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이를 영업마케팅 모델에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한 임원은 "과거에 비하면 마케팅 툴이 줄어들었지만 내외부 환경에 맞춰 마케팅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자사 의약품이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효과를 제공할 것임을 설득하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향후 제약사와 의사, 환자들을 아우르는 마케팅이 보편화되지 않겠냐"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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