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하>동물실험서 당뇨병 치료제 가능성 확인해

주사형 골다공증치료제 데노수맙(denosumab)은 골다공증 원인이 되는 파골세포의 분화 및 활성화와 관련된 RANKL(receptor activator of NFkB ligand)을 억제하는 항체다.
 
파골세포의 분화를 촉진시키는 세포막 단백질 RANKL을 억제함으로써 골 파괴를 줄여주고 골량 및 골강도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현재 폐경기 골절 위험이 높은 골다공증 여성에게 사용하도록 허가됐으며, 6개월에 한 번씩 주사하도록 권고되고 있다. 2010년 6월 폐경후 골다공증에 허가받았고, 같은 해 11월 고형암의 골전이가 나타나는 현상(골절 및 고칼슘혈증)을 억제하는 데 승인받아 사용 중이다. 
 
유방암, 전립선암 환자 등의 골절 예방에도 쓰이는 데노수맙이 이번에는 유방암 재발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당뇨병 치료제 자리까지 넘볼 만한 효과를 입증했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학계는 '기대반 의심반'으로 약물의 새로운 효능 발견을 지켜보고 있다.
 
 

동물실험서 당뇨병 치료제 가능성 확인

유방암 재발 억제 효능만큼 큰 이슈가 된 연구결과가 있는데, 바로 지난 6월 미국 마운트시나이의대 Rupangi Vasavada 교수팀이 데노수맙이 당뇨병 치료에도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부분이다.

Vasavada 교수팀은 Cell Metabolism  6월 18일자에 게재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당뇨병을 동반한 쥐를 대상으로 데노수맙을 주입한 결과, 이들 쥐에서 인슐린 생산을 통제하는 세포를 증식시켰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를 계기로 전문가들은 동일 계열 약물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Vasavada  교수는 이미 미국 FDA 허가를 받아 판매되는 데노수맙을 대상으로 추가 임상시험을 실시해, 향후 당뇨병 치료제로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제1형 당뇨병은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 또는 소아 당뇨병으로도 불리는데, 면역계의 T세포가 췌장의 인슐린 생산 베타 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파괴한다. 주로 T세포로 구성된 면역은 여러 세균 및 병원체에 대항하는 면역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

1형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정상인과 달리 자신의 베타세포를 파괴하는 자가항체를 생성시키는 T세포가 활성화돼 있다. 반면 제2형 당뇨병은 1형 당뇨병과 달리 생산되는 인슐린 양이 부족하거나, 생산된 인슐린이 분해되는 경우 또는 인슐린이 작용하는 근육, 간 등 각종 장기에서 저항성이 생기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당뇨병 치료에 있어 베타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성체 베타세포의 경우 분열이나 증식에 대한 저항성이 매우 커 치료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잘 알려진 뼈 관련 경로와 췌장의 베타 세포 증식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쥐와 사람의 베타세포에서 복제와 증식을 저해하는 분자 브레이크를 찾았고, 증식 등을 저해하는 분자브레이크에 데노수맙을 사용한 결과 브레이크를 해체해 보다 빠른 속도로 설치류 동물과 사람의 베타세포 증식 유도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Vasavada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데노수맙이 당뇨병 치료제로도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향후 연구에서는 데노수맙이 베타세포의 성장과 기능을 어떻게 조절하는지를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승철 교수도 "RANKL의 억제제인 osteoprotegerin이 췌장의 베타 세포를 증식시키는 것이 동물 실험에서 입증되고 있으며 RANKL 억제제인 데노수맙도 동물 실험에서 그 효능이 입증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정확한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동물 실험과 임상시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했다. 

한편 Vasavada 교수팀은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데노수맙과 다른 약물의 임상적인 혜택을 비교분석하는 임상시험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립선암 환자 골절 예방 적응증도

지금까지 근거만 제시됐다면, 이번에는 근거가 입증돼 데노수맙이 실질적으로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사례다.

2011년 9월 FDA에 의해 전립선암까지 적응증을 획득한 것이다. 전립선암 환자 90%에서 골전이가 나타나 환자의 골절 예방이 필수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FDA는 데노수맙 6개월 60mg 투여 용량을 비대사성 전립선암의 안드로겐 차단요법(ADT)을 시행 중인 전립선암 환자와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복용 중인 유방암 환자의 골절 예방에 승인했다. 특히 데노수맙 요법은 비대사성 전립선암 환자의 척추골절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적응증을 획득하는 데 있어서 그 효능을 입증한 연구결과들은 무엇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부속 암센터 Matthew Smith 교수팀이 2011년 5월 미국비뇨기과협회(AUA) 연례 학술회의에서 공개한 연구결과다.

공개된 논문을 보면, 데노수맙군의 골전이 무진행 생존기간이 평균 29.5개월에 달해 위약군 25.2개월보다 평균 4.2개월 연장됐다. 또 골전이가 처음 나타나는 데 소요된 시간이 위약군에 비해 3.7개월 지연됐고, 증상성 골 전이가 나타난 비율도 위약군보다 33% 낮았다.

연구는 전립선 특이항원 수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골전이는 나타나지 않은 호르몬 불응성(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환자 총 1432명을 데노수맙군과 위약군으로 분류해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를 주도한 Smith 교수는 "전립선암 환자들에게서 골전이 위험성을 낮추는 효능이 입증된 골다공증 치료제는 데노수맙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FDA가 검토한 기타 연구결과들을 살펴보면, 데노수맙군이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척추골밀도를 개선시키고, 전립선암 환자의 골절 발생률을 감소시켰다. 부작용으로는 관절염, 등의 통증, 근골격 통증이 10% 정도에서, 저칼슘혈증도는 2.4%에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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