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상>유방암 재발 억제…당뇨병 치료 가능성 나타내

주사형 골다공증치료제 데노수맙(denosumab)은 골다공증 원인이 되는 파골세포의 분화 및 활성화와 관련된 RANKL(receptor activator of NFkB ligand)을 억제하는 항체다.
 
파골세포의 분화를 촉진시키는 세포막 단백질 RANKL을 억제함으로써 골 파괴를 줄여주고 골량 및 골강도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현재 폐경기 골절 위험이 높은 골다공증 여성에게 사용하도록 허가됐으며, 6개월에 한 번씩 주사하도록 권고되고 있다. 2010년 6월 폐경후 골다공증에 허가받았고, 같은 해 11월 고형암의 골전이가 나타나는 현상(골절 및 고칼슘혈증)을 억제하는 데 승인받아 사용 중이다. 
 
유방암, 전립선암 환자 등의 골절 예방에도 쓰이는 데노수맙이 이번에는 유방암 재발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당뇨병 치료제 자리까지 넘볼 만한 효과를 입증했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학계는 '기대반 의심반'으로 약물의 새로운 효능 발견을 지켜보고 있다.
 
 

"유방암 재발 억제…치료 시기 앞당길수록 혜택"

오스트리아 빈 의대 Michael Gnant 교수가 최신 연구결과(ABCSG-18 trial)를 근거로, 데노수맙이 유방암 재발을 억제해 환자 생존율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해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유방암 재발 억제 효과와 관련한 'ABCSG-18 trial' 연구결과는 12월 8일부터 12일까지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개최된 2015 유방암 심포지엄(San Antonio Breast Cancer Symposium)에서 발표됐다.

Gnant 교수팀은 초기 에스트로겐 수용체(estrogen receptor, ER) 양성 유방암 환자 3425명을 대상으로 데노수맙 유방암 재발 억제 효과를 추적관찰했다.

연구팀은 무작위로 분류한 대상군 3425명 중 1711명에게는 6개월에 한 번씩 데노수맙 60mg을 주입했고, 나머지 1709명에게는 위약을 투여한 후 약 4년 동안 어떠한 반응이 나타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데노수맙군이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재발률이 19% 낮았으며, 골절위험 역시 50% 감소했다. 데노수맙군에서 특별한 부작용은 동반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유방암 생존율을 알아본 하위분석결과도 함께 공개했는데, 종양 크기가 큰 환자가 데노수맙 치료를 빨리 시작할수록 치료 혜택이 더욱 높고 반응속도도 빠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방암 환자 생존율이 3년 후에는 1%, 5년 후에는 2%, 7년 후에는 3%가 추가적으로 증가했다는 게 연구팀의 부연이다.

연구팀은 데노수맙이 유방암 재발 억제에도 효과가 있는 이유로 치료 후 잠복상태에 들어간 유방암 세포가 활성화되지 못하도록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데노수맙이 직접적인 항암효과는 없지만 재발을 어렵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

이번 연구를 주도한 Gnant 교수는 "유방암 환자의 재발률을 낮춰준다는 새로운 증거가 제시된 것은 물론, 골다공증 위험도가 높은 유방암 환자 가운데 아로마타제 억제제(aromatase inhibitor)를 복용하는 환자들의 약물 효능도 함께 증대시키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아로마타제 억제제 효능도 동반상승

사실, 데노수맙은 유방암 재발 억제 효능이 입증되기 몇 년 전부터 아로마타제 억제제(aromatase inhibitor)를 투여 중인 유방암 환자 골절 예방에 사용돼 왔다.

Gnant 교수에 의하면, 전체 유방암의 약 70%를 차지하는 ER-양성 유방암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결합하는 수용체를 가지고 있다. 이 수용체가 에스트로겐과 결합하면 유방종양을 증식시키고, 이 때문에 ER-양성 유방암 환자 모두 에스트로겐 생산을 차단하는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사용한다.

하지만  아로마타제 억제제의 경우 관절통, 근육통, 골다공증, 골절 등 근골격계 부작용이 많이 보고돼 골다공증 치료제도 함께 처방되고 있다.

데노수맙이 항암제 투여 중인 폐경 후 조기유방암 환자의 골절 위험을 절반으로 낮춘다는 몇몇 연구결과도 유방암 환자의 골다공증 치료제 투여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스트리아의대 Michael Gnant 교수가 지난 8월 Lancet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데노수맙이 아로마타제억제제로 치료 중인 폐경 후 조기유방암 환자의 골절 위험을 절반으로 낮춘 것. 

연구팀은 대상군 3420명을 데노수맙 60mg군과 위약군으루 무작위 분류한 뒤 6개월마다 피하주사했다.

그 결과 첫 번째 골절까지 진행되는 기간이 데노수맙군이 위약군보다 유의하게 더욱 지연됐고, 첫 번째 골절 발생 환자 수는 데노수맙군은 92명 위약군은 176명이었다. 두 군 모두 부작용 발현율에는 차이가 없었고, 흔한 부작용은 관절통 등이었다.

이번 연구결과를 두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중심이 기울었다.

미국 뉴욕 노스쇼어-LIJ 암연구소(North Shore-LIJ Cancer Institute) 종양전문의 Eleonora Teplinsky 박사는 "흥미로운 연구결과지만, 추가연구는 필수"라면서 "유방암 치료 시 모든 환자에게 100% 효과를 보장하는 약이 없는 만큼 데노수맙이 어떤 환자군에게 적합한지 등을 자세하게 살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심승철 홍보이사(충남의대 류마티스내과)는 "데노수맙은 유방암 치료제 사용으로 인한 골다공증에도 효과가 있으나 아직 승인받지 못했고, 유방암에서 데노수맙의 사용 기간이나 방법에 대해서는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라면서 "연구결과는 흥미롭지만, 단 하나의 연구결과만으로는 유방암 재발 억제 효과가 확실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송정수 정보이사(중앙의대 류마티스 내과)도 "연구의 한계점을 들자면, 환자수가 적고 본래 수치상으로 봤을 때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와 이번 연구결과만으로는 데노수맙이 유방암 재발을 확실히 억제한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심포지엄에서는 일부 연구결과만 발표됐을 뿐, 논문은 내년 1월에 나올 예정이다. 자세한 결과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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