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원장, 보건소장 상대 승소…폐쇄 가능토록 항목 추가한 법 개정 힘 실려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일명 바지원장의 명의를 빌려 불법적으로 개설한 의료기관이라고 할지라도, 폐쇄명령을 내린 처분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 폐쇄명령을 할 수 있는 경우를 나열한 조항에 사무장병원은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인데, 판례를 계기로 향후 사무장병원에도 폐쇄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최근 사무장에게 고용돼 명의를 대여해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 아무개씨가 서울 A보건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폐쇄명령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보건소장 A씨는 올해 3월 지역 경찰서로부터 박씨가 사무장 3명에게 고용돼 진료행위를 했다는 수사결과를 통보받고, "개설자격 없는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했다"는 사유를 들어 의료법 제64조에 따라 폐쇄명령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의료기관 폐쇄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담합, 진료비 거짓청구 등 구체적 사유를 열거하고 있다.  

재판부는 "의료기관 폐쇄명령의 침익적·제재적 성격에 비추어 각 호의 사유는 한정적인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한데, 피고가 제시한 '의료기관 개설자격 없는 자의 의료기관 개설'은 각 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처분은 법률상 근거 없이 이뤄진 것으로 당연무효"라고 판시했다. 

의료법 제64조 제1항 각호의 폐쇄명령 사유를 한정적 열거조항으로 봄으로써, 사무장병원의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아 폐쇄명령을 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 김준래 변호사(선임전문위원)는 "최근 개설기준 위반에 대해 폐쇄명령을 가능토록 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 변호사는 "소송에서 졌어도 공단에 매우 유리한 판결이다. 제64조 1항 1호부터 8호 외에 사무장병원의 경우에도 폐쇄나 허가취소를 할 수 있도록 추가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고 있고, 곧 공포될 예정"이라며 "공단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판결"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