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美CDC, 행정·환경·개인보호 3단계 접근법 명시

여전히 우리나라는 결핵(Tuberculosis, TB) 사망률 전 세계 1위다. 설상가상으로 3관왕까지 했다. 2011년을 기준한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가운데 결핵 발생률을 비롯한 유병률, 사망률 부문 모두 1위를 차지한 것.

결핵을 이른 바 '후진국 질환'으로 치부하고 대중의 뇌리에서 점차 잊혀져 가는 모양새지만 현실은 판이하게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울산의대 조경욱 교수(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는 "결핵관리를 위한 국가적인 지원과 학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핵신고환자수는 최근 몇 년간 인구 10만명 당 80명~100명으로 여전히 높은 실정"이라며 "이러한 발생률은 미국의 25배, 일본의 4배에 이르는 높은 수치"라고 우려했다.

대표적인 국내 결핵퇴치 모금사업인 '크리스마스 씰' 또한 일례가 될 수 있다. 대한결핵협회가 지난 1953년 창립된 이후로 크리스마스 씰은 60여 년간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발행되고 있는 상황.

이렇듯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우리나라 결핵 감염 관리에 새로운 이슈가 화두로 떠올랐다. 의료기관 종사자(HCW)에서 결핵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일반인과 비교해 5배 가량 높다는 분석결과였다.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는 분위기에서 최근 학계에 논의되는 HCW의 결핵 감염 대응 전략과 국내 병원의 적용사례를 살펴봤다.

▲ 의료진에서 결핵 감염 위험이 일반인보다 5배 가량 높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일단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 에이즈 결핵관리과의 작년 결핵환자 신고현황 보고서를 살펴보면 결핵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제3군감염병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 2014년 감염병 감시연보에선 54종의 전수감시 대상 감염병 가운데 수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신고 수와 가장 많은 사망자 수를 기록했다.

CDC, HCW 결핵감염 관리 3단계 접근법 강조

문제가 되는 HCW의 결핵감염 위험도와 관련해선 지난 2005년 미국질병관리예방본부(CDC)의 결핵예방관리 지침에 이미 언급됐다. 내용인 즉 병원의 병상 수, 결핵으로 진단되는 환자 수 등을 고려해 HCW의 결핵위험도를 분류한 뒤 맞춤형 검사를 권고한 것.<표 참조>

▲ CDC 2005년 HCW 대상 결핵 위험군 분류 및 검사지침 자료 재취합.

여기서 HCW의 결핵감염을 예방하기위해 관리활동의 개념으로 크게 3단계 접근법이 제시됐다. 결핵 추정 환자에 대한 노출을 최소로 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결핵검사를 시행하는 '행정관리통제(administrative control)', 결핵균의 전파를 막고 공기 중 결핵균의 농도를 최소로 하는 '환경관리(environmental control)', 특정 환경에서 결핵균 노출을 최소로 줄이는 '개인보호(personal protection)'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 가운데 지난 2005년 CDC 지침에선 우선적으로 행정관리통제에 관한 내용을 분명히 했다. △ 각 의료기관에서 결핵감염을 담당하는 부서 지정 △ 결핵환자의 신속한 관리, 전염관리, 치료에 대한 결핵감염관리 지침 구비 및 개정 △ 결핵관련검사의 신속한 처리, 검사, 결과보고 체계 확립 △ 결핵 의심되거나 진단된 환자의 효율적 관리 △ 내시경 장비 등 결핵환자로부터 오염될 수 있는 장비의 적절한 감염관리 △ HCW에 대한 결핵 예방, 전염, 증상 등에 대한 교육 △ 직원 대상 결핵 검진 △ 결핵환자에 노출된 HCW의 검사 및 추적체계 등 후속조치 확립 △ 호흡기계 위생 및 기침 에티켓에 대한 적절한 표지판 사용 등이 골자다.

대표적 선별검사 TST 및 IGRA, 감별진단 유용성에 '글쎄'

병원 직원 대상 결핵 검진에서도 주로 이용되는 대표적 검진법인 결핵피부반응검사(Tuberculin Skin test, 이하 TST)와 인터페론감마분비검사(Interferon gamma release assay, 이하 IGRA)에도 장·단점은 갈린다.

TST의 경우 대개 증상이 없고 흉부 X선 검사가 정상소견을 보여 잠복결핵을 가려내는데 이용되지만, 감별 검사에 있어 검사 시행과 및 판독을 위해서는 숙련된 인력이 별도로 필요하며 검사 후 48~72시간 뒤에 다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등의 단점이 거론됐다.

반면 IGRA 검사에 강점은 있다. 현재 TST 검사에 사용되는 시약에는 결핵 예방백신(BCG)에 존재하는 항원이 포함돼 있어 위양성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때문에 BCG로 인한 위양성 반응을 막기위해 BCG에 없는 결핵 특이 항원으로 혈액을 자극하는 IGRA가 시도되는 것.

특히 IGRA 중 QFT-GIT(Quantiferon Gold In Tube)는 잠복결핵진단의 특이도가 TST보다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핵 밀접접촉자조사 결과에선 높은 음성예측도가 확인된 바 있다(Am J Respir Grit Care Med. 2011;183:88-95). 단 TST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은 있지만 검사에 숙련된 인력이 없어도 되고 검사결과가 자동으로 출력된다는 데 분명한 이점이 있다.

그러나 IGRA에도 논란은 따른다. 국내의 한 연구에 따르면 결핵환자와 노출이 많은 49명의 HCW에서 1년간 매달 QFT-GIT 검사를 시행한 결과 절반이 넘는 25명에서 이들 검사결과가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Chest. 2012;142:1461-1468).

고대의대 이승헌 교수(고대안산병원 호흡기내과)는 "증상이 없거나 발현양상이 비특이적인 활동성 결핵 환자들이 간혹 치료받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흉부 CT나 분자생물학적 진단법을 통한 적극적인 진단이 필요하지만 비용효과 측면에서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활동성 결핵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과소진단과 과잉진단 논란과 관련해 아직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병원 내 환경관리, 음압격리 병실 마련 중요

앞서 언급된 행정관리통제를 비롯해 환경관리와 개인보호까지 여러 전략들을 조합할 때 병원내 결핵 예방에 상승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 CDC 2005 지침 중 병원 부서에 환경관리 적용 자료 재취합.

환경관리의 목적은 명확하다. 대기 중 문제가 되는 감염성 비말핵의 농도를 낮춰 확산을 예방한다는 취지다.

1차 환경관리 전략에선 국소배기 장치를 통한 감염원을 관리하고 환기 시스템을 통한 오염 공기의 희석 및 제거에 집중한다. 이어 2차 환경관리 차원에서 감염원과 인접한 지역의 공기오염을 예방하기 위해 기류를 조절하고, 0.3㎛ 이상의 입자를 99.97% 제거하는 고성능 공기 정화 필터인 헤파필터(HEPA filter)와 자외선 살균조사(UVGI)를 이용해 공기정화를 실시한다는 것.

또 지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에서 병원 내 미설치 문제로 이슈가 됐던 음압격리(입원치료) 병실도 결핵관리의 중요 방편으로 지적됐다.

정의에 따르면 음압 격리 병실은 공기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음압을 유지할 수 있는 공조시설과 환기시스템, 전실 등을 갖춘 병실을 말한다. 여기서 전실은 △ 병실과 인접해 있으면서 외부로부터 그 병실에 들어가고 나갈 때 통과하는 방 △ 기본적인 감염예방대책을 수행하기 위한 준비 공간 △공기감염 예방에 필요한 방 등을 가리킨다.

국립중앙의료원 호흡기내과 이지연 교수는 "공기는 깨끗한 곳에서 오염된 곳으로 흘러가야하며 기류 방향 조절을 위해 음압이 필요하다"며 "음압 격리병실의 시간당 환기 횟수는 12회 이상이어야 하며, 환기 시스템은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기가 충분치 못할 경우 보완책으로 헤파필터와 자외선살균조사 등의 공기정화기술을 사용할 수 있으며, N95 등과 같은 호흡 보호구를 사용해 추가적인 보호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국내 병원, 직원결핵검진 관리 어떻게 하나

한편 국내 병원에서도 이를 적극 수용하는 분위기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직원결핵검진 관리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됐다. 정기검사와 함께 결핵환자에 직접 노출된 직원을 관리하는 것.

조경욱 교수는 "현재 서울아산병원은 호흡기내과, 감염내과, 안과, 이비인후과에 근무하는 의료진, 호흡기검사실, CT실, 심전도실, 일반촬영실 직원 등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결핵감염 관리를 실시한다"며 "고위험군의 경우 입사 시 흉부 X선 검사와 TST를 시행한 후 매년 1회 두 가지 검사를 반복 시행하고, 나머지 부서는 연 1회 흉부 X선 검사만 진행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또 노출된 직원은 일단 'N95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결핵환자와 노출된 시간이 4시간이 넘었는가'를 기점으로 결핵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조 교수는 "흉부 X선 검사는 노출 직후와 6개월 뒤 두 번에 걸쳐 시행하며 기저검사가 음성인 경우 TST는 노출 후 8주 뒤에 시행한다"면서 "TST가 양성일 때 호흡기내과 진료를 보도록 하고 추가적인 검사 및 치료 여부, IGRA 검사는 담당의의 판단에 맡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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