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포르민 항암 효과 속속 밝혀져
유방암 간암 분야 임상 활발

메트포르민(Metformin)의 항암효과가 속속 밝혀지면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기초 연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까지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연구만 성공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항암제가 탄생될 수도 있다.

1995년부터 메트포르민 항암효과에 주목

‘국민’ 당뇨약인 메트포르민의 항암효과가 주목받게 된 배경은 1995년 Diabetes Care, BMJ, Am J Epidem, JAMA 등에 제2형 당뇨병과 인슐린 저항성이 각종 암과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가 실리면서 부터다. 특히 1995년 JAMA에 실린 당뇨병과 췌장암 연관성 연구는 새로 개발된 모든 당뇨약이 췌장암 위험성을 검증해야 하는 이른바 암검증 효시 연구로 꼽힌다.

▲ 메트포르민의 화학식.
이후에도 당뇨병이 암과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는 메타분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 과정에서 메트포르민이 다른 약에 비해 암 발생이 낮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전환점을 맞게 됐다. 그 대표격인 연구가 영국 둔디의대 Evans JM 교수가 진행한 연구다. 이 연구는 당뇨병 환자 중 메트포르민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다른 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암 발생 위험이 높지 않았다는 결과를 냈다. 흥미롭다고 판단한 BMJ는 이를 2005년에 실었다.

이후 다양한 분석연구가 수없이 쏟아졌다. 2009년 Diabetes Care에는 무려 8000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가 실렸는데, 메트포르민 치료가 암위험을 낮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연구로 기록됐다. 특히 대조약간 암발생률이 크게 차이 나면서 메트포르민이 항암제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암 예방 가능성 연구 더불어 기초연구도 활발

이러한 관찰연구가 나오면서 기전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메트포르민의 기전에는 관심도 없었고, 잘 알려져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2000년 초반 암 예방 가능성이 나오면서 메트포르민의 작용기전에 대한 연구는 현재까지도 가장 뜨거운 관심사다.

현재 메트포르민의 당뇨병 치료기전은 어느 정도 자리 잡혀 있다. 2001년 J Clin Invest에 메트포르민이 간내 AMPK(AMP-activated protein kinase)를 활성화시켜 글루코오스합성을 감소시킨다는 논문이 실렸다. 추가적인 기전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의대 모리스 비른바움 박사팀은 AMPK 경로와 관계없이 혈당이 조절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 연구가 2013년 네이처에 실리면서 또 다른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다.

▲ 메트포르민이 항암효과를 낼 수 있는 기전은 간대사시 AMPK 단백질을 활성화시키면 암세포 억제 단백질인 mTOR 억제 효소가 동시에 활성화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암예방 기전은 메트포르민이 AMPK를 활성화시키면 암세포의 성장에 필요한 mTOR(mammalian target of rapamycin) 억제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나오면서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를 입증한 논문이 2002년 J Biol Chem에 실렸다. 연구팀은 메트포르민이 암세포 성장의 핵심적인 매개체인 mTOR에도 관여하는 것을 찾아냈다며 AMPK가 활성화되면 mTOR 단백질을 억제해 궁극적으로 암세포의 성장을 막는다고 설명했다.

mTOR은 세포의 영양과 분열 유도 신호전달을 모니터링 하며 성장과 증식의 조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이를 억제하면 암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연구자가 메트포르민의 mTOR 항암기전을 추가로 입증하면서 항종양 효과는 더 이상 가설이 아닌 임상적 사실로 굳어진 상태다.

중앙의대 서석원 교수(간담췌 외과)는 “메트포르민의 항암 기전은 mTOR를 억제해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막아 항종양효과도 있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며 “현재 다양한 암종에서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가장 효과 좋은 분야는 간암

그렇다면 어떤 분야의 치료 성과가 가장 좋을까? 현재 메트포르민 항암효과가 입증된 암종은 직결장암, 간암, 폐암, 전립선암, 유방암, 췌장암, 위암, 방광암 등 다수다. 하지만 어떤 암종에 효과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은 한계가 있다. 대략적이나마 효과를 알 수 있는 메타분석 논문만 나왔기 때문이다.

그중 2012년 PLos one에 실린 연구가 눈길을 끈다. 2011년까지 발표된 주요 당뇨병 연구를 메타분석해 메트포르민이 어떤 암종에 가장 효과적인지를 살펴본 연구다.

▲ 지난 2013년 일본의 Noto 교수가 발표한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메트포르민은 각종 암종에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간암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왔다. 미국과 유럽의 연구자들의 결과와 대략 유사하다.
모두 412개의 논문을 검색했고, 최종 분석대상에는 24개가 포함됐다. 분석 결과, 가장 효과가 좋은 암종은 간세포암으로 다른 치료제 대비 메트포르민의 암 발생 예방 효과는 80%로 나타났다(P=0.003).

다음으로 췌장암 예방효과가 52%로 높았고(P=0.004), 폐암 33%(P=0.05), 직결장암 32% 순으로 나타났다(P=0003). 또한 위암에서의 예방효과도 28%가량 나타났으며, 전립선암도 11% 예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밖에 유방암은 2%다.

당시 연구를 진행한 일본국립보건의약센터 Hiroshi Noto 박사는 “메트포르민의 항암예방효과로 환자들의 사망률을 34% 예방할 수 있으며, 발생률 또한 33%까지 막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가장 최근에는 이탈리아 암연구소 Sara Gandini 박사가 주도한 메타분석연구가 있다. 이 연구에서도 메트포르민이 전체 암 발생률을 31% 낮추며, 암 사망률 또한 34% 개선시키는 것으로 보고됐다(Cancer Prev Res (Phila). 2014; 7(9): 867-885).

또 미국 가이징거(Geisinger) 의료센터 Ming Yin 박사팀이 분석한 결과도 있는데, 전체생존율이 34% 개선됐고, 암특이적 생존율도 38%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오면서(Oncologist 2013; 18(12): 1248-1255) 지금까지 나온 메타분석에서의 결과는 대체적으로 일관성이 있다.

이 밖에도 전체 암종이 아닌 단일암종의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생존율 및 예방효과가 나오고 있다. 서 교수는 “메타연구를 보면 다양한 암종에서 메트포르민이 항암효과를 낸다는 것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데이터도 봇물

국내 연구자들의 데이터도 쏟아지고 있다. 올해 초 연세암병원 위암센터 정민규 교수팀은 메트포르민의 항암효과를 입증했다.

연구팀은 위암수술을 받은 1974명의 환자를 당뇨병군과 비당뇨병군으로 나눠 암 재발률과 생존기간을 평균 6.2년에 걸쳐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당뇨병군은 비당뇨병군에 비해 암 재발률이 1.6배나 높았고, 5년 생존율 또한 평균 77%로, 비당뇨병군의 84%에 비해 낮은 치료 예후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당뇨병 위암수술 환자 중 메트포르민 복용군은 다른 당뇨약을 사용한 환자들에 비해 암 재발률이 37%나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2012년 연세의대 정재호 교수(세브란스병원 외과)는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메트포르민과 당대사 억제물질인 2-디옥시글루코스를 같이 투입한 동물모델 실험에서 암세포가 약 50% 정도 줄어들었다고 보고했다.

중앙의대 서석원 교수는 간세포암 세포주에서 메트포르민과 면역억제제를 주입한 결과 종양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한 연구를 미국간학회에서 발표한 바 있다. 간암 세포주를 통해 두 약제의 병용효과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타연구 분석기법 한계…효과 없다는 결론도

하지만 이러한 연구는 직접 임상이 아닌 여러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이거나 기초 임상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메타분석 연구는 그 형태에 따라 다양한 결론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선행연구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반드시 임상연구를 거쳐야 한다.

▲ 메트포르민의 최초 개발사는 독일 머크사다. 국내에는 글루코파지와 다이아벡스라는 제품명으로 판매돼고 있다.
실제로 펍메드(Pubmed)에 검색하면 효과가 있다는 연구만큼이나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결과도 많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메트포르민이 암세포를 억제하는 기전은 확인됐지만 암종, 암진행 단계(전이, 진행성), 나이, 연령, 유전성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만큼 기존의 메타분석 연구로는 일관성 있는 연구를 얻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초연구 또한 임상연구로 진행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일 뿐 아직 임상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더 이상 가능성으로만 언급하지 말고 실제 임상을 통해 확인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다. 다행히 몇몇 암종에서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가장 활발한 분야는 유방암과 간암이다.

유방암은 비록 Noto 교수의 연구에서는 2%밖에 암을 예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기초임상과 몇몇 연구에서 가장 일관성 있는 결과가 나오는 암종 중 하나다. 때문에 임상 연구도 활발하다.

유방암 환자 대상 METEOR 연구 결과에 이목 집중

현재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3상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연구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폐경후 유방암 환자에게 레트로졸 2.5mg(QD) + 메트포르민 2000mg(QD) 병용요법과 레트로졸 + 위약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METEOR로 불리는 이 연구 결과에 따라 메트포르민이 항암제로 변신할지 아니면 단순한 당뇨약에 머물지 결정되는 것이다. 간암분야 또한 아직 기초연구에 불과하지만 다른 암종과 달리 모두 일관성 있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어 실제 임상 가능성도 높다는 평이다.

서 교수는 “간암은 다른 암종과 달리 치료제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서 메트포르민을 이용한 간암 치료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며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메트포르민이 다양한 암종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임상까지 진행됨에 따라, 조만간 가장 저렴한 항암제로서의 재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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