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C형간염 관리, 국가 C형간염 전수감시 필요성 제기

▲ 10일 국회의원 신의진 의원실 주최로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다나의원 사태, 재발 방지와 피해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를 놓고 토론이 진행됐다.

12월 초, 서울 양천구의 한 동네의원에서 주사기 재사용 문제가 원인이 된 C형간염 집단감염사태가 발생했다. 이를 두고 한 켠에선 이런 말도 나온다.

"이번 다나의원 집단감염사태가 아니었다면, C형간염은 여전히 조명받지 못했다."

10일 국회의원 신의진 의원실 주최로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다나의원 사태, 재발 방지와 피해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최근 이슈가 됐던 C형간염 집단감염 사례를 중심으로 현 관리체계의 문제점 및 대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사회적 이슈가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비위생적인 주사기 재사용도 큰 문제였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지역사회 평균 C형간염 유병률이 0.6% 수준인데 반해 이번 다나의원 내원자 감염수준은 지난 6일 기준 82명으로, 평균보다 최소 6배에서 최대 12배까지 증가한 상황이었다.

최신 치료제 시장 도입, 피해자 적용 어떠한 문제가?

먼저 치료와 관련 감염자의 C형간염바이러스(HCV) 유전자형에서도 문제점이 포착됐다.

국내 C형간염에 흔한 유전자형인 1b형이 아닌 비교적 발병이 드문 유전자형 1a형 감염자가 82명 중 39명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것.

물론 이들 역시 페그인터페론을 기반으로 한 기존 치료제만으로도 순차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게 의료진의 현재 입장. 여기에 최근 시장에 속속 승인되기 시작한 차세대 경구용 바이러스직접작용제제(DAA)들도 최적의 대안으로 거론됐다.

이와 관련 지난 달 대한간학회가 급·만성 C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이들 신약, 즉 차세대 DAA의 사용을 강력 권고한 진료지침을 2년만에 개정해 공표한 상황이기도 하다. 일단 개정된 진료지침만 살펴봐도 이번 다나의원 사태로 피해를 입은 C형간염바이러스(HCV) 유전자형 1a형 환자에 적용 가능한 약물은 있다.

대한간학회 의료정책이사인 최문석 교수(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는 "이들에 최근 승인을 마친 소포스부비르 + 레디파스비르 복합제를 사용하거나 소포스부비르 + 페그인터페론 및 리바비린 옵션을 적용할 수 있다"며 "특히 소포스부비르 + 레디파스비르 복합제는 3개월 치료에 약 99%의 완치율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걸림돌은 있다. 이들 신약이 고가인 만큼 비용효과 논란은 아직 진행형인 것. DAA로는 국내 시장에 가장 먼저 안착한 다클린자(다클라타스비르) + 순베프라(아수나프레비르) 병용요법의 급여가 비교적 현실적인 수준으로 작업을 마쳤다지만, 이보다 강력한 효과를 내세우는 약물들은 보험약가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이번 사태와 관련 피해보상과 관련한 법적인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사회적 문제로까지 부상했다"며 "치료에 따른 보험급여 적용도 안되는 터라 최소 4000여 만원 이상의 치료비용을 해당 환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게 선결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최 교수는 "이들 신약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급여 적용을 내다보고 있다"고 첨언했다.

▲ 이날 토론회에서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사태에 문제가 된 '주사기 재사용' 현장사진을 설명 중이다.

외면받던 C형간염, 결국 악화돼야 병원 찾아

'당연히 터지지 말았어야 할 일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 재발방지 계획에 매번 포함되는 얘기인 즉, 질환 인식이 저조해 C형간염 환자가 비교적 치료결과가 좋은 조기에 진단을 받지 못하고 결국 악화되다 40세 이상에서 간경화나 간암으로 병원을 찾는다는 것.

C형간염은 간경화나 간암으로 악화되는 주요 원인인자가 되지만, B형간염보다 질환 인지도가 낮아 실제 조기진단에 걸림돌이 많은 실정이다.

때문에 C형간염 항체 검사를 생애전환기 검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관련 학계에 대두되고 있다.

현재 대한간학회는 이와 관련 선별검사의 유용성을 놓고 생애전환기 검진과 2년마다 시행되는 국민건강검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해당 질환의 특성상 문제가 되는 연령대인 40대 이상에서 보다 적극적인 환자선별 작업이 필수라는 의견이다.

결국 생애전환기 검진시기인 40세와 66세에 항HCV 검사를 통한 C형간염 선별정책이 필요하고, 생애전환기 점사의 혜택에서 제외되는 41세 이상 66세 미만에서는 국민건강검진을 통해 C형간염의 박멸을 앞당겨야 한다는 설명.

하지만 이러한 선별검사 시행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따른다. 대상 선정의 문제다. 우선적으로 고위험군에만 시행을 할 지, 전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그 이유.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C형간염의 역학적 특징에서 마약 사용자가 많은 해외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해외의 경우 고위험군의 분류가 명확한 반면 국내는 소독이 안 된 내시경 시술 및 치과치료, 침 치료 등에서 감염위험이 예상되지만 이들 모두를 고위험군으로 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상당수가 이미 알게 모르게 다양한 감염위험에 노출된 만큼 환자관리 측면에서 전수검사는 비용효과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진국은 이미 전수감시 시행, 국내 적용 가능성 '예고'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국가 전수감시 아래 적극적인 환자관리가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가까운 일본, 대만을 비롯한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이미 전수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미의학연구소는 HIV에 상응하는 C형간염 감시체계를 권고한 상태이며,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2013년과 올해에 걸쳐 적극적인 감시체계의 강화를 언급한 바 있다.

또 2013년 WHO가 공개한 바이러스성 간염 글로벌 예방관리 정책보고서를 살펴보면, 대상이 된 104개국가 가운데 86%가 급성 C형간염 국가감시체계를 운영 중이었고, 49%는 만성 C형간염에도 이를 적용했다.

이와 함께 38%에 해당하는 48개국은 C형간염관리정책을 별도로 운영 중이었으며, C형간염 검사를 무료로 시행하고 있어 국내에 시사점을 던졌다.

이날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토론회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축사를 통해 그동안 문제가 됐던 우리나라 C형간염의 조기 선별을 위한 생애전환기 검진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다.

정 장관은 "현재 C형간염은 B형간염과 달리 국간건강검진 대상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관련 학계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쳐 검진 대상에 포함시켜 조기에 환자를 발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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