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수가제가 수년간 동결…환자들 치료 기회 사실상 박탈
조현병 환자에 대한 낮은 정액진료비와 의료급여 체제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서울의대 김의태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현병 환자가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정신건강질환에 대한 정액수가체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신건강질환 외래진료시에 내원 및 투약 1일당 정액수가는 2770원이다. 이는 건강보험의 2만 7704원의 10% 수준이다. 입원수가는 4만 7000원으로 6만 4681원인 건강보험(G2 기준)의 73% 수준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정신과 의료급여 정액수가제가 수년간 개선되지 않아 의료급여 수급 조현병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제한받는 등 문제가 크다는 것.
보건복지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해부터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각계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는 등 수가체계의 구체적인 개선방향을 논의중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효성 있는 결과는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현병을 조기 치료하지 않을경우 장기입원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전남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완 교수도 기자간담회에서 "초발 조현병 환자가 경제적 형편에 상관없이 충분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은 환자의 기능회복은 물론 궁극적인 탈원화에 기여해 의료비를 매우 효과적으로 절감시킬 수 있다"고 피력했다.
조기치료가 의료비 절감의 길!
실제로 조현병을 조기에 진단 및 치료하면 치료 반응이 우수하고, 환자의 생존률 및 입원률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병은 증상 발생 후 1~3개월 후에 치료를 시작하면 예후가 현저히 나빠지는데, 치료가 빠를수록 개선율이 높아지고 뇌 손상을 막아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010년 호주 연구팀이 초발 조현병 환자 374명을 7년간 추적관찰한 결과를 예로들면 조기 치료를 시행할 경우, 정신병적 증상이 50% 가까이 소실됐고, 사회적 및 직업적 기능도 22% 이상 회복됐다. 기능회복은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 장보기, 돈 계산, 취직 또는 학업 등이 어느정도 가능한 경우를 말한다.
치료 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2.5%에도 못 미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처방률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몇몇 연구결과를 통해 열악한 치료환경에 놓인 중증 정신건강질환의 지속적인 치료와 재발 방지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코호트 연구결과를 통해 첫 입원 치료한 조현병 환자가 장기지속형 주사제(LAI)를 사용하면 경구용 약물 대비 입원 위험성이 50~65%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LAI는 약물 순응도를 높여 조현병 환자의 사회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보다 많은 환자들이 혜택 받을 수 있도록, 주사제 처방이 확대되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에 지난달 보건복지부의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개정고시에 따라 11월 1일부터 팔리페리돈팔미테이트(상품명: 인베가 서스티나)의 보험급여 기준이 변경됐다.
고시개정안에 따르면 월 1회 주사제인 팔리페리돈팔미테이트의 보험급여기준이 허가사항범위(조현병의 급성치료 및 유지요법) 내에서 투여 시 요양급여가 인정돼도록 변경됐다.
현재까지 인베가서스티나는 '약물복용에 대한 순응도가 낮아 재발로 인한 입원경험이 있는 환자(낮병동 입원은 제외)'에게만 보험급여가 인정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