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요양병원 수가개선방안 발표 ...의료계, 잘하는 요양병원 타격 vs 복지부, "기우일 뿐"

 

"나 떨고 있니?"

영화의 한 대사가 아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요양병원건강보험 수가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하면서 몇몇 요양병원장이 농담처럼 하는 말이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가 복지부와 어떻게 협상하든 수가를 깎이는 나쁜 일만 남았기 때문에 떨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요양병원의 건강보험수가를 질 향상 유도 및 부실한 요양병원에 대해 차등보상이 되도록 조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중증환자 수가를 올리고 경증환자 수가는 낮추고, 중증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는 행위별수가로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또 변별력 낮은 인력가산을 일부 축소하고, 의료기관평가인증을 적용해 질평가 가감산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외에도 의학적으로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만 요양병원에 입원 가능토록 현행 7단계 환자분류군의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요양수요별 공급체계를 다양화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요양병원 병상수 연 20%씩 증가

복지부의 이번 발표를 단순하게 정리하면 계속 증가하는 요양병원을 그냥 보고 있지 않겠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수가조정을 통해 증가하는 요양병원을 잡고, 증가하는 진료비도 잡겠다는 것.

전문가들은 복지부가 이런 정책을 내놓은 것은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 입을 모은다. 요양병원 수는 최근 6년간 약 95%, 병상수는 약 180% 증가했다.

복지부는 "요양병원 병상수는 연 20%씩 증가해 총 병상 증가율의 3.6배"라며 "증가한 병상의 2/3를 요양병원이 차지한다"며 수가조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또 "1인당 연간 요양병원 진료비가 2008년 773만원에서 2014년 1255만원으로 증가했다. 이 수치는 연간 1인당 진료비가 5년간 60%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양병원 숫자가 많아진 것도 문제지만, 부실하게 운영되는 곳이 증가한 것도 큰 골칫거리였다. 이번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도 사무장병원 등 엉망으로 운영되는 요양병원이었다.

따라서 다수의 요양병원장은 복지부가 엉터리 요양병원을 정리하는 것에는 찬성이라고 했다.

노인요양병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복지부가 이상하게 운영하는 노인요양병원에 손을 대겠다고 하는 것에는 찬성한다. 노인요양병원 갯수 30%를 없애겠다고 해도 좋다"고 했다.

B원장도 "요양병원 중 사무장병원이 많다. 이들은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며 "그렇다고 대부분의 노인요양병원을 사무장병원처럼 얘기하면서 정책을 하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무장병원이 유리할 수 있어"

요양병원들이 복지부의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세부안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법과 원칙을 지키는 요양병원이 나빠질 수 있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A원장은 현재 정부의 진행하려는 방식대로 가면 원리대로 하는 병원이 타격을 받고, 오히려 사무장병원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걱정을 쏟아냈다.

그는 "정부가 사무장병원 등 제대로 요양병원을 운영하지 않는 곳을 정리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안대로 진행하면 사무장병원이 더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의사들도 돈 좋아하지만 의사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하지만 사무장병원은 다르다. 의사들은 결과를 알기 때문에 무서워서 못하는 것들을 사무장병원에서는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의 얘기는 이랬다. 사무장병원들은 정부가 수가를 깎으면 비용을 위해 항생제 처방이나 반드시 필요한 치료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의사들은 무서워서 못하는 일을 사무장병원에서는 행해질 것이란 걱정이었다.

 

B원장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는 "수가가 떨어지면 비용구조가 나쁜 병원들이 먼저 도산할 것이고, 결국 최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사무장병원이 더 많이 생존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질 더 떨어질 수 있어

현재보다 노인요양병원의 의료의 질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들렸다. 수가가 떨어지면 의사나 간호사 등 인력을 줄이면 서비스 질을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였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한 관계자는 "정부의 뜻대로 수가조정이 진행되면 병원들은 먼저 인력 조정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복지부의 원래 의도가 서비스 질을 높이자는 것인데, 오히려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결과를 얻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입원 증가를 해결하려고 정부가 꺼내 든 본인부담 증가도 환자의 서비스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요양-개호-보건으로 이루어진 시스템과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구성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만 있어 단계별 시스템이 매우 빈약하다. 따라서 노인요양병원에서 나오게 되면 갈 곳이 없어 '난민'으로 떠돌 수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한 복지부는 이미 질 낮은 요양병원이 너무 많다고 대응한다.

1~2명 의사만 있는 요양병원이 230개소이고, 의사 중 65세 이상이 21%나 된다는 것.

복지부는 "의사 미충족 2.5%, 간호인력 미충중 4.6%, 당직의료인 미충족 10.4%"라며 "2013년 적정성 평가 결과 4등급 19%, 5등급 13%일 정도로 하위등급이 많다"고 협회의 주장을 일축했다.

복지부 손영래 보험급여과장은 "의료서비스 질 하락 등의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아직 구체화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 병원에서 얼마의 손실을 볼 것인지, 얼마나 의료 질이 나빠질지 지금으로서는 다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요양병원들의 지나친 걱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부안 논의 중이라 단정 어려워

현재 요양병원의 수가 조정을 두고 복지부와 노인요양병원협회가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올해 마무리를 할 예정이었지만 내년으로 넘어갈 확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노인요양병원협회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정리된 것이 없고 복지부와 방향성 등에 대해 계속 논의 중"이라며 "복지부가 중증환자 수가를 올리고, 경증환자 수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재정중립을 얘기하지만 이것은 절대 중립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장기입원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복지부가 환자들의 입원을 어렵게 하기 위해 본인부담금을 높이는 형태의 별도의 제도를 만든다고 했는데 이는 명백한 차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복지부도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은 같다.

손 과장은 "지나친 장기입원을 막기 위해 장기입원 체감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인풋 중심의 의료 질 평가를 아웃풋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방향성 자체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지난 건정심을 통해 이 같은 방향성을확인한 것으로, 구체적인 안은 계속해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장기입원으로 보고 관리할 것인지, 본인부담을 늘린다면 몇 %를 올릴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들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현재 안을 만들어가고 있는 상태고 노인요양병원협회와도 주기적으로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 제도개선안 확정에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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