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RINT 최종결과, 120mmHg 미만에서 심혈관사건·사망률 ↓

 

고혈압 환자의 혈압조절 목표치와 관련해서는 학계의 논쟁이 있었다.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을수록 혈압을 더 낮추면 좋지 않겠느냐는 ‘The lower, the better’ 개념과 적정 수준 이하의 공격적인 혈압강하가 위험 대비 우월한 혜택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J-shaped relationship’ 이론이 팽팽하게 맞서 왔다.

동반질환 환자에서 목표치 완화추세
하지만 최근에는 ACCORD나 INVEST 연구 등을 통해 당뇨병이나 신장질환 등을 동반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 일부를 제외하고 집중 혈압조절의 혜택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면서, 다소 완화된 목표치가 제시되고 있다. 기존에 고혈압 환자 전반에 140/90mmHg 미만, 당뇨병 또는 신장질환 동반 환자에 130/80mmHg 미만이 표준이었다면 2010년대 들어서는 동반질환 환자를 포함한 전반에 140/90(또는 80~90)mmHg 미만을 적용하고 더 나아가 60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150/90mmHg 미만을 적용하는 데 컨센서스를 형성하며 수축기혈압 목표치를 더 높여 잡는 추세다.

2013년 유럽심장학회(ESC)와 대한고혈압학회, 2014년 미국의 JNC 8차 보고서는 노인 고혈압의 수축기혈압 목표치를 150mmHg 미만 또는 140~150mmHg로 완화해 권고했다. 반면 ACC와 AHA는 80세 이상 노인 고혈압에만 150/90mmHg 미만을 적용하고 나머지 전반에는 140/90mmHg를 고수했다.

당뇨병·신장질환 환자
우리나라의 지침은 전반적으로 고혈압 환자의 혈압 목표치를 140/90mmHg 미만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목표치는 변화를 수용했다. 130/80mmHg으로 제시했던 기존의 목표치를 140/85mmHg 미만으로 완화해 권고한 것. 이러한 변화는 당뇨병 환자에서 공격적인 수축기혈압 조절의 혜택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제한적이라는 데 기반하고 있다. 만성 신장질환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게도 당뇨병과 무관하게 수축기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조절할 것을 주문하며 치료의 강도를 완화했다. 다만 알부민뇨가 있는 경우에는 130mmHg 미만으로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노인 고혈압
노인 고혈압 환자의 경우에는 확장기혈압을 60mmHg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수축기혈압은 140~150mmHg 선에 맞추도록 권고했다. 노인 고혈압에서 혈압강하에 의한 효과가 뚜렷하지만 140mmHg 미만으로 낯추기가 쉽지 않고, 140mmHg 미만과 150mmHg 미만으로 조절했을 때의 예후에 차이가 없다는 근거에 기반했다.

 

현재 대한고혈압학회는 고혈압 환자 전반을 비롯해 뇌졸중·관상동맥질환·(알부민뇨 없는) 만성 신장질환 등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게 혈압을 140/9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고령이나 당뇨병 환자에게도 수축기혈압 목표치를 140~150mmHg 또는 140mmHg 미만으로 기존보다 높여 제시하는 추세다.

이처럼 국내외 가이드라인이 손을 들어주고 있는 최근의 혈압 목표치 완화 기조가 재고돼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미 보건당국 지원의 대규모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를 통해 혈압조절에서 ‘the lower, the better’ 전략의 타당성이 입증됨에 따라, 기존 가이드라인 권고안과 임상현장의 진료에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 RCT에 근거해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혈압 목표치를 기존 가이드라인 권고안보다 낮춰 잡고, 이를 임상에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20mmHg 대 140mmHg
SPRINT(Systolic Blood Pressure Intervention Trial) 연구가 이 도전의 전면에 서 있다. 미국심장협회(AHA)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최종결과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속하는 고혈압 환자들의 수축기혈압을 120mmHg 미만 목표로 치료한 결과 140mmHg 미만 치료군과 비교해 심혈관질환, 심혈관 원인 사망, 모든 원인 사망(사망률)이 유의하게 감소했다.

SPRINT
SPRINT는 혈압 목표치 완화기조에 정면으로 반박, 혈압조절에도 ‘the lower, the better’ 전략이 유효하다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정부기관 주도로 이뤄진 대규모 임상연구다. 당뇨병은 없지만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50세 이상 연령대의 고혈압 환자 9361명을 대상으로 했다. 환자들은 수축기혈압 120mmHg 미만 목표치 그룹(집중치료, 항고혈압제 3개) 또는 140mmHg 미만 그룹(표준치료, 항고혈압제 2개)으로 무작위 배정돼 3.26년(중앙값)의 치료·관찰이 이뤄졌다.

관찰결과, 1년 시점에서 두 그룹의 평균 수축기혈압은 121.4mmHg 대 136.2mmHg로 차이를 보인 가운데 종료시점까지 유지됐다. 1차 종료점 복합빈도(심근경색증, 여타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심부전, 심혈관 원인 사망)는 연간 1.65% 대 2.19%로 집중조절군의 상대위험도가 25% 유의하게 감소했다(hazard ratio 0.75, P<0.001). 개별적으로는 심부전(38%↓, P=0.002), 심혈관 원인 사망(43%↓, P=0.005), 모든 원인 사망(27%↓, P=0.003)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감소가 확인된 반면 심근경색증(17%↓, P=0.19), 관상동맥질환(0%, P=0.99), 뇌졸중(11%↓, P=0.50)은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집중 혈압조절에 따른 중증의 부작용 위험은 전반적으로는 표준조절군과 차이가 없었으나, 저혈압·실신·전해질 이상·급성 신장손상 또는 신장부전 등은 유의하게 높았다. 한편 연구팀은 노인 고혈압 환자에서 우려됐던 낙상이나 서맥 위험은 두 그룹 간에 차이가 없었고, 기립성 저혈압 위험은 오히려 집중조절군에서 유의하게 낮았다고 밝혔다.

연구가 게재된 NEJM의 편집장 Jeffrey Drazen 교수는 “임상현장의 고혈압 진료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반겼다. NEJM에 논평을 실은 호주 시드니대학의 Valdo Perkovic 교수는 “심혈관질환 고위험 환자에서 수축기혈압 120mmHg 미만 목표치가 적절하다”며 “가이드라인 개정이 요구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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