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립선암 가이드라인연구회 김청수 간행위원장

전립선암은 최근 치료 면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분야다. 새로운 진단기술의 개발과 로봇수술, 방사선요법의 발달로 다학제치료가 보편화 됐으며, 거세저항성전립선암(CRCP) 등과 관련해 다양한 신약이 쏟아져 나오면서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전립선학회(Asian Pacific Prostate Society, APPS)가 지난해 첫 번째 전립선암 진료지침을 낸 지 1년 만에 개정판을 발간한 연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 전립선암 발생률이 급격히 늘어나는 가운데 미국, 유럽 등 서구국가들의 연구 결과에 의존한 치료지침을 한국인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2014년 아태전립선학회가 발간했던 진료지침을 토대로 2015년에 새롭게 변경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진료지침의 내용과 국내 데이터를 보강했다. 아태전립선학회의 최신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한국인 전립선암의 특징과 주요 쟁점들을 짚어봤다. 아태전립선학회 전립선암 진료지침 개정<上> 주요 변화는? 아태전립선학회 전립선암 진료지침 개정<下> 한국형 치료전략은?
▲ 김청수 간행위원장

"증가율 만큼이나 변화가 빠른 암."

아태전립선학회(APPS)에서 한국 전립선암 가이드라인 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김청수 간행위원장(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은 전립선암에 대해 한마디로 이같이 표현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립선암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데다, 수술기법이나 방사선요법 등 치료방법이 워낙 빠르게 개발되다 보니 치료 트렌드도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는 것.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호르몬요법에 반응하지 않아 치료가 어렵다고 여겨졌던 거세저항성 전립선암(CRPC)에서 엔잘루타마이드(enzalutamide)와 아비라테론(abiraterone acetate)이라는 새로운 옵션이 등장한 점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그런 만큼 1년 만의 가이드라인 개정이 결코 빠르지만은 않다는 설명이다. 그간 새롭게 추가된 국내 전립선암 논문과 통계자료를 보강함으로써 로봇수술부터 급여 변경사항까지 최신 학술지견을 십분 반영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은 2014년 한 해에만 가이드라인 2~3개 버전을 냈다"면서 "무작위대조연구(RCT)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면 바로 가이드라인에 반영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급변하는 진료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지침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개정 배경을 밝혔다.

근래 들어서는 아시아 지역이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 서구국가에 비해 전립선암 발생률은 낮지만 악성도가 높다는 보고도 나온다.

한국과 미국에서 국소전립선암으로 근치적 전립선절제술을 받았던 환자 1939명을 비교한 연구논문(Urol Oncol 2015년 9월 4일자 온라인판)에 따르면, 다른 임상적 특성을 보정한 후에도 한국인에게 발생한 전립선암이 서구에 비해 악성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발병률이 높은 서구 지역을 중심으로 전립선암 연구와 진료지침 개발이 이뤄지던 기존 패턴에서 벗어나 지역에 따른 접근방식이 요구되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 서구와 아시아의 전립선암 특성이 혼재되어 나타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전립선암의 지역적인 특성을 분석하기에 최적화 됐다고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특히 한국은 전립선암 발생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 고유의 진료지침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었다"며, "10년 전과 비교하면 연간변화율이 약 12.7%에 달한다. 과잉검진 논란으로 갑상선암 진단율이 떨어지면서 갑상선암을 앞지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럼에도 "전립선암은 순한 암"이라는 인식 때문에 질환에 대한 인식이나 검진율이 낮다는 사실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PSA 유용성 논란을 국내 상황과 동일시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못 박았다. 아시아 지역의 전립선암이 생물학적 특징 자체가 나쁘기도 하지만, 늦게 발견되다 보니 예후가 나쁜 경향도 크다는 의견이다.

전립선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될 경우 생존율이 30%대로 크게 떨어지고, 전립선암으로 사망하는 환자들도 상당하다면서 "개인별 위험도를 따진 뒤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PSA 스크리닝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아태전립선학회가 일본, 중국, 호주,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홍콩 등을 아우르는 다국적 학회인 만큼 현재 아시아 전립선암 가이드라인도 만들고 있다"며 "아시아판 가이드라인에 이번 지침의 내용도 반영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대한비뇨기과학회, 대한전립선학회 등과 공동으로 작업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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