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전립선학회 전립선암 진료지침 개정<1>

전립선암은 최근 치료 면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분야다. 새로운 진단기술의 개발과 로봇수술, 방사선요법의 발달로 다학제치료가 보편화 됐으며, 거세저항성전립선암(CRCP) 등과 관련해 다양한 신약이 쏟아져 나오면서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전립선학회(Asian Pacific Prostate Society, APPS)가 지난해 첫 번째 전립선암 진료지침을 낸 지 1년 만에 개정판을 발간한 연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 전립선암 발생률이 급격히 늘어나는 가운데 미국, 유럽 등 서구국가들의 연구 결과에 의존한 치료지침을 한국인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2014년 아태전립선학회가 발간했던 진료지침을 토대로 2015년에 새롭게 변경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진료지침의 내용과 국내 데이터를 보강했다. 아태전립선학회의 최신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한국인 전립선암의 특징과 주요 쟁점들을 짚어봤다. 아태전립선학회 전립선암 진료지침 개정<上> 1년 새 뭐가 바뀌었나 아태전립선학회 전립선암 진료지침 개정<下> 한국인에 맞는 치료전략은? 전 세계 발병률 2위…5년 내 남성암 1위 예상 전립선암은 전 세계 발병률 2위로 전체 암 진단의 13.5%를 차지한다.2008년 한 해 동안 91만 4000명이 새롭게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으며, 미국은 남성들 가운데 가장 많이 진단되는 암으로서 암사망률도 두 번째로 높다.특이한 점은 전립선암 발병률이 지역에 따른 편차가 커 최대 25배 차이가 난다는 사실.호주, 뉴질랜드(10만 명당 104.2명)를 비롯해 전립선특이항원(PSA) 선별검사와 전립선 조직검사가 보편화 돼 있는 서유럽, 북유럽, 북미 지역 등에서 높게 관찰되는데, 그 외 카리브해 지역, 중미,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발병률이 높고 중앙아시아 지역은 발병률이 가장 낮다.그렇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우리나라도 평균수명의 연장과 서구화된 식습관의 영향으로 전립선암 환자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
▲ 2012년 국가암등록통계에서는 남녀 전체에서 전립선암의 연평균 증가율이 12.7%로 2위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06년 암환자 분석결과'에 따르면 전립선암 환자수가 2000년 1457명에서 2006년 3436명으로 약 2.4배 늘어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전립선암 확진을 위한 전립선 조직검사의 빈도도 증가하는 실정인데(J Urol 2008;180:1949-53), 2012년 국가암등록통계에서는 남녀를 통틀어 주요 암의 연평균 증가율이 갑상선암(22.6%), 전립선암(12.7%), 유방암(5.8%), 대장암(5.2%) 순으로 나타났다(Cancer Res Treat 2015;47:127-141).

전립선암의 발생률과 유병률이 계속 증가하는 현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남성에서 3대암으로 등극하게 되고, 2020년에는 남성암 1위를 차지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공주대 임달오 교수팀(보건행정학과)은 국제학술지 Cancer Epidemiology 12월호에서 "1983~2012년 국내 13개 암종의 사망률 추이를 분석한 결과, 30년 새 남성의 전립선암 사망률이 10.4배 늘었다(0.5명→5.2명/10만명)"고 발표해 충격을 안겼다.


하나. 논란 많은 'PSA 검사' 희망자 한해 시행

모든 암이 그렇듯 전립선암의 사망률을 낮추는 데는 조기진단이 필수. 이를 위해 직장수지검사와 혈중 PSA 검사가 주로 활용되는데, 바로 이 PSA 검사의 유용성 여부가 뜨거운 감자다.

PSA 검사가 전립선암의 조기발견을 가능케 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서 낮은 병기의 진단 비율을 높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는 대부분의 전문가는 동의하지만, 반대로 상당수의 환자가 전립선암으로 사망하지 않으며 치료가 불필요한 이들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학계에서는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선별검사를 시행할 것인지가 큰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빠르게 진행하는 공격적 유형이 아니라면 75세 이상 노년층에 대한 PSA 검사는 크게 유용하지 않다는 중론인데, 아쉽게도 현재로선 서서히 진행하는 전립선암과 빠르게 진행하는 전립선암을 감별해낼 방법이 없다.

이와 관련 아태전립선학회는 '한국인에서는 전립선암 진단 시 재발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이 서양에 비해 높으므로, PSA 스크리닝에 의한 장·단점을 설명한 뒤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만 실시하라'고 정리했다. '과도한 진단과 치료의 득실을 고려해 55~69세 사이에 PSA 검사를 시행하라'는 2013년 미국비뇨기과학회의 결정과는 다소 상반된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전립선암의 유병률, 발병연령, 생물학적 특징 등이 다르므로 미국의 방침을 일률적으로 따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결론. 전립선 조직검사가 권장되는 PSA 기준치를 따로 정하진 않았지만, 병원마다 2.5~4.0ng/mL 정도를 기준치로 정하고 있다고 함께 제시했다.

아울러 전립선암 발견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유리형 PSA 비율, PSA 밀도, PSA 속도, 연령치 PSA 참조범위 등이 있지만 유용성에 대한 증거는 충분치 않으며, 직장수지검사는 전립선암 발견율을 높일 수 있어 도움이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둘. 국소전립선암 치료에 '로봇수술' 급부상

근치전립선절제술은 국소전립선암의 대표적인 치료방법이다. 전립선 전체와 정낭, 정관 등 주변 조직 및 골반 림프절까지 완전히 제거한다.

개정 가이드라인은 규모가 큰 병원에서 경험이 많은 비뇨기과 전문의가 시행할수록 근치전립선수술의 성적이 더 좋다고 제시하면서(Korean J Urol 2010;51:836-42) 최근 늘어나는 최소침습적 방식에 힘을 실었다.

근거로는 경험 많은 술자가 복강경 및 로봇보조 근치전립선절제술을 시행할 경우 기존 관혈적 수술과 근접한 치료성적을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를 다수 제시했다(Eur Urol 2012;62:418-30). 국내에서도 로봇보조 근치전립선절제술을 관혈적 근치전립선절제술과 비교했을 때 양성절제면의 비율은 동일하면서도 요자제기능의 회복이 더 빠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Int J Urol 2014;21:781-5).

골반림프절 전이 가능성이 2%보다 높은 환자에게는 확장골반림프절절제술(extenden PLND)을 추천했으며(Eur Urol 2009;55:1135-43), 마찬가지로 관혈적 방식과 복강경 또는 로봇보조 접근법이 모두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한편 골반림프절 외부방사선치료(EBRT)는 중간 위험도 환자부터 4~6개월의 남성호르몬 박탈요법과 함께 고려할 것을 권고했고, 저위험도에서는 권고되지 않았다. 고위험도 전립선암 환자에게는 골반림프절 외부방사선치료와 함께 2~3년의 추가적인 남성호르몬 박탈요법을 category1으로 강력 권고했다.


셋. '엔잘루타마이드'·'아비라테론' 1차치료제로 승격

임상적 특성이 매우 다양한 거세저항성 전립선암(CRPC).

개정 가이드라인에선 지난해 말 급여등재 과정에서 희비가 갈렸던 엔잘루타마이드(enzalutamide)와 아비라테론(abiraterone acetate)이 나란히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의 1차 치료제로 이름을 올렸다.

엔젤루타마이드가 위약군 대비 생존기간을 4.8개월 향상시키고 상대적인 사망 위험도를 37% 감소시켰다는 AFFIRM 연구(Lancet 2010;375:1437-46)와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에서 항암제 투여시기를 늦출 수 있었다는 PREVAIL 연구(NEJM 2014;371:424-33) 결과를 적극 반영한 덕분이다.

아비라테론 또한 항암치료를 받지 않은 군의 85%, 도세탁셀로 치료받은 군의 50%에서 PSA 수치를 50% 감소시켰으며(J Clin Oncol 2010;28:1481-8), 49개월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위약군 대비 4.3개월의 생존율 향상을 입증했다(Lancet Oncol 2015;16:152-60).

아태전립선학회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의 전신치료와 관련해 '내부 장기로의 전이 유무와 관계 없이 3주 간격의 도세탈셀(docetaxel) + 프레드니손(prednisone) 병용요법 또는 엔잘루타마이드나 아비라테론을 1차 치료로 고려할 것'을 권고한다.

엔젤루타마이드와 아비라테론을 1차 치료로 사용한 환자에게는 2차 치료제로 도세탁셀을, 반대로 1차 치료로 도세탁셀을 사용한 경우라면 엔젤루타마이드와 아비라테론을 2차 치료제로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됐다.

카바지탁셀(cabazitaxel) 역시 도세탁셀 치료에 실패한 환자의 2차 치료제로 고려해 볼 수 있는데, 아비라테론과 환자의 생존율을 직접 비교한 무작위대조연구(RCT)는 아직 없기 때문에 안전성, 효율성 및 내약성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선택에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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