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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부 이현주 기자

다국적사 제품을 공동판매하는 국내사는 약자일 수밖에 없을까?

최근 A국내사와 B다국적사 간의 DPP-4계열 당뇨치료제, 고지혈증치료제 재계약 여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도 그럴것이 당뇨치료제 매출이 1000억원이 넘는데다 고지혈증치료제도 6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품목이기 때문에 A제약사는 매출 타격이, 경쟁품목을 가진 회사들로서는 매출증대를 노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양측은 계약을 종료하는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제약사 관계자는 "영업판촉비 등으로 이것 저것 제하면 이익률이 1~2% 수준이라 마진 문제로 이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B다국적사 관계자는 "A사가 종합병원 매출 기여도가 높아 계약연장을 검토했지만 수수료 문제도 있고 장기적으로 A사의 포션이 커지는 것도 부담이어서 종료하는 쪽으로 기울었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현재 영업사원 채용을 진행 중인데 A사 직원은 교육을 따로 시킬 필요가 없어 A사 직원이 지원하면 채용하자는 얘기가 농담 반, 진담 반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계약 종료에 무게가 실리는 듯 했으나 양측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게됐다. A사 고위관계자는 "재협상을 진행 중이다.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1600억원이 하루아침에 날아가버리는 A사로서는 매출타격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A사에게는 또 다른 다국적사와의 공동판매 품목이 있고, 새로운 제품을 가져올 계획도 있지만 중소제약사 연 매출수준인 1600억원의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쏟아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만만찮은 부담이었을 것이다.

재계약 결과는 아직 알수 없다. 하지만 서로의 손을 놓는다면 아쉬움이 더 큰 쪽은 A사가 분명해 보인다. 때문에 A사가 재계약 조건을 강하게 제시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A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다국적사의 잘나가는 품목을 판매하는 국내사의 현실은 전세살이 세입자를 떠올리게 한다.

계약기간이 끝나는 시점에서 주인의 '나가달라'는 한 마디에 새로운 살집을 마련해야 하는 세입자처럼 공동판매 계약이 종료되면 매출을 메우기위해 또다른 제품을 찾아야 하는 국내사들의 처지가 그렇다. 

서글픈 세입자 신세를 면하는 해결책은 있다. 신약 연구개발, 자사품목 육성 등 체질개선이다. 얼마 전 제약단체장들과의 면담에서 제2, 3의 한미약품이 나오길 기대한다는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의 당부가 제약사들에게 다시 한번 와닿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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