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감염 위험 증가 시킨다 vs 증거 불확실하다 의견팽팽

흰 가운은 오랫동안 의료진 또는 순결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흰가운이 세균감염의 온상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그 근거를 두고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하버드의대 감염내과 Philip Lederer 박사가 한 온라인 뉴스레터(theconversation.com)에 게재한 글에 따르면 "흰 가운 착용은 세균 감염 위험을 그만큼 상승시키기 때문에 위험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라도 가능하면 입지 말것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병실 세균에 오염된 가운은 환자들에게도 치명적인 감염질환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 
 
최근 미국 내 의료진 1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고작 1%가 가운을 매일 빨아입고, 39%는 일주일에 한번, 40%는 한달에 한번 가운을 세탁해서 입는다고 답했다. 특히 17%는 가운을 단 한번도 세탁해서 입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가운의 63%는 세균 득실거려"

 

전문가들은 몇몇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의사들의 비위생적인 가운 착용이 세균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03년 이스라엘 히브리대학 샤라 제데크의료원 Yonit Wiener-Well 박사팀의 연구결과를 예로 들어보자. 연구팀이 병원내 의사 60명과 간호사 75명을 대상으로 박테리아 검사를 실시한 결과 하나 이상의 병원성 박테리아가 약 63%에서 검출된 것.

여기에는 장내세균, 녹농균, 아시네토박터균 등이 포함돼 있었고, 메타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을 비롯 반코마이신 내성 장내세균, 페로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균, 젠타마이신, 시플로플록사신, 세프타지딤 내성 녹농균 등 내성균도 있었다.

특히 이번 연구결과는 이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언급됐던 의료진의 가운에서 박테리아 감염 부분이 많았다는 결과와 일맥상통한다는 평가다.

주로 가운의 복부부분, 소매, 주머니 등에서 검출됐는데, 연구팀은 의료진 유니폼에서의 박테리아가 환자로 전이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이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Wiener-Well 교수는 "의료진들은 매일 가운을 갈아입고, 적절한 방법으로 세탁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만약 체액과 접촉할 경우 플라스틱 앞치마를 착용하고 손 위생을 필히 유지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실제로 2008년부터 영국국민건강서비스(NHS)는 의사들에게 감염이 전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반팔을 입으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지침은 2007년 BMJ 에서 의사들의 가운 속에 황색포도상구균(SA)이 검출됐다는 논문이 발표된 이후 제정됐다.

이후 NHS가 정밀조사한 결과 팔꿈치 아래 어떠한 의복도 착용하지 않았을 때 감염 위험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2009년에는 미국의사협회(AMA)에서도 이런 연구결과들이 나오면서, 가운착용금지(no-coat policy)라는 정책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실행시기는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AMA 측에서 비위생적인 가운에 세균이 상재해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수차례 보고한 바 있다.

"환자들은 흰 가운을 오히려 선호한다?"

 

그렇다면 의사들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던 흰 가운 역시 감염질환 발병 위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일까?

이 같은 물음에 일부 전문가들은 흰 가운만이 아니라, 외출복, 수술복, 심지어 맨팔도 소독하지 않으면 깨끗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라는 여론도 적지 않다. 흰 가운을 벗기 논쟁이 감염병 예방 안전 수칙의 가치를 오히려 희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의대 브리검여성병원 Michael S. Calderwood 박사는 "몇몇 연구결과를 보면 흰 가운과 기타 옷 등을 비교했을 때 세균 오염도의 차이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Calderwood 박사는 흰 가운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과 역설적이게도, 환자들은 흰 가운을 오히려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그는 "논문 6건을 분석한 결과 환자들은 흰 가운을 입는 의사를 더욱 선호한다. 일부 연구들이 흰 가운이 의사에 대한 신롸감을 고취해 의사의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고 보고했다"고 부연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흰 가운 입기를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미국 역학회가 제정한 지침도 또 다른 근거로 내새웠다. 이유인 즉슨 지침서에 흰 가운은 병원균을 옮기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불분명하다고 보고됐기 때문이다.

미국 펜실베니아의대 Neil Fishman 박사는 최근 열린 병원 포럼에서 흰 가운 벗기 운동를 지지하는 교수들 향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Fishman 교수는 포럼 인터뷰를  통해 "병원은 다양한 감염방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반팔이 감염률 저하에 기여했다는 증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면서 "낙상과 욕창을 예방하고 손을 자주 씻는 것이 감염예방의 최선이다. '흰 가운 벗기 운동'은 전문의들이 이제껏 지켜오던 감염병 예방에 너무나도 벗어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소독되지 않은' 흰 가운이 세균 감염 위험이 있음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림의대 김재석 교수(강동섬싱병원 진단검사의학과)는 "의사들이 소독되지 않은 가운과 넥타이를 계속 입고 다닐 경우 병원 내에서 여러 세균에 감염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서 "환자에게 시술을 하거나 밀접한 접촉이 필요한 경우, 가운과 넥타이의 오염된 세균에 의한 교차오염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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