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병원의 HIV 연구 전략 책임자 그레미 모일 박사

최근 유엔의 에이즈전담기구인 UNAIDS는 AIDS 환자를 줄이기 위한 목표로 '90-90-90'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2020년까지 HIV 감염자 90%가 자신의 HIV 감염 여부를 알게 할 것', 'HIV를 진단 받은 환자 90%가 지속적으로 ART을 받게 할 것', 'HIV를 진단 받은 환자 90%가 바이러스 증식이 억제된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것' 등 세가지를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이를 통해 HIV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은 물론 HIV에 대한 사회적 낙인 효과와 치료 비용을 줄이고, HIV 감염인의 이환율과 감염 위험 또한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최근 HIV 치료제에 대한 선택도 매우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90-90-9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치료전략을 써야하는지 HIV 분야 석학이자 영국 런던 첼시 앤 웨스트민스터 병원의 HIV 연구 전략 책임자인 그레미 모일(Graeme Moyle) 교수를 만나 봤다.

▲ 첼시 앤 웨스트민스터 병원의 HIV 연구 전략 책임자인 그레미 모일(Graeme Moyle) 박사는 새로운 HIV 치료 복합제들은 복용의 편리성에 그치지 않고 나이가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Q. 최근 미국 가이드라인과 유럽 가이드라인이 개정됐다. 기존과 다르게 변경된 부분은 무엇인가?
-개정된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권고되는 치료 시작 시점이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CD4+T 세포 수치에 따라 치료 시점을 결정하였으나, 새로운 가이드라인에서는 조기에 진단하고 HIV 감염을 진단 받은 즉시 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는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HIV와 관련된 질환과 결핵, 종양 등 비관련 질환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는 데 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된 연구(START)가 기반이 됐다.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HIV나 AIDS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부정적 리스크(risk)를 사전에 줄이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조기 치료는 타인에게 HIV를 전파 혹은 감염시킬 가능성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즉,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타인에게 전염시키는 것을 방지하는 등 공동체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조기 진단과 치료를 권고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이 개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미국보건복지부(DHHS) 및 유럽에이즈학회(EACS) 개정 가이드라인의 우선 권고 약제가 줄어들었다. 전반적으로 NNRTI나 PI보다는 InSTI를 우선 권고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다만 WHO 가이드라인에서는 아직까지 에파비렌즈(EFV),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푸마레이트(TDF)에 엠트리시타빈(FTC) 또는 라미부딘(3TC)의 병용 3제를 권고하고 있다.

DHHS 가이드라인에서는 내약성의 문제로 에파비렌즈(EFV)는 차선 권고 약물로 변경됐다. 에파비렌즈를 복용하는 일부 환자에서 수면 장애나 경도 인지 장애, 기분 장애(mood disorder)등의 이상 반응이 보고되자, 이는 장기적인 HIV 환자 치료에 장애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가이드라인 내 우선 권고 약물에서 제외됐다. 한편, 수면 장애, 인지 장애 등과 같은 이상 반응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나는 InSTI 계열의 약제는 모두 우선 권고된다. PI 약제 역시 개정 가이드라인에서 변동이 있었다. 다루나비르(DRV)와 아타자나비르(ATV)가 임상 연구 결과에서 InSTI보다 내약성 측면에서 열등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Q. 현재 HIV 치료 트렌드는 두 가지 NRTI 계열(트루바다, 키벡사)에 InSTI 한 가지를 조합하고 있다. 어떤 조합이 최적인가?
미국과 유럽은 NRTI 백본에 세번째 약을 조합한 치료법을 선택하고 있다. 보통 어떤 약제 조합으로 얼마나 많은 임상 연구가 진행되었는지에 따라 치료법을 결정하게 된다. 돌루테그라비르(DTG)의 경우 키벡사와 트루바다 각각의 조합에 따른 연구 결과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돌루테그라비르+트루바다'가 효과적인 조합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재 돌루테그라비르와 키벡사가 합쳐진 단일정 복합제도 출시되어 있는 상황이다.

InSTI와 PI, NNRTI 계열과 트루바다를 조합하는 것도 내약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는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NRTI에 NNRTI 계열 또는 PI 계열을 조합할 때는 키벡사보다 트루바다가 더 우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바이러스 수치가 높고 CD4 수치가 낮은 환자들에게서는 더욱 좋은 효과를 보였다.

Q. 최근의 이슈는 InSTI 계열간의 경쟁이다. 랄테그라비르, 엘비테그라비르, 돌루테그라비르 각각의 약제별 어떤 특징이 있나?.
3가지 제제 모두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어느 것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랄테그라비르는 약물 상호작용은 적지만 1일 2회를 복용해야 하므로 약물 상호작용이 중요한 환자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스트리빌드는 일단 가장 좋은 약물이라 생각한다. 가임기 여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포함해 풍부한 임상연구 데이터를 갖고 있어, 치료제 선택 시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스트리빌드는 기존 치료제를 스트리빌드로 변경한 환자들에 대한 연구 결과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연구 결과에서 치료 결과 및 만족도가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스트리빌드는 엘비테그라비르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CYP3A(시크트롬 P450 3A) 효소에 대해 리토나비르와 유사한 작용을 하는 코비시스타트라는 부스터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CYP3A 활성을 유도하는 약물과 병용할 경우, 혈중농도를 낮출 수 있다.

트리멕의 돌루테그라비르는 일부 환자에게서 수면 장애나 정신과적인 문제, 구역(구토) 등이 보고되고 있다. 또한, 돌루테그라비르는 OCT2(Organic Cation Transporter 2)를 억제하므로 크레아티닌 수치가 올라갈 수 있으며, 메트포르민의 혈중농도를 높이기 때문에 당뇨병을 동반한 에이즈 환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실 트리멕의 더 큰 문제는 돌루테그라비르가 아니라 라미부딘(3TC)이 포함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미부딘(3TC)은 반감기는 물론 심혈관계나 지질에 대한 영향, 위장관계의 내약성 측면에서도 불리한 점이 있어 일부 환자들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존 치료제를 트리멕으로 변경한 환자 대상 연구 결과에서는 오히려 기존 제제로 계속 복용하는 것이 더 유리한 환자들이 발생했다.

▲ 그레미 모일 박사
Q. 4제 복합제인 스트리빌드의 경우 안전성 이슈는 없나?
구성성분인 테노포비르가 신장과 뼈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실제로 신기능과 골밀도의 상관관계는 밀접하다. 신기능이 저하되면 인산의 손실이 과다하게 발생해 골밀도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리토나비르나 부스터 약물인 코비시스타트는 테노포비르의 혈중 농도를 상승시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일부 환자들에서 신장 관련 이상 증상이 보고됐다. 그러나 이 부분은 가역적이기 때문에 복약을 중단하면 농도가 다시 정상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NNRTI와 랄테그라비르는 신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부스터 약물인 코비시스타트나 돌루테그라비르는 수송체 차단을 통해 크레아티닌 수치와 사구체 여과율(eGFR) 값을 변화시킨다. 그런데, 수치가 변한다고 해서 신기능 자체가 저하되는 것은 아니다. 테노포비르의 독성 위험은 리토나비르 대비 낮은 편이다. 스트리빌드의 연구 결과를 보면, 신장 관련 문제는 스트리빌드군이 아닌, 대부분 아타자나비르와 리토나비르를 복용했던 환자군에서 발생했다.

부스터 제제와 테노포비르를 함께 사용한 후 중증의 신기능 이상 반응을 보인 환자는 0.2%정도 수준이었다. 물론 1000명의 중 고작 5명의 환자에서만 문제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신기능 부작용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이에 길리어드 사이언스社는 신장과 관련해 나타날 수 있는 이상 증상을 개선하고 테노포비르 제제의 안전성을 더욱 향상시키고자 기존의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푸마레이트(TDF) 성분을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마이드(TAF)로 대체한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였으며, 지난 11월 5일에 FDA에서 승인을 받았다.

다만 약을 처방할 때는 환자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위험성을 고려해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중이 적은 여성들이나 아프리카계 여성들, 일부 유전자 수용체에 변이가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신장 관련 이상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높다. 환자를 신중하게 선별한다면 신기능 부작용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바카비르 역시, 심근경색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에게 처방하는 것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Q. 새롭게 개발되는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마이드(TAF)가 신기능 관련 이상 증상을 얼마나 감소시킬 수 있으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연구는 충분한가?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마이드(TAF) 역시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푸마레이트(TDF)와 동일하게 pro-drug이다. 다만 혈중 반감기가 달라 TAF의 경우 대부분 림프구(lymphocyte)나 간세포(hepatocyte) 등 특정한 세포에 흡수된 후 대사 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활성 테노포비르의 양이 림프구나 간세포에서는 많고, 신장이나 뼈 조직에는 적다. 결과적으로, 신장이나 뼈에서는 테노포비르에 대한 노출이 TDF에 비해 10%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현재 TAF를 포함한 HIV 치료제와 관련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결과는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Q. 엘비테그라비르의 내성은 어떤가? 또한 이미 내성이 있는 환자들이 엘비테그라비르를 복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엘비테그라비르의 임상 중 300여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내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엘비테그라비르 성분이 포함된 스트리빌드의 102, 103 스터디의 결과에서는 약 2%에서 내성이 발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유전자 변이 패턴에 대한 연구에서는 InSTI에 대한 내성이 나타난 환자들은 돌루테그라비르에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대한 후속 연구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

초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인테그라제 내성 유전자 변이를 연구한 방법을 살펴보면, GSK는 MSD나 길리어드와 다른 연구 방법을 사용했다. 보통 내성 확진을 할 때 2회에 걸쳐 샘플링을 하게 되는데 이 경우 2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GSK는 첫 번째 샘플에서 내성을 확인한 반면, MSD나 길리어드는 두 번째 샘플에서 내성을 확인하였다. 2주 간의 시간 간격이 있기 때문에 그 사이 바이러스가 증식되어 일반적으로 두 번째 샘플에서 확인할 때 상대적으로 내성 환자가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 GSK가 이렇게 내성 검사에서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Q. 단일정복합제가 출시되면서 처방 약제를 변경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치료제로 안정적인 효과를 유지하고 있는 환자들이 스트리빌드 또는 트리멕과 같은 약제로 변경했을 때 문제는 없나?
각각의 제제의 약제 변경 연구가 있다. 스트리빌드의 경우는 Strategy study, 트리멕의 경우는 Striving study라고 하는데, 스트리빌드의 경우 Strategy Study를 통해 변경한 약제의 효과가 더 좋다는 결과를 입증했고, 트리멕은 Striving Study를 통해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두 제제의 경우 단일정이고 에파비렌즈와 관련된 CNS계 관련(중추신경계) 부작용을 줄였기 때문에 환자들이 더 선호하고 있으며, 내약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PI를 복용하는 환자가 스트리빌드로 약제를 변경했을 때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다. 전체적인 효능이 높아졌고, 환자들의 복약 중단 비율이 낮아졌으며, 이상 증상 발현, 바이러스 억제 실패율도 개선됐다.

NNRTI를 복용하는 환자가 스트리빌드로 변경한 경우는 PI에서 스트리빌드로 변경한 것과 결과는 비슷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트리멕 스위치 연구에서는 환자들이 이상 반응으로 인해 복약을 중단하는 사례가 많았다. 계속해서 기존 제제를 복용한 환자군과 약제 변경 환자군을 비교했을 때, 약제 변경 환자군에서 약물 중단 사례가 더 많았으나 환자의 치료 만족도 측면에서는 단일정으로 변경했을 때 더 높게 나타났다. 부작용으로 약물을 중단한 환자들은 5~7%이며, 약물 중단의 주요 원인은 위장관 불편함, 수면 장애, 기분 장애 등으로 트리멕 임상에서 통상적으로 보고되는 부작용과 비슷하였다.

Q. 앞으로 단일정복합제가 계속해서 출시되면, 사실상 스텝바이스텝(step by step) 전략도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떻게 바뀔 것으로 전망하는가?
단일정복합제는 HIV 환자들의 사회적 낙인을 줄이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된다. 과거에는 HIV 진단을 받으면 많은 양의 약을 하루에 먹어야 하는데다 부작용도 많아, 치료제에 대한 환자들의 부담감이 컸다. 현재는 우수한 내약성과 안전성이 입증된 단일정복합제가 출시되어, 환자들이 평생 약을 복용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게 됐다. 이는 환자의 자발적인 검사 유도와 많은 환자들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의료진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궁극적으로 단일정복합제는 HIV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에 기여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받아 HIV가 확산되는 것을 예방하고, HIV나 AIDS에 대한 두려움까지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로 인해,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HIV 완치를 위한 많은 연구도 진행 중이다. 백신이나 면역 치료 등이 주로 연구되고 있는데, 성과를 보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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