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추계학술대회 열고 개정 가이드라인 세부사항 공개

▲ 26일 대한간학회가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제21차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새롭게 개정된 만성 B형 및 C형간염 가이드라인 확정판을 선보였다.

최신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 데이터를 대폭 반영한 우리나라 만성 B형 및 C형간염 가이드라인이 공개됐다.
 
26일 대한간학회가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제21차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새롭게 개정된 만성 B형 및 C형간염 가이드라인 확정판을 선보였다. 이보다 한 달 앞선 지난 10월 30일에는 가이드라인 개정과 관련한 공청회가 한 차례 열렸는데, 치료제 부분 골격의 변화는 없다.

B형간염은 2004년을 기점으로 2007년, 2011년 두 차례 개정을 거쳐 작년 10월 항바이러스치료제 부분만 손 댄 업데이트 버전을 선보인 바 있다. C형간염 가이드라인 개정은 꼭 2년 만이다.

주요 변화를 살펴보면 2011년 가이드라인과 2014년 업데이트 내용을 아예 삭제하거나 신설된 내용들이 다수 포함됐다. 최근 시장에 허가되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의 유용성을 발 빠르게 수용한 모양새다.

특히 C형간염 가이드라인은 지난 지침과 비교하면 치료제 부분에 있어 많은 변화가 있다. C형간염 가이드라인 개정위원장인 서울의대 정숙향 교수(분당서울대병원)는 약물상호작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데이터가 입증된 차세대 DAA는 개정된 가이드라인에 분명히 명시를 해놓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약물이 자료가 충분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 교수는 "실제 국내 만성 C형간염 분포는 고령이 많은 만큼 기타 다른 질환이 동반된 환자가 많다"며 "이들에서 차세대 DAA를 처방할 경우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을 꼼꼼히 따져보고,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는 약물 웹사이트를 찾아보거나 해당 제약사에 문의를 해봐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DAA 사용과 관련해 진료현장에서 야기되는 문제점도 거론됐다. 대상성 간부전이 진행된 만성 C형간염 환자에서 간암이 동반됐을 때 차세대 경구용 DAA 의 급여적용이 순탄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해당 환자에 경구용 DAA를 사용할 경우 치료의 지표가 되는 지속바이러스반응(SVR) 등을 밝힌 구체적인 데이터들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지만 항바이러스 치료의 골격은 그대로 따를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경구용 DAA의 가격이 비싼만큼 기대여명이 짧은 말기 간암 환자에 이들 신약을 사용하는 것이 보험재정 측면에 부담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다른 의견도 나왔다.

국립 암센터 박중원 교수는 "최근 학회에서는 만성 C형간염이 간경화와 간암 등의 주요 원인인자가 되기 때문에 40대 이상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생애전환기 C형간염 선별검사를 강조하고 있는데, 국내서 이들 환자의 유병률은 1%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간세포암이 동반된 만성 C형간염 환자에서 차세대 DAA를 적용하는 것이 보험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일축했다.

B형간염 가이드라인, 테노포비르-엔테카비르-페그인터페론 순

공개된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이번 B형간염 가이드라인은 근거기반(evidence based) 권고를 한 지난 2011년 개정판과는 달리 전문가 합의(consensus based)를 토대로 했다는 점이다.

여기엔 △항바이러스제의 내성 B형간염바이러스 치료 △HBsAg 정량의 임상적 역할 △간경변증에서 항바이러스 치료 △선제적 항바이러스 치료 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개정을 주도한 연세의대 이관식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는 "가이드라인은 근거와 전문가합의에 입각해 제·개정을 하기 때문에 당시 보험급여나 사회적 상황과는 무관하다. 이 점을 참고해달라"고 말했다.

라미부딘·아데포비르 설자리 잃어…테노포비르·엔테카비르 대세

치료제는 작년 부분 개정판과 비교해보면 큰 변화가 없었다. 라미부딘을 시작으로 텔비부딘, 클레부딘, 아데포비르, 엔테카비르, 테노포비르, 엠트리시타빈, 페그인터페론 알파 등 현 8개의 치료 약물 중 엠트리시타빈만이 삭제된 상태.

이에 약물 모니터링과 관련해 신설된 항목이 눈에 띈다. '치료 전, 치료 12주, 24주, 그리고 치료종료 시 HBsAg 정량검사를 고려한다(B1)'는 내용에 힘을 주었다. HBsAg 정량검사가 항바이러스제 중단과 관련한 실효성이 이미 입증됐음에도 삭감논란이 많은 상황에서 한껏 강조된 분위기다.

또 항바이러스 내성에서 변화가 두드러진다. '추가적인 내성발현을 막기 위해 연속적인 단일 약제 처방을 피해야 하고 교차내성을 고려해 뉴클레오시드(nucleoside) 약제 한 가지와 뉴클레오티드(nucleotide) 약제 한 가지를 병합치료할 것을 권장한다(A1)'는 내용은 전면적으로 빼버렸다.

뉴클레오시드 유사체 계열 약물에는 라미부딘, 텔비부딘, 클레부딘의 '부딘' 계열 약제 및 엔테카비르가 해당되고, 뉴클레오티드 유사체에는 아데포비르, 테노포비르가 속해 있다.

약제별 내성에서도 변화는 포착된다. 라미부딘 내성의 경우 '테노포비르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아데포비르와 뉴클레오시드 유사체의 병합치료를 고려한다(B1)'는 내용이 만들어졌다. 기존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라미부딘과 아데포비르 △아데포비르와 엔테카비르 등은 삭제했다.

아데포비르 내성 환자에선 추가되거나 빠진 내용이 유독 많았다. '테노포비르와 다른 뉴클레오시드 유사체'를 대신해 '테노포비르와 뉴클레오시드 유사체(엔테카비르 이외)의 병합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B2)'는 조항이 이름을 올린 것.

C형간염 가이드라인, 미승인 최신약물까지 대거 반영
경구용 DAA 발빠르게 수용…인터페론 프리요법 시대 열어

C형간염 가이드라인 분야는 단연 적극적인 선별검사의 시행과 최신 경구용 바이러스직접작용제제(DAA)가 화두에 올랐다.

최근 C형간염바이러스(HCV) 선별검사는 학계의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의료 투입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해서라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40대 이상 생애전환기 검사 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때문에 이번 가이드라인에선 HCV 항체 양성자에선 혈중 HCV RNA 검사를 실시해 감염여부를 확진해야 한다는 내용을 강력 권고했다(A1).

관건은 최신 항바이러스제 분야다. 최근 시장에 속속 도입되기 시작한 새로운 치료약제들, 즉 경구용 DAA가 대거 포진했다는 점이다. 약제의 작용 부위에 따라 HCV NS3/4A 단백분해효소억제제(PI), NS5A 억제제, NS5B 중합효소억제제 등이 있는데, 이번 가이드라인엔 11월 현재까지 승인을 마친 다클라타스비르와 아수나프레비르를 비롯한 소포스부비르, 소포스부비르 + 레디파스비르 복합제와 아직 승인이 안 된 옴비타스비르 + 파리타프레비르 + 리토나비르와 다사부비르 4제요법, 시메프레비르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학회가 가이드라인 최종 수정본을 공개하며 DAA 제제에 강조한 부분은 가능한 최근까지의 모든 데이터를 업데이트한다는 데 있다. 여기에도 조건은 붙는다. 최근의 흐름에 따라 DAA를 중심으로 권고는 하지만 인터페론제제의 효용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겠다는 것.

C형간염 가이드라인 개정위원장인 정숙향 교수(서울의대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는 "임상 데이터가 충분한 약제부터 우선적으로 기술했으며, 당연 효과가 좋은 약제를 먼저 언급했다"고 강조했다. 여기엔 국내 실정을 고려해 시장에 허가된 약제를 먼저 추천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추천 순서도 언급됐다. 유전자형 1형에선 △소포스부비르 + 레디파스비르 복합제(근거수준 A1)를 필두로 △옴비타스비르/파리타프레비르/리토나비르 + 다사부비르(A1) △다클라타스비르 + 아수나프레비르(A1) △소포스부비르 + 시메프레비르(근거수준 B1) △다클라타스비르 + 소포스부비르(A1) △소포스부비르 +페그인터페론(P)/리바비린(R)(근거수준 A2) △P/R(A2) 등의 순이었다.

단 유전자아형 1b형 환자에선 다클라타스비르와 아수나프레비르를 병합한 24주 치료에 있어 치료 전 내성관련변이(resistance associated variants, RAV) 검사를 시행하고 변이가 검출될 경우 다른 약제로 전환할 것을 명시했다(A1). 급여까지 거머쥔 다클라타스비르 + 아수나프레비르 병용요법에 유전자 내성문제가 지적되는데, 이들 병용요법을 투여하기 위해선 내성검사(NS5A Y93H 또는 L31)를 조건으로 달았다.

양쪽 유전자 모두에 내성변이가 생긴 환자에서는 변이가 생기지 않은 환자군(SVR 90% 수준)과 비교해 SVR이 30%대로 감소해 치료효과가 낮았기 때문.

유전자형 2형의 경우 인터페론 포함 요법에선 지난 2013년 가이드라인과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인터페론의 효과 판정의 기준이 되는 유전적 다형성 IL28B CC형이 국내엔 9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많기 때문이다.

다만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 대상의 DAA 병합요법에선 소포스부비르 + 리바비린 12주 병합요법만은 근거수준 A1으로 강력 권고했고, 이 외 C형간염 및 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에선 다클라타스비르 + 소포스부비르 12주 병합요법을 근거수준 C1으로 비교적 낮게 책정했다. 이는 동일 환자군에서 페그인터페론 알파와 리바비린 24주 병합요법이 근거수준 A1으로 강력 추천된 것과는 분명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치료경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소포스부비르 + 리바비린 12주 병합요법을 가장 유효한 옵션으로 추천했다(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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