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독거노인 주치의로 활동하는 정 양 수 하나의원 원장




"대부분의 동료 의사들이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곤 합니다. 정답은 없죠. 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준다는 생각보다, 봉사를 통해 내가 배운다는 자세로 임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겁니다."

봉사라 말하기 쑥스러워
 3년전부터 독거노인 주치의맺기 운동본부에서 주치의활동을 하고 있는 하나의원 정양수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를 누구에게 알리고 자랑할 만한 것이 못된다며, 오히려 봉사를 통해 자신 스스로가 인생의 희망과 배움의 미덕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봉사라기보다는 한달에 한번정도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말동무도 해줄겸, 아픈 곳을 돌봐드릴겸 다니는 겁니다. 거창하게 의료봉사라고 말하기도 쑥스럽죠."
 정원장이 독거노인 주치의맺기 운동에 나서게 된 것은 대학시절의 봉사활동 경험과 주치의맺기 운동을 탄생시켰던 백인미 원장(우리집의원)을 만나면서이다.
 정원장은 3년간 서울 서초구 세곡동일대 독거노인 50여명의 주치의로 활동해 왔다며, 주치의 봉사 활동을 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3년간의 독거노인 주치의 활동을 통해 얻은 소감을 묻자 정원장은 특별한 소감은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내가 희망을 전해준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삶에 대한 자세, 그리고 점점 변화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더 많은 희망을 느끼곤 합니다."

노인들 건강 찾는 모습에 보람
 인터뷰가 진행된 지난 20일 정원장은 추운 날씨에도 어김없이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만나러 진료실을 나섰다. 첫번째 찾아간 집은 서초구 양재동 세곡동에 위치한 김태수(가명) 할아버지댁이다. 3년전 처음 만났을 당시 중풍으로 누워서만 생활하시던 김할아버지는 정양수원장과 서초노인종합복지관 이윤상 사회복지사가 문을 두드리자 반갑게 이들을 맞이했다. ŗ년전 아버님의 상태는 전혀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만 생활하시곤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소 불편한 걸음이지만 혼자서 목욕탕도 가시고, 산책도 하시고 많이 좋아지셨죠."
 정양수 원장은 앉아서 혹은 누워서만 생활하시려는 노인들에게 최대한 많은 운동량을 주는 것이 최상의 치료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원장과 몇마디를 나눈 김할아버지는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했다. 좁은 방안에서 이윤상 사회복지사와 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김할아버지는 4m 왕복 걷기, 균형잡기, 지구력 측정을 위한 앉아일어서기 등을 반복했다.

홀로사는 노인에겐 관심이 명약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돌봐드리는 것은 간단합니다. 약이나 주사를 처방하는 것보다 자신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정원장이 독거노인 진료에 나서면서 결심한 최상의 치료방법이자 핵심은 운동이라는 것이다.
 김태수 할아버지도 정원장을 만나기전에는 움직이도 못했지만 지금은 혼자 목욕탕을 갈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며,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옆에서 질책도 하고 잔소리도 한 정원장이 한 없이 고맙다며 환하게 웃었다.
 "어르신들을 진료한다는 것이 의외로 간단합니다. 한달에 한번이지만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고, 좀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스스로 가질 수 있도록 의사로서 조언하고 도와주는 것이죠" 정원장은 의료봉사라는 것, 특히 혼자 지내는 독거 노인을 돌보는 데는 거창한 구호품이나 노력이 없어도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대책 요구보다 마음가짐 먼저
 혼자 지내는 노인들을 돌보는데 보다 많은 의사들이 나서고, 정부가 좀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어떠냐는 질문에 정원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정원장은 누구를 탓하기보다는 그들을 다른 이들로 보기보다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로 여기는 것이 우선이라며, 그 뒤에 정부나, 의료 단체에 할일은 자연히 따라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늦은 오후 주치의 봉사를 마친 정원장은 "내가 훌륭해서,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봉사는 주기보다 받는 것이 더 많다는 마음 가짐이면 누구에게나 길이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로서 환자를 가족처럼 대하고, 환자의 아픔을 나누는 것이 봉사의 기본이자 우리 사회의 따듯한 나눔의 정신이 아니냐는 인사말을 건넨 정양수 원장은 늦은 시간임에도 환하게 웃으며 다시 병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
■ 독거노인 주치의맺기 운동본부는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독거노인들을 돕기 위해 지난 2001년 3월 대한가정의학회 회원들 중심으로 설립된 단체이다. 현재 전국에서 470여명의 전문의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전국의 사회복지관과 연계해 4년째 주치의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방문진료팀인 주치의들은 해당 지역에서 의뢰된 독거노인들의 건강상태를 월 1회 이상 확인하고, 사회복지사들과 정보 교류를 통해 지속적인 치료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설립 당시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을 중심으로 주치의 활동이 이뤄졌지만 현재는 내과, 재활의학과, 산부인과 전문의들도 참여하고 있다. △독거노인 주치의맺기 운동 본부 전화 (02)6212-8885, 홈페이지 www.silvermed.or.kr.

사진·김형석 기자 hskim@kimsonline.co.kr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