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도 임원으로 발탁한 당뇨학회 이문규 이사장

▲ 삼성서울병원 이문규 교수. 지난 회기에서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으로 선출돼 내년 1월 1일부터 2년간 학회를 이끌게 됐다.
대한당뇨병학회 새로운 이사장에 성균관의대 이문규 교수가 선임됐다. 내년 1월 1일부터 2년간 임기가 시작된다. 내부서는 적임자가 선임됐다는 평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10여년 넘게 학회를 위해 봉사한 인물이다. 이사장제로 바뀐 2000년부터 재무이사를 시작으로 총무이사, 연구이사, 국제협력이사를 12년 동안 해왔다. 특히 국제협력이사는 최근 6년 동안 맡으며 국제학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일등공신이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해 학회는 자연스레 그를 이사장으로 추대했다.

여러 보직을 거치면서 한번쯤 이사장이 되고 싶었다며 솔직함을 내비친 그는 “기회를 주셔서 새로운 출발선에 오르게 됐다”고 소감을 밝히면서도 “내심 준비를 많이 했지만, 막상 하려고 하니 불안한 감도 없지 않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수장이 된 이상 지금부터는 머릿속에 그려왔던 계획을 꺼낼 때다. 이에 대해 물으니 그동안 수많은 전문가들이 필요성을 주장했던 의료기관별 협진모델을 개발, 구축하는 것이라는 거침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준비된 이사장임을 짐작하는 대목이다.

“좌담회나 학회에 가보면 신약 등 약 얘기만 하는데 실제 효과측면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어요.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조절 등 당뇨조절의 절반은 환자들의 노력입니다. 식이요법, 운동 등 생활습관의 교정을 하지 않으면 어떤 약을 쓰던지, 어떤 인슐린 주사를 놔도 당화혈색소가 8~10%가 수두룩할 정도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때문에 대학병원이든 개원의든 시간을 충분히 갖고 환자를 교육시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의 3~5분 진료시스템으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협진모델의 핵심은 당뇨교육 프로그램이다.

추가적인 설명을 쉴새없는 쏟아내는 그의 말속에서 강한 의지도 느껴졌다.

“1차 진료의도 제일 잘 안되는 것이 당뇨교육입니다. 또 대학병원에서도 팀은 짜여 있지만 워낙 환자들을 많이 보다보니까 오는 환자들도 제때에 맞춰서 진료시 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별도의 교육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운영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양쪽의 현실을 잘 알기에 그는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해결해보자는 것이다. 해법은 협업. 1차 진료의는 일정부분 진료하고 그다음 교육과 검사를 위해서는 그때그때마다 대학병원으로 보내는 전달체계가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연착륙을 위해 이번 회기부터는 1차 진료의들도 당뇨병 학회에 임원으로 참여시킨다. 대한당뇨병학회 사상 최초의 시도다.

“1차 진료의들도 학회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장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 목표이고, 저변이 확대되면 중장기과제로 1차와 3차 진료의 간에 협업을 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는 협업은 어느 한 사람이 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임기내(2년)에 다 실현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협업모델이 돼야지만, 윈윈이 되는 것이고 결국 진료수입의 분배 차원이 아닌, 환자들의 예후(치료성적)가 좋아지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다보면 병원수익에 있어서도 새로운 모델이 생겨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교육을 시켜서 개인병원으로 돌려보냈다가도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대학병원으로 보내게 되면 개원의는 재진환자가 늘 것이고 대학병원도 초진환자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그는 1차 진료실에서 보내는 재진환자들의 검사수가 늘어나는 등 수익이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구상은 정부도 꽤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교육사업 특성상 운동치료사, 영영사 등 구성원이 필요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힘을 실어주는 식으로 사업이 진행되어 와서 신뢰도가 떨어져있는 상태다.

그래서 상당히 조심스럼고 첨예하다. 하지만 어떻게든 장기적으로 손을 내밀어 보겠다는게 그의 의지이다. 특히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면 전국적으로 당뇨병 조절상태 합병증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알 수 있고 이런 자료를 만들어내면 정부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쯤되면 수가 얘기도 빠질 수 없다. 하지만 수가가 전부는 아니라 말한다.

“역사가 긴 병원도 자체적으로 30년 이상 교육을 해 오고 있지만 대부분 의사들은 교육실에 보내는 걸로 교육시켰다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교육을 시켰다고는 하는데 뭘했는지는 환자도 의사도 몰라요. 교육을 정량화할 수는 없지만 병원별로 공통적인 분모를 찾아서 이러이러한 환자의 경우는 이렇게 의사와 교육자들이 정보를 교환해야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핵심이 바로 팁어프로치(team approach)예요. 그게 되지않으면 수가를 늘려줘도 환자들에게 돌아가는게 많지 않을 거예요“.

따라서 현재 활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구도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1차 개원가가 교육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학병원의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여기서 잘 치료받으면 다시 1차 개원로로 보내지는 순환 시스템이 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

“1차 진료하는 의사들이 여기에 호응을 해야되거든요. 내과의들부터 위원회(committee)를 짜서 하나씩 해나가야죠. 우선 개원의들이 당뇨병학회 프로그램에 들어오게 하고 첫해에는 세션을 만들어보라는 숙제를 줬어요”

걱정도 있다. 그런나 막상 내 환자를 대학병원으로 보내는 것에 개원의들이 선뜻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래서 결국은 큰 병원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봅니다. 학회에서 한다고 다 따라온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특정 지역부터라도 잘 짜여진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보여주면 윈-윈이 될 것이고, 결국은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당뇨병학회가 그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는 해왔지만 이토록 의지가 강했던 때는 드물다. 대부분 교육수가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이 교수의 노력은 자체적인 순환시스템을 이용한 교육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의 노력이 빛을 바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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